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톡] ‘택시운전사’가 그리는 만섭 피터 재식 ‘세 개의 광주’
입력 2017. 08.04. 15:59:03

영화 ‘택시운전사’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영화 ‘택시운전사’가 개봉 이틀 만에 140만 관객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류승완 감독의 대작 ‘군함도’와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트’ 등 만만치 않은 경쟁작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예매율을 보이고 있는 ‘택시운전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잔잔한 감동과 눈물로 관객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다. 지난 1996년에 개봉된 ‘꽃잎’부터 2012년 ‘26년’까지 그동안 1980년 광주를 다룬 수많은 영화가 스크린을 찾았지만 ‘택시운전사’는 조금 다르다. 광주 시민부터 서울의 택시운전사, 독일 기자 등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 ‘택시운전사’는 그만큼 다양한 시선으로 광주를 바라보며 이를 통해 그간 광주 시민들의 아픈 역사로만 인식됐던 80년 광주를 인간의 도리에 충실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새롭게 그려냈다.


◆ 만섭의 광주

이 영화의 주인공인 만섭은 서울에서 홀로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택시운전사다. 간간히 라디오 방송을 통해 광주의 상황을 전해 듣는 만섭은 이를 학생들의 데모 활동으로 치부하고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10만원을 주겠다는 말에 우연히 독일 기자 피터를 태우고 광주로 향하게 된 만섭은 그곳에서 시민들이 군인들의 총에 죽어나가는 충격적인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광주의 진짜 현실을 알게 된 만섭은 집에 두고 온 딸을 생각해 서울로 돌아가려 하지만 결국 눈물을 머금고 핸들을 돌려 광주로 돌아온다. 그가 광주를 떠나지 못한 이유는 민주주의를 위한 열망이나 국가를 향한 분노가 아니다.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모습과 외지에 남겨진 자신의 손님을 외면할 수 없었던 그는 그저 인간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광주에 남는다.

만섭을 연기한 송강호는 “김만섭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광주 사람은 아니다. 피해자, 가해자의 입장이 아니라 객관적인 제3자의 눈에 비친 광주라는 시선이 새로웠다”라며 “내가 영화를 촬영했다고 그들의 고통과 비극을 다 알 수는 없다. 무거운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영화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 피터의 광주

‘택시운전사’ 제작의 모티브가 된 인물인 독일 기자 피터는 광주와 과장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영화 속 유일한 외국인인 피터는 우연히 동료 기자들을 통해 광주의 상황에 대해 들은 후 기자의 사명감 하나로 광주를 취재하기 시작한다.

그는 광주에 들어선 순간부터 많은 이들의 표적이 되고 신변의 위협을 받지만 그럴수록 그의 의지는 더욱 확고해진다. 그에게 광주는 기자로서의 의무이자 시민들과의 약속이다. “사건이 있는 곳은 어디든 가는 것이 기자”라고 말하는 그는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광주의 광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피터 역을 연기한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영화에 출연하기 전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그는 “저 뿐만이 아니라 제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한국이나 아시아 외에서는 광주 민주화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게 가장 놀랍다. 이제는 이에 대한 스토리가 전 세계에 알려져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 태술·재식의 광주

태술과 재식은 광주의 비극을 가장 직접적으로 겪는 광주 시민이다. 영화 속 많은 광주 시민들이 거리에 나가 불의에 맞서지만 태술과 재식은 예외다. “우리도 우리한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뚜렷한 사상을 갖고 있지도 않으며 운동권 학생도 아니다. 평화로운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광주가 하루 아침에 전쟁터로 변해버린 현실은 두 사람에게도 낯설다. 하지만 순박하기만 했던 두 사람도 영화의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대담해진다.

배우 류준열은 자신이 연기한 구재식에 대해 “재식이는 특별한 사상이나 정권에 대한 저항이 있기보다 이웃이 고꾸라지는 상황에서 발 벗고 나서는 게 당연했던 친구 같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태술과 재식은 머리에 총이 겨눠지고 도로 한 복판에서 죽음에 가까워지는 순간에도 끝까지 만섭과 피터를 돕는다.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이웃을 향한 정을 잃지 않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영화에 따뜻함을 불어넣는 동시에 시대의 비극을 더욱 극대화한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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