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의 왕비’ 박민영 “다섯 번째 사극, 연기 갈증 해소한 작품이죠” [인터뷰]
입력 2017. 08.17. 17:21:39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정말 열심히 한 작품이라 후련해요. 뭔가 최선을 다한 뿌듯함도 약간의 아쉬움도 있고요. 이번 캐릭터에 몰입을 많이 한만큼, 먹먹한 느낌도 있고요. 가장 큰 건 후련함이죠. 그동안 뭔가 누르던 압박감이 해소된 느낌이에요.”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만난 박민영(32)은 최근 KBS2 드라마 ‘7일의 왕비’를 끝내며 열심히 했기에 후련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녀의 밝은 표정에서도 그녀가 이번 작품에 최선을 다해 임했음이 전해졌다.

박민영은 7일 동안 왕비 자리에 올랐다 폐비가 된 단경왕후, 중종(진성대군·연우진)의 첫 번째 부인이자 이조 판서였던 신수근(장현성)의 딸 신채경을 연기했다. 그녀가 느낀 신채경이란 인물에 대해 들어봤다.

“나보다 훨씬 지고지순하다. 한 남자만 바라보고 나름 지조도 있고. 채경이 말을 참 예쁘게 한다. 두 남자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게끔 한다. 이역(연우진)과 이융(이동건), 둘이 있으면 채경이 삼각관계 틀 안에서 흔들리거나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어 마음에 들었다. 할 수 있는 최고의 단호함이었다. ‘형님으로 모시겠다’거나 ‘전하로 모시겠다’ ‘우린 가족’ 등의 대사에서 선이 명확하다. 그런 면이 마음에 들었다. 둘 사이에서 흔들리는 여자 의리녀다. 대신 효심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선배님들이 날 처음 보자마자 ‘얘 땜에 죽는 거구나’ 했다.(웃음)”

극 중 두 남자의 사랑을 받은 신채경을 연기한 그녀가 이동건 연우진의 사랑을 듬뿍 받은 소감이 궁금했다.

“두 분 다 오빠라 편한 점이 많았다. 워낙 베테랑들이시다. 내가 또래 후배들과 연기할 때와는 또 다른 여유로움을 두 분 다 갖고 계셨다. 넉넉함이 느껴져 좋았다. 각기 매력이 너무 다른 두 사람인데 참 매력적인 배우라 생각한다. 둘 다 눈빛 성격 분위기 등 다 다르다. 몰이입된 상태에서는 두 분이 실제 융과 역처럼 다가왔다. 이상하게 역은 괴롭히고 싶고 융은 좀 무섭더라. 실제로도 작품 안에서도, 사랑을 받는 건 좋은 것 같다. 두 남자가 나쁜 남자라 좀 그렇지만. 내가 만약 어머니나 유모라면 뜯어말릴 거다. 두 남자 다.(웃음)”

사극이지만 슬쩍 슬쩍 유머러스한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재치 있는 애드리브를 통해 탄생한 장면이 있는가 하면, 분위기 좋은 현장에서 주고받는 배우들의 찰떡호흡이 만들어낸 케미로 만들어낸 장면도 있다.

“연우진 오빠와 나의 공통점이, 둘 다 틈이 있으면 애드리브를 하는 거였다. PD님이 좋다하셨는데 편집됐더라.(웃음) 그런 장면이 나갈 때도 연우진 오빠는 은근히 웃겼다. 이동건 오빠도 웃긴데 캐릭터 때문에 웃기질 못했다. 유모를 연기한 염혜란 선배님도 진짜 애드리브가 많다. 정말 좋아하는 파트너여서 ‘유모는 죽이면 안 된다’라고 부탁드렸다. 폐비됐을 때까지 옆에 있었으면 했는데 진짜 그렇게 됐다. 혜란 선배님이 연기를 잘하시기에 맛깔나게 살리셔서 신이 늘고 나와 함께 하는 장면이 많아졌다. 신채경이 유모마저 없으면 너무 불쌍한 캐릭터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인생에 굴곡이 많은 신채경은 눈물 마를 날이 없는 인물이다. 연이어 눈물을 흘려야 하는, 감정의 소모가 많은 캐릭터이기에 힘들 법도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눈물연기에 대한 부담이나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 질문을 많이 받는데, 한 번도 그 신에서 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들어간 적이 없다. 그런 생각을 하고 들어가면 부담을 가질 텐데 대사 암기와 감정을 생각하고 그 후는 안보는 스타일이다. 눈물신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많지 않다. 마음 편하게 먹고 감정선이 물 흐르듯 가는 것에 맡겼다. ‘눈물 안 나도 되죠?’하고 들어가는 적도 있는데 나도 모르게 뚝뚝 흐르더라. 그렇게 흘리는 눈물은 별로 안 힘들다.”

