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이아이피’ 김명민 “‘신세계’와 비교 NO, 기존과 다른 느와르” [인터뷰]
- 입력 2017. 08.22. 15:35:08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영화 ‘하루’에서 딸을 잃은 아버지로 분해 관객들을 만났던 배우 김명민이 2개월 만에 ‘브이아이피(V.I.P. ,2017)’로 다시 스크린을 찾았다. 또 ‘브이아이피’의 여운이 끝나갈 무렵에는 코믹 영화 ‘조선명탐정3’와 액션 영화 ‘물괴’로 돌아올 예정이다. ‘연기본좌’라는 수식어까지 붙으며 많은 관객들에게 인정받는 지금의 김명민은 부지런함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인 듯 하다.
김명민
‘신세계’ 박훈정 감독의 신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브이아이피’에서 김명민은 경찰 채이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앞서 ‘신세계’에서 최민식이 진중하고 무게있는 연기로 경찰 강과장을 그려냈다면 김명민은 법과 절차를 무시한 채 범인 검거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경찰 채이도를 본인만의 스타일로 그려냈다.
지난 21일 서울시 중구 삼청동 모처에서 시크뉴스와 만난 김명민은 평소 고대해왔던 박훈정 감독과의 작업을 ‘브이아이피’를 통해 이룰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전에도 감독님과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았다. 이번에는 제가 시간이 됐고 이번에 놓치면 또 언제 작업할 수 있겠나 싶어서 ‘브이아이피’에 출연하게 됐다”
그동안 김명민은 다양한 감정 연기들을 몰입도 있게 소화하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브이아이피’에서의 그의 연기는 조금 다르다. 채이도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김광일(이종석)을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어다닌다. 시종일관 김광일을 향한 분노를 드러내며 어떠한 망설임이나 갈등도 겪지 않는 채이도의 모습은 지극히 평면적이고 1차원 적이다. 이는 박훈정 감독이 영화 제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 중 하나였다.
“모든 배우들이 단면적인 연기를 하는 게 영화의 키다. 이 영화에서는 건조함이 생명이다.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는 너무 전형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마치 설경구 형이 했던 강철중 같았는데 경구 형보다 잘할 자신은 없고 답습하기는 싫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우리는 그렇게 가면 안 된다. 무미건조하게 가야 된다’고 하더라. 감독님이 미국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를 참고하라고 했는데 너무 건조해서 이렇게 하면 안 될 것 같더라. 그래서 타협점을 찾은 게 ‘트루 디텍티브’보다는 업 시키고 보통 우리가 봐왔던 형사보다는 좀 다운시켰다”
각 인물들의 배경이나 성격 등에 대한 설명도 거의 전무하다. 채이도를 포함한 네 인물들은 모두 하나의 사건 안에서 각자의 목표를 위해 움직이지만 인물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고 왜 변화를 겪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다. 이에 김명민은 캐릭터를 잡아가는 데에 여러 가지 고민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보통 캐릭터의 전사를 쓰는데 감독님이 그런 걸 상상하지 말라고 하더라. 채이도는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형사가 된 게 아니라 본인 잘난 맛에 사는 애다. 그만큼 똑똑하고 사건을 수사하는 데 촉이 좋다. 동료 경찰이 죽음에서도 ‘내가 동료의 원수를 갚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능력도 안 되는 애한테 사건을 맡기니까 애가 죽지 않냐’ 이런 식으로 말한다. 그런데 너무 그렇게 단선적으로 가다보면 후반부에 충격이 없을 것 같아서 연기하면서 약간 츤데레 같은 모습을 깔아 놨다. 워낙 그런 감정들 자체가 표현될 수 있는 신들이 없었고 감독님이 철저하게 배제시켰다”
인물들 간의 복잡한 갈등 관계나 감정 묘사를 뒤로하고 사건에 초점을 맞춘 영화인만큼 배우들에게 요구되는 박 감독의 디렉션도 확실했다. 박 감독은 본인이 그려놓은 인물들의 설정을 각 배우들에게 그대로 입혔고 그의 의도에 신뢰를 보낸 김명민은 ‘감독님한테 최적화된 배우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촬영에 임했다.
“배우들에게 기대를 걸면 안 되고 감독님 이름에 기대를 해야 한다. 이건 감독님의 영화다. 배우 개인의 욕심을 얻으려 했다면 들어오기 쉽지 않았을 작품이다. ‘신세계’와도 비교하면 안 된다. 감독님은 전작을 답습할 생각이 아예 없었다. 본인의 색깔로 느와르긴 하지만 기존에 본 적이 없는 느와르를 만들었다. 조직폭력배가 등장하지 않고 참신한 소재 속에서 기획 귀순자를 내세우면서 답답한 정서를 반영하려고 했던 것 같다”
관객들이 ‘브이아이피’에 기대를 거는 또 하나의 이유는 쟁쟁한 배우들의 생소한 조합이다. 장동건, 박희순, 김명민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젊은 피 이종석까지 이들의 만남은 영화를 보기 전에는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최근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브로맨스 없이 첨예한 대립구조로 구성된 인물들의 조화는 김명민도 인정한 ‘브이아이피’의 또 다른 매력이다.
“그 낯섦이 우리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안에서도 마주치는 신이 거의 없다. 저 같은 경우나 세 명을 다 만나지 희순이 형은 아예 동건이를 못 만난다. 그래서 솔직히 영화에서 서로 의기투합해서 으X으X 하는 분위기는 없었다. 영화 자체가 구성이 그래서 술자리도 없었다. 그런 걸 다 감안하고 출연한 거다. 그런데 그 낯선 조합이 도리어 장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영화에서도 인물들이 다 물과 기름이다. 실제 영화 속에서도 서로 낯설고 브로맨스 같은 게 전혀 없다”
느와르 뿐 아니라 스릴러, 코믹, 드라마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에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연기력이 큰 몫을 했지만, 무엇보다 연기를 대하는 그의 진심이 이뤄낸 결과이기도 하다. 흥행에 대한 욕심보다는 흔들리지 않는 배우로서의 가치관을 중요시하는 그는 스스로를 ‘우직한 배우’라고 표현했다.
“흥행에 너무 안 민감해서 탈이다. 주변에서는 좀 그런걸 봐 가면서 작품을 선택하라고 얘기하는데 그게 제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천운이 따라줘야 하는 거다. 저는 그냥 제 일에 만족한다. 제 연기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제가 연기를 하고 있고 배우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흥행이 어떻게 보면 부와 명예를 쫓아가는 건데 그걸 먼저 보고 가다보면 내 생각이나 가치관이 흐려질 수 있다. 시나리오가 너무 좋은데 이게 안 되고 저게 안 되고 하면서 따지다 보면 제가 생각했던 배우의 길에서 벗어난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스스로가 영악해질 필요도 있는데 아직까지 그런 부분은 부족한 것 같다”
20여 년 동안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연기해오며 지칠 법도 하지만 그의 열정은 여전히 한결같았다. ‘브이아이피’ 이후에도 다양한 차기작들로 관객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는 그는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며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케 했다.
“제가 얼마나 오래 하겠어요. 벌써 지치면 안 되죠. 할 수 있을 때 해야죠”
‘브이아이피’는 오는 23일 개봉한다. 청소년 관람 불가. 러닝 타임 128분.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워너브러더스 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