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있는 그녀’ 김선아 “죽음으로 시작하는 박복자… 결말 중요치 않았다” [인터뷰]
입력 2017. 08.28. 11:43:43

김선아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방영한지 어언 12년이 흘렀음에도 배우 김선아가 출연했던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인생 드라마’로 남아있다. 함께 호흡했던 현빈, 정려원, 다니엘 헤니 등 주, 조연 배우들을 스타 반열에 오르게 했을 뿐 아니라 김선아에게는 ‘로코퀸’이라는 수식어를 안겼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을 연출했던 김윤철 감독이 김선아에게 건낸 ‘품위있는 그녀’는 또 한 번의 인생 작을 예고해 배우 본인은 물론 시청자들의 기대를 높였다. 이번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었다. 멈출 줄 모르는 탐욕으로 끝내 살해당한 박복자로 분한 김선아를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복자가 죽임을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하잖아요. 굉장히 독특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죽은 박복자가 내레이션을 하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느꼈고요. 지금까지의 드라마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할 땐 죽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시작했어요. 죽은 건 결론이고 거꾸로 서사를 자세하게 하잖아요. 박복자가 부모에게 버림받아 힘들게 살았고 중간엔 감옥도 다녀오죠. 그리고 안태동의 일가에 들어가고 자리를 꿰차게 됐을 때 하던 행동들 모두가요. 그래서 박복자의 결말이 저에겐 중요하지 않았어요.”

안태동의 간병인으로 집안에 들어온 박복자는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회장님 건강 말고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안태동이 없는 자리에서는 표준어를 쓰고 안태동과 재혼해 아이를 낳고 싶어 하며 대성펄프의 부회장으로 들어와 회사를 매각하고 도주했다. 수개월간 박복자로 산 김선아 역시 “혼란스러웠다”고 밝혔다.

“사투리를 쓰는 것조차도 가짜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었어요. 진짜 복자의 진심이 뭔지 모르니까 물음표를 두고 혼자 싸움을 하면서 연기를 해야 했어요. 초반엔 감독님과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질문도 되게 많이 던졌는데 나중엔 질문을 멈췄어요. 나는 어차피 답을 모르고 어느 선까지가 정답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끝에 가서 복자가 왜 도망갔냐고 묻는 우아진에게 말하죠. 뺏어 갈까봐 도망갔다고. 근데 도망 가봤자 호텔인 게 너무 안됐더라고요. 어쩌면 운규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버지에게 외면 받는 안재구(한재영)의 외동아들 안운규(이건우)는 극중 캐릭터에 대한 서사가 심도 있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성적인 성격에 방안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고 엄마 박주미(서정연)와 박복자와의 다툼에 집에서 쫓겨나지만 반항 한번 못하고 우아진에게 찾아갈 뿐이다. 김선아는 안운규가 박복자와는 달리 부유하게 자랐지만 부모님과 친구 없이 외롭게 산 박복자와 비슷하게 느낀 것이다.

“‘품위있는 그녀’는 누구에게나 필요한건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대한민국의 상류층, 하류층을 이야기하는데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것을 다루고 있거든요. 사람이 부딪히면서 다른 이의 손길이 필요하고 또 누구나가 필요한건 사랑이 아닐까요. 이게 대본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 같아요.”



극중 박복자는 다른 이들과 이야기하며 걱정거리를 털어놓지 않는다. 극의 말미가 돼서야 우아진에게 일말의 본심을 고백할 뿐이지만 다른 캐릭터에 비해 외로운 인물이다. 김선아는 외로운 박복자를 연기하기 위해 실제로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자제하며 캐릭터에 몰입했다.

“복자라는 삶을 살기 위해 김선아를 잠깐 잊어야 해요. 솔직히 몇 년을 알고 지낸 친구도 성격과 상황을 다 알 수 없잖아요. 그런데 전 몇 년을 산 인물을 연기하려니 그냥은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작품을 할 땐 개인생활을 버려요. 그게 제 스스로를 많이 외롭게 했던 것 같아요. 어쩌면 바보 같기도 하죠. 하지만 다 가질 순 없잖아요. 누군가의 삶을 살 땐 그래도 이 사람한테 덜 미안하려면 제가 제 친구랑 덜 놀아야죠. 저는 제가 모자라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이렇게라도 집중해야지’하는 거죠. 그냥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거예요. 제 신념 같은 거죠.”

[김지영 기자 news@fashsionmk.co.kr / 사진=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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