- ‘택시운전사’ 토마스 크레취만 “80년 광주, 이제는 세계가 알아야” [인터뷰]
- 입력 2017. 07.26. 11:06:16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영화 ‘택시운전사’에 등장하는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은 영화 속에서 광주의 현장에 뛰어드는 유일한 외국인이다. 자유를 위해 싸우는 광주 시민들 사이에서 푸른 눈으로 현장을 생생히 담아가는 그의 모습은 굉장히 낯설고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생소하기만 했던 그의 모습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관객들을 끌어당기고 눈믈을 쏟게 한다. 광주의 역사는 한국인 뿐만이 아닌 전 세계인이 알아야 한다는 그의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토마스 크레취만
지난 25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이 시크뉴스와 만나 영화 ‘택시운전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직접 영화를 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좋은 영화다”라고 명쾌한 답을 전했다.
“영화는 잘 나왔지만 제 연기는 만족했다고 말하기 부끄럽다. 내 자신의 연기를 보는 것이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하고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특히 광주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스토리는 이제 알려져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국에서 얼마나 잘 알려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그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1980년 광주에 관한 이야기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알아야 할 역사지만 외국인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다. 토마스 크레취만 역시 ‘택시운전사’가 다루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모든 이야기를 알고 난 후에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사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고 듣고 난 다음 상당히 놀랐다. 장훈 감독님이 많은 것을 알려줬다. 특히 저 뿐만이 아니라 제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한국이나 아시아 외에서는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사람들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게 가장 놀라운 사실이었다. 자료 요청을 해서 다큐멘터리도 받아 봤는데 그 자료도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택시운전사’의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장훈 감독의 힘이었다. 탄탄한 대본은 그에게 영화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고 스토리와 역사적 배경에 대한 감독의 상세한 설명은 그가 위르겐 힌츠페터라는 인물을 정확히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대본을 읽자마자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저는 한 작품을 결정할 때 대본, 감독, 배역을 생각하고 결정한다. 그 외에 나머지는 알아서 해결이 된다고 생각한다. 장훈 감독이 저에게 필요한 안정감을 제공해줬고 연기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영감들을 제공했다. 저희 관계 안에서 이 스토리에서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고 어떤 걸 알아야 하는지 잘 알게 됐다. 이번 작품에서는 대본이 충분히 이 스토리를 잘 전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할 수 있는 자료 조사를 한 다음에는 감독을 믿고 그의 리드 하에서 연기를 했다”
하지만 진짜 어려움은 한국의 낯선 촬영 환경이었다. 그동안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 영국 등 다양한 국가의 영화 작업에 참여했던 그는 해외 영화 시장에 익숙한 사람이었지만 한국은 상황이 달랐다.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현장에 무더위까지 겹친 지난 여름은 그에게 굉장히 힘든 시간이었다.
“복합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일단 촬영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는데 무더위에서 생존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언어적 장벽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항상 통역사를 대동해서 촬영했다. 창의적인 작업을 할 때는 흐름이 중요한데 저 때문에 흐름이 끊기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보통 저는 연기를 할 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감을 잡고 상황을 파악해 가는데 얘기를 못 들으니까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를 한 후에는 항상 저한테 브리핑을 해 줘야 했고 나 때문에 제작이 지연돼서 죄송했다. 주변에서 항상 제게 ‘이 음식 괜찮아?’ ‘저거 괜찮아?’라고 물어보니까 세 살짜리 아이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지방 촬영 탓에 장거리 이동을 하는 데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이에 그는 촬영을 마치는 순간까지도 결국 한국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털어놔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며칠이면 쉽게 적응하겠지 생각했는데 결국 적응하지 못했다. 언어나 음식 면에서도 그렇고 가장 큰 건 긴 이동 시간 때문이었다. 세트 촬영보다 고속도로에서 이동하는 시간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여정이 계속되면서 세트에서도 서로 의사소통을 하며 에너지가 계속 소모됐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 적응하는 데 힘들었다. 이국적인 체험을 좋아해서 잘 적응할 줄 알았는데 한국은 여전히 계속 이국적으로 남아있다”
이날 저녁 VIP 시사회 자리에 참석한 토마스 크레취만은 앞선 인터뷰에서 한국 관객들을 직접 만나는 소감에 대해 밝혔다. 자신이 그린 위르겐 힌츠페터와 ‘택시운전사’가 따뜻하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가장 긴장하고 있다. 제가 참여한 영화 중 ‘스탈린그라드’라는 영화가 있는 이번 작품과 유사하다고 생각된다. 러시아 관객들이 어떻게 수용할지 긴장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30분에 관객들이 우는 걸 보면서 감동받은 기억이 있다. 그들이 얼마나 작품을 따뜻하게 받아들이는지 알고 나서 작품에 대해 만족했다. 레드카펫도 개인적으로 그렇게 좋아하는 행사는 아니지만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기대감은 있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내달 2일 개봉. 러닝 타임 137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다운 기자 news@fahsionmk.co.kr / 사진=(주)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