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1980년 5월 광주가 따뜻한 이유 [씨네리뷰]
입력 2017. 08.01. 17:25:22

영화 ‘택시운전사’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1980년 5월 광주,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가장 아픈 역사를 다루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포스터는 한없이 밝다. 택시 안에서 마냥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송강호의 얼굴에서 광주의 비극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송강호의 얼굴은 점점 어둡고 우울해진다. 돈을 번다는 생각에 콧노래를 부르며 광주로 떠난 그가 충격적인 현실을 마주한 뒤 떨리는 얼굴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하나밖에 없는 딸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던 만섭은 광주의 상황을 목격한 뒤 충격에 빠지고 선택의 순간에 놓이게 된다.

그동안 80년 광주를 다룬 많은 작품들은 광주 시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비극적인 현실과 아픔을 강조했다. 군인들의 폭행에 의해 죽어나가는 시민들의 모습을 극대화 한 장면들은 관객들의 분노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택시운전사’의 두 주인공 만섭과 피터는 모두 광주와 연관이 없는 외부인이다. 각자의 이유로 자진해서 광주에 들어오게 된 이들은 이후 외부인에서 내부인으로 변화하게 된다. 택시 안에 숨어서 촬영을 하던 피터는 어느덧 시위 현장 한가운데서 카메라를 꺼내들고 있으며 딸 생각에 광주를 떠나기로 결심한 만섭은 결국 얼마 못가고 돌아와 환자들을 태우고 달린다.

이처럼 단순히 시대의 비극을 재연하는 것보다 인물들의 모습에 집중하는 것은 장훈 감독이 아픈 역사를 그려내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전작 ‘의형제’와 ‘고지전’에서도 그랬듯 장 감독은 자칫 무겁고 민감하게 느껴질 수 있는 80년 광주라는 소재를 그저 인간의 도리를 지키고 싶었던 평범한 인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특히 말로만 듣던 광주의 현장이 눈앞에 펼쳐지자 입을 다물지 못하는 피터와 그저 학생들의 시위로만 알고 있었던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고 충격에 빠진 만섭의 모습은 제3자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표정과 동일시된다. 역사의 한 부분으로 광주의 이야기를 듣고 봐 온 관객들은 만섭과 피터의 눈으로 그날의 광주를 마주하고 이는 ‘택시운전사’를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시킨다.


총성과 비명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환자들을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광주 택시 기사들의 등장 역시 신선하다. 실제로 당시 광주에서는 많은 택시기사들의 도움과 희생이 있었고 장 감독은 이러한 이야기를 영화에 녹여냈다. 특히 피터와 만섭을 무사히 서울로 보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를 달리는 광주 택시기사들의 모습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처참하고 끔찍한 현실을 그린 영화를 기대한다면 ‘택시운전사’에 실망감을 느낄 수 있다. 영화는 그 당시 광주 시민들의 분노와 억울함을 다 담고 있지는 않지만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피어난 따뜻한 인간미와 정을 그린다. 정치적인 색깔을 떠나 그저 인간답게 살고싶었던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택시운전사’는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1980년 광주를 이야기한다.

여기에 관객들이 기대한 ‘송강호식 연기’를 가감 없이 보여준 송강호를 비롯해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등의 흠잡을 곳 없는 연기까지 더한다면 올 여름 ‘택시운전사’를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오는 2일 개봉. 러닝 타임 137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다운 기자 news@fahsionmk.co.kr / 사진=(주)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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