더위에 한복차림으로 촬영을 해야 하기에 여름이나 겨울철에 촬영하는 사극은 혀를 내두를 만큼 가혹한 더위와 추위에 시달린다.

“불쾌지수 1만 2000이라고 장난으로 우리끼리 얘기했다.(웃음) 어떤 날은 메이크업을 받고 나와 5초 만에 모든 게 젖는 느낌이었다. 그럴 때 포옹신이 있으면 ‘이런 날은 포옹하기도 싫다’고 했는데 워낙 오빠가 착해 ‘왜 싫으냐? 리허설은 하지말까?’라고 하셨다.(웃음) 그런 더위가 집중을 흐려 미웠다. 그을리는 걸 정말 싫어하는데 모든 걸 내던지고 태웠다. 십자가에 매달리는 장면에서 장난으로 ‘초벌구이 됐다. 어떤 빛도 두렵지 않아’라고 얘기했다. 초벌구이를 하고 나서 계속 익게 만들었다. 사실 그런 건 오히려 신경 안 썼다. 한복 안의 패치코트, 속바지를 볼륨을 위해 입어야 했는데 통풍이 전혀 안 돼 겨울이불을 두른 듯한 느낌이었다. 태어나 땀띠가 처음 났다. 개인적으로 땀이 흡수 되는 걸로 바꿔 입었더니 좀 낫더라. 항상 땀이 많이 나서 속옷을 하루 네 번 갈아입었다. 땀이 정말 많이 나 탈수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밤샘할 때 하루에 커피를 8잔 마시는데 더위를 먹으니 안 넘어갔다. 얼음물만 마셨다. 마지막 주에는 밥을 한 끼도 안 먹어 살기위해 맛있는 걸 먹었다. 덕분에 슬림하게 나왔다.(웃음) 기-승-전-‘화면발’이다. 붓기가 빠져 좋았다. 모두 힘드니 웃으며 촬영했다. 서로 배려하고 동지애 같은 것도 생기고 끝나고 나서 뵙자마자 4달 동안 마치 연기수업버전 ‘진짜사나이’를 다녀온 것처럼 연기수업을 혹독하게 받은 것 같다. 함께 동고동락하며 더위와 맞서 싸우니 좋은 분위기여서 힘들지 않았다. 연기하는 즐거움이 이겼다. 이번엔 더워도 불평불만 할 세 없이 한 신을 끝낸 행복감이 컸다. 항상 그렇게 했다. 여름사극은 안 하겠다고 해놓고 또 했다.(웃음)”

극 중 신채경이 십자가에 매달려 묶여있는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긴 만큼 고생도 많이 했던 장면이다. 이 장면을 위해 고소공포증이 있는 박민영은 와이어를 달고 몇 시간을 매달려 있어야 했다.

“와이어를 달고 찍었다. 내가 사실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발끝부터 저려오는 증상이 있다. 내가 고소공포증이라는 걸 아무도 안 믿더라. 빼는 스타일이 아니라 웬만하면 ‘하겠다’는 주의다. 씩씩한 척 와이어 달고 올라갔는데 모두 안쓰럽게 쳐다봤다. 여유 있는 척 했더니 5시간 동안 안 내려주더라. 나중에 액션 팀에서 내게 ‘엄살 부릴 땐 부리라. 그렇지 않으면 힘든거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와이어가 지탱하는 힘이 부족해 허리에 무리가 가고 몸이 상한다고 들었다. 그 팀이 유명한 액션 팀인데 ‘배우가 이렇게 장시간 매달린 건 처음 본다’며 혼내시더라. 저녁에 올라가서는 ‘빨리 찍고 내려달라’고 엄살을 부렸다. 그때 혼란이 좀 오더라. 밤이라 더 무서웠다.”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성균관 스캔들’(2010)의 촬영장 역시 힘들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웠다. 그녀에게 ‘7일의 왕비’와 ‘성균관 스캔들’의 촬영장 가운데 더 힘든 현장을 물으니 단번에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성균관 스캔들이 더 힘들었다. 방송계에서 아직 회자되는, 힘들기로 KBS국 톱 5안에 꼽히는 드라마다. 모든 스태프와 연기자가 힘들게 고생했다. 당시 촬영 감독님은 입원을 했다. 결과물이 좋아 뭐라 할 수는 없다. 이번에 이정섭 PD님도 ‘영광의 재인’(2011) ‘힐러’(2014)에 이어 세 작품 째 같이 하는 건데 이렇게 한 건 처음이다. 안 주무시고 안 재웠다. 내겐 한없이 좋은 분인데 무섭기로 소문났다더라. 그런 건 이번에 세 작품 째 하면서 처음 알았다. 항상 날 보면 ‘채경아 왔어?’ 하시는데 무섭다는 건 처음 듣고 알았다. 나오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스케줄 표를 확인했다더라. 채경과 붙어 있는지.(웃음) 유일한 여배우라 잘해주셨나 보다.”

