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VS.] ‘택시운전사’로 시작하는 5.18 영화 몰아보기
- 입력 2017. 08.02. 16:59:47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2일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가 예매율 50%에 육박하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배우 송강호와 토마스 크레취만이 주연을 맡은 ‘택시운전사’는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실화를 바탕으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그린 영화다. 광주 시민이나 계엄군이 아닌 서울 시민과 독일인이라는 외부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택시운전사’는 1980년 광주와 한 걸음 떨어진 인물들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광주의 비극을 다룬다.
이처럼 ‘택시운전사’가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면서 1980년 광주를 다른 기존의 영화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은 이전부터 영화계에서 수차례 다뤄졌던 소재지만 매 작품마다 다른 시각과 전개로 그려지며 관객들에게 다양한 주제를 전해왔다. 이에 그동안 1980년 5월 광주를 다뤄왔던 영화 중 대표작 네 편을 꼽아봤다.
◆ ‘꽃잎’(1996)
지난 1996년 개봉한 장선우 감독의 영화 ‘꽃잎’은 배우 이정현의 데뷔작으로도 잘 알려진 작품이다. ‘꽃잎’은 1980년 5월 광주의 끔찍한 현장 속에서 총에 맞아 죽어가는 어머니를 두고 도망친 후 광인(狂人)이 되어 살아가는 소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당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뤘다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던 ‘꽃잎’은 그 당시 광주의 참혹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연했을 뿐 아니라 그날의 아픔을 겪은 이들의 비극적인 삶을 죄의식으로 미쳐버린 소녀의 모습으로 표현해 내 호평을 받았다.
특히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광기어린 소녀라는 어려운 캐릭터를 소화해 낸 이정현의 연기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 ‘박하사탕’(1999)
영화 ‘박하사탕’은 ‘꽃잎’과 달리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가해자의 시선에서 그 당시 광주를 이야기한다. 영화 자체가 80년 광주를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철로 위에서 자살을 결심하는 영호(설경구)의 과거를 되짚어보면 그의 비극적인 삶은 80년 광주에서 시작된다.
순수한 청년이었던 영호는 광주 민주화운동을 진압하는 계엄군으로 투입되면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이후 그는 자발적으로 운동권 학생을 고문하고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이전의 순수함을 잃고 다른 사람으로 변해간다. 자신의 변화로 인한 비극을 깨달은 순간은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후였다.
지금의 설경구를 있게 한 영화이기도 한 ‘박하사탕’은 광주의 비극을 만든 가해자로만 인식됐던 계엄군을 또 다른 피해자로 그려내며 새로운 시각으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조명했다.
◆ ‘화려한 휴가’(2007)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화려한 휴가’는 1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그 당시 광주의 처참한 광경을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평화로운 영화관이 한 순간에 살해 현장이 된 장면과 애국가를 부르다 갑작스런 총격에 죽어나가는 시민들의 모습, 자신은 폭도가 아니라고 외치며 수많은 군인들에 포위돼 죽음을 맞는 민우(김상경)의 모습 등은 광주의 비극을 생생하게 전하며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특히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무자비하게 시민들을 죽이는 계엄군과, 그로 인해 자식과 형제를 잃고 무엇을 잘못한 지도 모른 채 쫓기는 시민들의 대비되는 모습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철저하게 나눠 광주 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영화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 ‘26년’(2012)
만화가 강풀의 원작을 영화화 한 작품인 ‘26년’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희생자의 2세들이 모여 그 당시 대통령을 직접 살해하는 계획을 세우는 신선한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1980년 5월이라는 과거에 초점을 맞춰 그 시대 인물들의 아픔을 조명했던 작품들과 달리 ‘26년’은 과거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현재를 살아가는 또 다른 피해자들을 통해 광주의 비극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앞서 만났던 작품들이 당시의 아픔과 상처로 괴로워하는 인물들의 삶을 보여주며 답답하고 안타까움을 자아낸 반면, ‘26년’은 피해자들이 광주의 비극을 만든 장본인을 직접 처단하려는 모습을 통해 이전에 없던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