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아이피’ 이종석 “주변 만류 불구 악역 도전…속 시원하다” [인터뷰]
입력 2017. 08.23. 11:25:23

이종석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브이아이피’를 보시고 ‘아 얘가 연기 욕심이 있구나. 이런 연기도 하는구나’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거 하나면 될 것 같아요”

배우 이종석의 바람대로 영화 ‘브이아이피(V.I.P. ,2017)’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그의 연기 변신이다. 뽀얀 피부와 '만찢남' 비주얼의 인상 덕에 여전히 소년의 이미지를 품고 있는 이종석이 느와르 영화의 사이코패스 살인마로 변신할 줄 어느 누가 예상했을까. 슬럼프의 돌파구로 연기 변신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한 이종석은 ‘브이아이피’를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했다.

지난 21일 서울시 중구 삼청동 모처에서 이종석이 시크뉴스와 만나 영화 ‘브이아이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 김광일이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 등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영화다. 네 배우 중 유일하게 먼저 박훈정 감독을 찾아가 직접 출연 의사를 밝힌 이종석은 배우 인생 첫 악역인 김광일을 만났다.

“중국 드라마를 촬영할 때 숙소에 있는 시간이 굉장히 많았다. 매니저가 옆에서 무슨 시나리오를 보고 있어서 읽어봤는데 이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한국에 가서 감독님을 찾아뵙고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장동건 선배님과 김명민 선배님이 투톱이고 김광일이라는 캐릭터는 극이 진행되는 과정에 필요한 장치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너가 맡을 역할이 타이틀 롤이야’라고 하시더라”

이종석이 연기한 김광일은 북한 고위층의 자제로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이코패스다. 역할이 역할인 만큼 영화에 등장하는 잔인한 장면들의 대부분에는 이종석이 등장하고 선하고 부드러운 그의 모습에 익숙했던 관객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종석 역시 이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

“일단 제 욕심에 하기는 했는데 다 찍어놓고 나서 걱정이 됐다. 팬들도 걱정이 됐고 영화가 개봉되는 시기와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방영 시기가 겹친다. ‘브이아이피’의 잔상이 남아있으면 멜로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우려가 됐다”


이처럼 극단적인 이미지 변신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가 ‘브이아이피’에 출연한 이유는 ‘남성 영화’에 대한 로망 때문이었다. 외모에서 오는 이미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었던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느와르의 악역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아마도 남자 배우들은 한번쯤 이런 역할을 해보고 싶은 욕심들이 있을 거다. 박훈정 감독님 표 느와르가 굉장히 중간이 없는 영화여서 굉장히 드라마틱한 느낌이 들겠다고 생각했다. 관객들도 이종석이라는 배우가 갖고 있던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제가 선한 역할로 많은 사랑을 받은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그런 걸 더 이어가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했다. 그런데 제 나이 또래에서 이런 악역 자체가 많지 않아서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도전하는 장르와 캐릭터인 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캐릭터 특성 상 공감도 어려웠을뿐더러 그간 많은 작품들에서 등장했던 사이코패스 살인마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여느 캐릭터처럼 인물의 전사나 역사를 만들기가 힘들었다. 공감이 잘 안되고 공감해서도 안 되는 캐릭터여서 고민을 많이 했다. 다른 작품에서 봐왔던 사이코 캐릭터들이 머릿속에 있었지만 다르게 표현하고 싶어서 고민했다. 감독님께서 ‘사람을 죽인다고 해서 쾌감을 느끼거나 그런 게 아니라 도리어 너가 소년스럽고 맑은 느낌이 있으니까 아이처럼 해맑은 느낌이면 새로울 것 같다’고 하셔서 그렇게 캐릭터를 잡아갔다”

특히 이종석은 극중 짧게 나오는 영어 대화 장면에서 고비를 겪었다. “원어민 수준으로 대사를 해 달라”는 박 감독의 말에 부담감을 느낀 이종석은 짧은 대사를 수 천 번 반복하며 연습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다는 그는 “영어는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감독님이 대충 해도 된다고 하시면서 ‘딱 하나 영어만 원어민 수준으로 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녹음파일을 수천 번 듣고 연습했는데 어떻게 안 되더라. 단어를 하나하나 전달하려고 하다 보니 대사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북한 말은 ‘코리아’랑 ‘닥터 이방인’때 해 봐서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는데 저도 영화를 보다가 등에 땀이 났다. 영어는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것 같다. 매니저도 영화를 보고 ‘영어 대사 빼고 괜찮았다’고 하더라”

그 외에 연기적인 부분은 선배 배우들의 조언으로 채워나갔다. “현장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임했다”는 장동건의 증언처럼 이종석은 적극적으로 선배들에게 다가가 도움을 요청했다. 4년 전 ‘관상’에 이어 ‘브이아이피’까지 그는 대선배들과 작품에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경험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관상’ 찍을 때도 선배님들과 같이 작업을 했었는데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신인이어서 선배님들한테 쉽게 다가가거나 질문을 할 수가 없었다. 같은 현장에서 선배님들 연기를 보면서 어깨 너머로 공부를 많이 했고 실제로 그 뒤에 작품들을 보면 발전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브이아이피’는 너무 생소하고 어려운 역할이어서 선배님들한테 적극적으로 여쭤봤다”


자신의 이미지와 느와르가 어울릴까 걱정했다는 이종석은 오히려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를 무기로 내세워 남들과는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아직 대중들의 평가가 남았지만 그는 ‘브이아이피’라는 큰 산을 넘은 자신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했다.

“속이 시원했다. 촬영하면서 대사 톤이나 여러 가지가 스스로도 생소하고 낯설게 느껴져서 걱정을 많이 했다. 보고 나서는 그래도 꽤 애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브이아이피’에서 만큼은 제가 가진 이미지를 무기로 삼았던 것 같다. 스스로에게 칭찬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영화를 보고나서 ‘그래도 고생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종석은 앞으로도 끝없이 변신을 시도할 예정이다. 그의 목표는 대중들이 늘 궁금해 할 수 있는 ‘새로운 배우’가 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굉장히 다작을 해왔는데 앞으로도 제가 가진 이미지나 연기를 최대한 많이 소비할 생각이다. 그냥 다 소비를 해 버리고 제 스스로가 더 이상 새로운 무기를 찾지 못하면 그냥 그렇게 소멸해버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렇게 다 소비하게 되면 저한테 들어오는 시나리오나 대본도 점점 줄어들 것이고 사람들이 나를 궁금해 하지 않기 시작하면 제 스스로도 절박해져서 또 새로운 걸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23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러닝 타임 128분.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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