‘7일의 왕비’의 엔딩은 화제를 낳았다. 38년 동안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서로를 향해 있던 두 사람이 결국 만나는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다. 긴 세월이지만 서로를 잊지 않은 두 사람의 깊은 사랑과 애절함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신채경을 연기한 그녀 역시 채경의 행복한 모습에 위안을 받았다.

“엔딩을 참 좋아한다. 그 신을 드라마를 통틀어 마지막으로 찍었는데 노인 채경을 분장한 선생님과 나와 시은(채경 아역)이 같이 찍었다. 뭔가 찡했다. 채경과 역이 얼마나 그립고 애틋했을지, 그것을 나타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닌가 생각한다. 혼자 ‘잘 지내고 있죠?’ 하는 것 보다는 보내는 입장에서 마음이 좀 편했다. 달달한 상상 몇 컷이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됐다. 채경이 38년을 혼자 있었기에 조금 달달한 추억을 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어려서는 역경을 겪고, 생각해보니 아역 말고는 마음 아픈 추억밖에 없더라. 엔딩에서 결국 내 품에서 쉬었다는 생각에 울컥했다.”

그녀는 사극과 인연이 깊다. ‘전설의 고향-구미호’(2008) ‘자명고’(2009) ‘성균관 스캔들’ ‘닥터 진’(2012) ‘7일의 왕비’까지 무려 5번째 사극에 도전했다. 그녀가 그토록 사극에 지속적으로 출연할 만큼 사극만이 가진 매력이 있는 걸까.

“(사극은) 연기를 배우고 싶어 시작했다. 처음 연기할 때 발음에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처럼 중저음도 없고 너무 발음에도 부족함이 많았다. 사극을 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 첫 사극에서 판소리를 연습하고 볼펜을 입에 문채 대사를 연습했다. 이후 ‘자명고’ 때 사극을 제대로 처음 준비하며 사극 말투를 좀 써보고 싶다고 생각해 열심히 흉내 냈다. 처음이 겉치레 같은 흉내에 그쳤다면 편해지고 난 뒤 ‘성균관 스캔들’ 부터는 ‘아, 이게 사극의 매력인가?’ 했다. 온전히 대사 목소리 표정근육 눈빛으로 연기한다. 재스쳐나 미사여구 등 할 게 많은 현대극과 달리 다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손도 항상 고수자세를 해야 한다. 대사 안에서 한계는 많지만 그 안에서 풀어가는 재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 충실하게 되니 ‘이게 사극의 매력이구나’하고 느끼게 되더라. 정공법으로 연기해야 하니까. 매번 ‘안 한다’고 했는데 사극이 많이 들어온다. 믿고 맡긴 분을 생각하는 것도 있고 ‘7일의 왕비’, 얼마나 제목이 예쁘냐. ‘사극 안 한다’고 회사에 말하고는 단순하니까 잊고 자꾸 하게 된다. 이번에도 역시 하니까 연기가 재미있긴 하더라. 이제 안한다고는 하지 않겠지만 당분간은 진짜 안 할 거다. 우진 오빠가 ‘현대극보다 사극이 재미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 무슨 말인지 안다. 연기적인 면에서 성취감이 클 때가 있다. ‘하나 해냈다’는 작은 감정의 소용돌이들이 좀 많다. 볼 때도 할 때도 현대극을 훨씬 좋아한다. 장르물보다 로맨틱코미디 같은 차분한 느낌, ‘연애시대’ 같은 느낌의 드라마를 좋아한다. 내가 한 것들이 연기적으로 기초를 쌓는 자양분이 된 것 같긴 하다. 주변에 후배가 좀 생기기 시작했다. 항상 얘기하는데, ‘사극이 좀 힘들지만 정말 도움이 된다’고 얘기해준다. 분명 얻는바가 한 가지씩 꼭 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작품마다 상대역과의 케미가 좋다는 평을 듣는 그녀가 생각하는 상대역과의 케미지수를 높이는 비결을 물었다.

