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품위있는 그녀’ 김희선 “나와 비슷한 우아진… 겁났다” [인터뷰]
- 입력 2017. 08.25. 15:25:42
-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 배우 김희선은 곧 우아진이었다.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한 그는 매 회 감탄을 자아냈으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돋보일 수 있게끔 했다. 우아진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김희선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희선
‘품위있는 그녀’는 기존의 드라마와 눈에 띄게 다른 점이 존재한다. 흔하디흔한 로맨스 장르가 아니며 아이돌 출신 배우를 찾아볼 수 없다. 이와 같은 요소는 작품을 접하기 전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로 많은 드라마에서 이용하지만 오히려 ‘품위있는 그녀’는 40대 여자 배우 김희선과 김선아를 필두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드라마를 포함한 다양한 작품에서 남성이 빠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남자 캐릭터들은 극의 핵심을 맡고 있으며 여자 캐릭터보다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설정이 빈번하다. 더불어 실제로 유부녀인 김희선처럼, 여자 배우가 기혼이면 작품에서 맡을 수 있는 캐릭터는 더욱 줄어든다.
“결혼으로 맥이 끊긴 여배우들이 많은 반면에 전 꾸준히 활동 하고 있어서 달라 보인다는 시선도 있지만 저 또한 설자리가 없어요. ‘나이도 많지만’ 매력 있는 여성 혹은 아이 엄마 아니면 맡을 수 있는 캐릭터가 없거든요. 그래서 이런 시나리오만 들어오면 사실 겁이 나요. 우울해지고요. ‘난 이제 무조건 이런 역할에 한해서만 골라야하는 구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엄마 캐릭터를 맡으면 매력 있는 ‘엄마’가 되거든요. 여자가 아니라. 그래서 조금 씁쓸해요.”
MBC 드라마 ‘앵그리맘’에서 미혼모 조강자를 맡은 바 있지만 당시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극 중 나이 대에 비해 성숙한 자녀로 ‘엄마’라는 인식이 덜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완전한 엄마였고 대기업 재벌가의 며느리였다.
“실제 제가 처한 상황과 비슷한 역할을 하니 겁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반응이 좋아 기분이 좋았어요. 제 나름 크게 용기내서 한 건데 작품이 잘 안됐으면 더 좌절했을 것 같아요. 지금 이렇게 다른 사십대 여배우들을 대표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분이 좋아요.”
김희선은 사실 ‘품위있는 그녀’를 시작하기 전 믿고 가는 소재가 없어 “불안했다“고 밝혔다. 아이돌도 없고 로맨스도 없어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요소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마음고생 정말 많이 했어요. 시작 전엔 김선아 언니와 절 가지고 어떻게 해야 하지 싶었거든요. 과거 흥행했던 작품을 다시 얘기하면서 이목을 끌고 싶진 않았어요. 과거에 연연해서 예전에 했던 걸 들먹이면서 까지 치졸하기는 싫었거든요.(웃음) 그리고 백미경 작가님께서 ‘힘 센 여자 도봉순’보다 이 작품을 먼저 집필하셨는데 방송은 ‘힘 센 여자 도봉순’이 먼저 방송이 됐잖아요. 우리 작품은 방송사가 안 잡히고… 또 한 작가가 두 작품 모두 잘 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거든요. 그래서 ‘힘 센 여자 도봉순’이 잘 되면 우리 작품이 잘되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저 열심히 하다보면 복이 따르겠지 싶었는데 1, 2회에서 시청률이 낮았잖아요. 그래서 좌절했는데 계속 시청률이 올라서 놀랬죠.”
1회부터 5회까지 3%대를 유지하던 시청률은 시청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나날이 상승했다.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리던 시청률은 15회에 잠깐 주춤했지만 마지막 회 12.1%를 기록하고 JTBC 최고 시청률을 다시 썼다.
“전 30~40% 시청률이 나올 때 활발하게 활동해서 ‘품위있는 그녀’의 시청률을 보고 의아했어요. 제가 할 땐 10%가 가장 낮은 시청률이었거든요. 그래서 ‘이게 또 다른 문화구나’싶었어요.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한 건 처음이니까요. 이제는 적응이 됐어요.”
간병인이 대기업 사모님이 되는 것이 발단인 ‘품위있는 그녀’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이를 더불어 극중 다양한 요소들이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이었기에 시청자는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지만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들에겐 오히려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더 사실적으로 연기하기 위해 실화를 찾아볼 수 있었지만 김희선은 오롯이 자신의 연기를 보여주고자 “사전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찾아보면 선입견이 생길 것 같아 얘기만 듣고 반영은 하지 않았어요.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극 중 아버님 안태동(김용건)의 생신잔치에서 며느리인 제가 노래를 부르고 막춤을 추잖아요. 그것도 실화래요. 감독님이 그냥 힌트만 주시고 팁은 안주셨거든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춤도 추고요. 막춤은 미리 준비해가면 막춤이 아니게 되거든요. 그래서 준비하지 않았고 노래는 뽕짝으로 하되, 아버님의 취향에 맞게끔 준비했어요.”
김희선은 인터뷰 내내 꾸밈없는 모습과 털털함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과거에 비해 김희선이 솔직해진 것이 아닌, 방송가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었다.
“저 때는 여배우가 술 마신다고 그러면 모든 것이 끊겼어요. ‘어떻게 텔레비전에서 그런 얘길 하냐’는 반응이었죠. 그래서 매니저가 인터뷰를 안 잡기도 했어요. 그런데 전 이 세상에서 솔직한 것이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미지 때문에 술을 안 좋아한다고 했다가 술집에서 대중들을 만나면 얼마나 배신감에 휩싸이겠어요. 방송에서 늘 ’술 맛있다‘고 하고 하면 그러려니 하시겠죠. (웃음) 솔직한 것이 최고에요. 어른들 말 중에 틀린 것 하나도 없더라고요.”
[김지영 기자 news@fashsionmk.co.kr / 사진= 한지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