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있는 그녀’ 이희진 “생각의 틀 깨주고 성장하게 해준 작품” [인터뷰]
입력 2017. 08.18. 15:58:57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배우 이희진에게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는 터닝포인트이고 시청자에겐 재발견이다. 과거 걸그룹 베이비복스 멤버로 활동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으며 온전히 배우의 모습만 남아있을 뿐이다. 드라마 촬영을 마친지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김효주를 떠올리면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희진을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시크뉴스 사옥에서 만났다.

“2월 말에 촬영을 다 마쳤고 지금은 공허함이 많이 남는다. 촬영 끝날 때쯤 이런 감정이 들더라. 완전히 끝내니 김효주가 외로운 캐릭터라 그런지 몰라도 외롭더라. 그래서 많이 공허하고 외롭게 지냈던 것 같다. 불륜을 저지르는 역할이라 말하기 조심스러운데 나한텐 어려운 시기에 현명하고 지혜롭게 넘길 수 있도록 해준 캐릭터다. 연기를 대하는 자세, 스스로의 마음가짐 모두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의 틀을 깨주고 한 단계 위로 성장하게 만들어줬다. 효주를 오랫동안 못 잊을 것 같다. 효주가 미동도 없던 내 심장을 깨줬다. 효주를 만난 건 행운이다.”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예능프로그램 ‘강심장’에서 상대방과의 눈빛교환에 부끄러워하는 이희진을 보고 드라마 ‘괜찮아, 아빠딸’의 한준영 작가가 먼저 제안했다. 이를 계기로 ‘최고의 사랑’ ‘마의’ ‘특수사건 전담반 TEN2' ’몬스타‘ ’메디컬 탑팀‘ ’황금무지개‘ 등을 거쳐 ’품위있는 그녀‘까지 오게 됐다.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땐 ‘이게 과연 드라마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컸다. ‘모 아니면 도’인 드라마였고 ‘베이비복스 활동 시절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을까’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김효주가 브런치 모임원 중 가장 날라리지만 제일 조용하다. 촬영할 땐 몰랐는데 찍고 나선 걱정이 되더라. ‘내가 표현을 못하나’하는 걱정이 들고 만족이 안됐다. 감독님이 염려하고 만들어준 캐릭터를 내가 소화를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김윤철 감독은 이희진에게 끊임없이 요구하고 조언했다. 아무리 화가 나는 상황에도 화를 내지 않는 김효진 역할을 위해 이희진에게 대사의 힘을 빼라고 말하고 한 번도 ‘하이톤으로 질러주세요’하는 법이 없었다.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대사를 내뱉기 위함이었다.

“감독님이 항상 나에게 감정을 누르라고 했었다. 당시엔 왜 그런지 몰랐는데 여러 감정을 끄집어내려고 했던 것 같다. 감독님과 효주의 감정선을 표현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항상 내가 맡은 것만 열심히 하고 그랬는데 이번 역할로 어느 정도 감정을 놓아도 전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스스로는 50%정도 뺐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잘 한 것처럼 보이는 건 대사의 힘이 크다.”

극중 남편이 당당하게 불륜을 저지르고 심적으로 의지했던 남자친구조차 김효주를 연인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김효주는 의지할 구석이라곤 한 군데도 없었고 이를 채우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고 화려한 패션을 추구했다.

“김효주의 겉은 화려한데 실상 속은 텅텅 비어있다. 그래서 감독님께선 손톱, 화장, 옷 모두 화려하게 하길 원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효주의 남자 문제를 제외하곤 연예인하고 비슷한 것 같다.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 메이크업을 지울 때 등 슬프고 공허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수 활동할 땐 매일 웃어야했다. 웃지 않으면 본업에 충실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끝나고 나면 복합적인 감정이 물밀 듯이 올라왔던 것 같다. 가수를 하던 연기를 하던 연예인으로서의 생활은 둘 다 행복하다. 내 자신으로 봤을 땐 반반인 것 같다. 내가 욕심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김효주는 이희진에게 잊고 있었던 기억을 상기시켰다. 또 바람직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잡아줬다.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이었던 그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끄집어내줬다.

“‘내가 만약 가정을 일군다면 효주처럼 살지는 말아야지’하는 생각이 들더라. 동료들의 일상적인 가정 얘기가 와 닿았다. 사실 난 학생 때부터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이 생각이 이제 와서 다시 생각났다. 김효주를 연기하면서 외롭고 불행하다보니 사랑을 주고,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희진은 ‘품위있는 그녀’로 많은 것을 배웠다. 연기로 호평을 받았음에도 부족함을 느끼고 이를 자양분으로 삼아 나아가고 있는 그는 단순히 가수 출신 배우가 아닌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고 있었다.

“이번 작품으로 연기수업도 받을 수 있었고 스스로의 마인드도 바뀔 수 있었어요. 작가님이 효주를 만들어주셨고 감독님이 중심을 잡아주셔서 효주캐릭터가 잘 만들어져 나올 수 있었어요. 버팀목이 된 건 함께했던 배우들이고요. 거동이 가능할 때 까지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훗날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는 게 제 마지막 꿈이거든요. ‘선생님 연극 너무 잘 봤어요’하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런 날이 오기 위해선 끊임없이 노력할 거예요.”

[김지영 기자 news@fahsionmk.co.kr / 사진= 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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