“생각해봤는데 내가 체구가 좀 작다. 누구랑 붙여놔도 키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어울림이 생기는 사이즈다. 이번에는 상대역들이 키가 큰데다 남자 신발 굽이 높아 키로 되게 놀림 받았다. 내가 말을 하면 ‘목소리만 들린다. 어디지?’라며 딴청을 하기에 억지로 낮추라 했다. 자존심이 상해 사과박스를 끌고 와 올라섰다.(웃음) (케미지수를 높이는) 내 나름의 노하우라 할 수 있는 건, 어떤 상대를 만나면 이 사람이 나와 사랑에 빠지는 단계로 가는 과정에서 ‘진짜 멋있다’ ‘정말 매력 있다’ ‘이 사람이 첫사랑이다’ 라며 약간 세뇌를 시킨다. 그렇게 해서 눈 하트가 나오면 케미가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친하다보면 남자로 안보이잖나. 현장에서 바쁘게 촬영하다보면 눈 못 뜨고 머리 뻗친 모습도 보게 되니까. 실제도 두 분 다 매력적이다. 이동건 오빠는 노력을 안 해도 융 처럼 보이더라. 우진 오빠는 멜로장인이라더라. 왜인 줄 알 것 같다. 배려심이 엄청 좋다. 상대방을 배려하기 때문에 이미 웃으며 시작한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애정신은 오빠가 리드했다. 멜로 장인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현장에 비가 쏟아져 한 신을 완성하지 못한 에피소드도 전했다. 감정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긴 대사를 읊어야 했지만 야속하게도 비가 멈추지 않아 이틀에 걸쳐 한 신을 촬영해야하는 일이 벌어진 것. 예측할 수 없는 일 앞에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촬영은 무사히 마쳤다.

“좋은 신이라는 평을 듣는 것 중 하나가 채경이 인두를 지져 밀지 문신을 없애고 ‘보려면 보라’는 대사를 하는 신이다. 6페이지에 달하는 대사였다. 그때 비가 굉장히 많이 내렸다. 내 바스트를 찍는 중에도 (빗소리가 나면) 알아서 입을 잠깐 다물었다가 다시 시작했다. 결국 비가 많이 쏟아져 잠시 중단했다. (연우진과) 우린 울고 있었는데 두 시간을 기다렸다가 다음날로 넘기기로 했다. 내 바스트는 전날, 우진 오빠는 다음날 풀샷을 찍었다. 그 신이 이틀 거쳐 완성한 신이다. 비는 어쩔 수가 없더라.”

‘7일의 왕비’의 현장 분위기는 어느 촬영장보다도 훈훈했다. 박민영은 동료와 선배 배우들의 배려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호인들이 모이기 쉽지 않은데 잡음 한 번 없이 촬영했다. 선생님들 도움이 컸다. 수염 분장을 하고 10시간은 기본으로 대기하면서도 불평불만 없이 ‘우리가 힘드냐. 너희가 힘들지’ 하시더라. 내가 거기서 어떻게 불평을 하겠나. 종방연 때 함께 노래방에 갔는데 선생님들이 마치 리쌍 처럼 랩도 해주셨다. 진짜 좋은 팀이라 생각했다.”

지난 2006년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한 그녀는 2013년을 제외하고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작품으로 대중을 만났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열심히 해 왔고 여전히 더 열심히 해 보고 싶은 마음이다. 11년차 배우인 그녀가 아직도 도전해 보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 하며 눈을 빛내는 모습을 통해 연기에 대한 그녀의 갈증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그렇게 열심히 하는 줄 몰랐다. 한 해 한 작품 정도는 했는데 또래에 비하면 그리 많이 하는 게 아니었다. 지금은 내 또래가 많이 없어졌는데 한창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는 과정에 있을 때는 또래 여배우들이 많았다. 유난히 내 필모에 작품이 많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 일찍 데뷔한 건 아닌데 남아서 잘 해보려고 했다. 더 열심히 해보고 싶다. 재미있게 하는 게 연기에 대한 진정성에 있어 좋은 것 같다. 시청률이 잘 안 나오거나 성공작으로 평가를 못 받더라도 내 개인적으로는 연기에 대한 간절함이 클 때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 비례해 올라가더라. 이번에도 그런 작품이었기에 지금 정말 행복하다. 이 기운을 다음 작품까지 가져가고 싶다. 또 다른 재미를 느끼며 연기를 해보고 싶다. 30대 인생작을 하고 싶고 아직 한 번도 안 해본 로맨틱 코미디도 하고 싶다. 내가 로코를 안 해봤다는 걸 모르는 분이 많은데 출연한 장르물 안에서의 로맨스가 부각된 경우가 많아 그런 것 같다. 코미디도 괜찮다. 내 나름대로 안에 흥이 있다. 개그욕심도 있는데 대중은 모르신다. 32살인데 풀어도 되지 않을까? 어려서는 좀 걱정했는데 지금은 괜찮더라. 시대가 많이 바뀌기도 했고.”

이번 드라마를 하기 전, 그녀는 연기적 갈증을 크게 느꼈다고 털어놨다. “난 캔디가 아닌데 캔디에 국한된 연기를 하게 된다”며 맑고 밝은 캔디 역할 위주로 작품 제안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그녀는 “더 많은걸 할 수 있고 해보고 싶다”고 자신감과 열정을 드러냈다.

“더 깊이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 모든 걸 바쳐 치열하게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면 시청률을 떠나 갈증이라도 풀 것 같았다. 그런 확고한 목표가 있었고 이 작품을 하며 치열하게 감정의 바닥을 찍고 왔다. 20대에 할 수 없던 30대 여자로서의 고민과 갈등이 컸다. 물론 아직 멀었겠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있다 보니 그때 느꼈던 것 보다 좀 더 공감되는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런 갈증을 푸니 또 다른 쪽으로 풀고 싶다. 소소한 일상적 로맨틱 코미디가 매력 있는 것 같다.”

데뷔 이래 단 한 작품을 제외하고는 드라마를 통해서만 활동한 그녀는 오래전부터 영화로도 대중을 만나고 싶어 했다. 그녀는 여자배우에게 많은 기회가 오지 않는 영화계 현실을 언급하며 작은 역할이라도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영화를 하고 싶다. 어려서부터 영화를 많이 봤다. 좀 안타까운 건 우리나라 영화계가 남녀기회의 밸런스가 좀 안 맞다. 처음엔 좀 불공평 하다 느꼈다. 너무 치우친 거 아닌가하고. 시장원리가 그렇게 돌아가고 그걸 이해하는 단계가 오고 나를 좀 더 원하는 드라마 시작에 몰입했다. 지금은 그래도 영화가 하고 싶으니까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고 얘기 해놓은 상태다. 이제는 그런 마음의 준비가 돼있다. 아무래도 드라마가 좀 더 대우 좋으니까 그렇게 많이 흘러가는 것 같다. 좋은 작품이라면 언제든 출연할 생각이다. 좀 더 어렸을 때 출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흘려보냈다. 드라마와 겹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좀 욕심이 난다.”

20대를 뒤로한 그녀에게 배우로서 30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걸어갈지 들었다.

“아직 나이를 고민할 정도까진 안 왔다. 성숙해져가는 감정에 대해 만족하는 단계다. 좀 더 아는 것, 보이는 것이 많은 지금이 좋다. 몇 년 뒤에 대해선 모르겠다. 흰머리가 하나씩 나고 화면에 탄력 없는 피부, 주름이 보이기 시작 하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생각이다. 평생 연기를 할 거니까.”

최근 연예계에 많은 커플이 열애를 인정하거나 부부의 연을 맺는 등 핑크빛 소식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30대 초반인 그녀에게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20대 이후 항상 35살이라 말했다.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것 같아 불안하다.(웃음) 일단 35~36살 정도로 생각하는데 아직은 일이 너무 좋다. (일과 결혼의) 우선순위가 비등할 때 까지는 가야 결혼을 생각할 것 같다. 지금은 일이 전적으로 우선이다 보니 지금 결혼하면 상대방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다. 성격상 강아지에게 하는걸 보면 아기 낳으면 정말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을 것 같다. 그러면 당연히 커리어를 몇 년 놓고 아이에게 충실할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 책임감 있게 가는 게 좋지 않나 생각된다. 순리대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녀의 올해 계획은 잘 놀고 잘 쉬는 것이라고. 목표는 지금의 재미를 끌고 가기 위해 내년 상반기에 작품을 하나 택해서 하는 거란다.

“한 두 스케줄 마무리하면 9월부터 ‘나만의 시간’이에요. 일단 잘 쉬어야죠. 여행을 하며 저만의 시간을 보내려 해요. 워낙 좋아하니까. ‘민영투어’가 있어요. 대기자들이 정말 많아요. 원하는 여행지가 제각각이라 절충 중이에요. 저와 가면 편하거든요. 예약도 제가 하고 친구와 가도 제가 짐꾼 느낌이에요. 이후 가을겨울에 차기작을 정해 준비하다 촬영 들어가는 게 목표에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문화창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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