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있는 그녀’ 정상훈 “안재석, 밉지 않았던 이유? 연기력” [인터뷰]
입력 2017. 08.30. 09:09:40

정상훈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 연출 김윤철)의 주인공 우아진(김희선)의 남편 역할로 배우 정상훈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의아한 반응 일색이었다. 유행어 ‘양꼬치엔 칭따오’로 유쾌한 모습이 각인됐기에 ‘김희선과 정상훈이 부부로 어울릴까’하는 반응들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품위있는 그녀’를 한 회 만이라도 본 시청자들은 안다. 정상훈이 아니면 안재석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없었다. 그야말로 ‘찰떡’이었다. ‘품위있는 그녀’에 이어 30일 개봉한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도 주연을 맡아 행복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정상훈을 최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정상훈이 맡은 안재석은 대기업 회장의 둘째 아들이지만 똑 부러지는 면모는 없다. 회사 일은 안중에 없고 딸의 미술 선생님 윤성희(이태임)에게 빠져 온통 윤성희 생각뿐이다. 윤성희를 위해 티슈 케이스에 윤성희 그림을 넣고 윤성희와 이별했을 때는 그 티슈를 안고 눈물을 흘린다. 이혼하자는 우아진의 말에는 “미안하지만 이혼은 못해. 둘 다 사랑해”라고 말하며 초등학생 저학년인 딸 안지후(이채미)보다 철이 들지 않아 딸이 “아빠 철 좀 들어”라고 할 정도다. 지질하고 매력을 끄는 모습은 찾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밉지 않다.

“안 미워 보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보다 연기력이죠.(웃음) 많은 분들이 걱정한 걸 알아요. 드라마 제작사도 걱정을 했고요. 하지만 대본 연습 때 아주 빵빵 터트렸죠. 캐릭터 기가 막히게 잡았다싶었어요. 밉상 연기는 누구나 잘 할 수 있지만 제 장점을 살리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접목을 어떻게 할지가 문제였죠. 그래서 일부러 천천히 눈을 껌뻑거리는 리액션을 한 거예요. 시청자가 보기에도 ‘쟤 말 이해한 거 맞아?’라는 반응이 나오게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모티브 할 인물이 없었어요. 다 멋있기만 하고 소시오 패스 같은 인물뿐이었죠. 기존의 캐릭터는 가지고 가기 싫었어요. 그냥 욕만 먹다가 끝날 것 같았거든요. 감독님과 고민을 많이 해서 안재석이 탄생할 수 있었죠”

김윤철 감독은 섬세한 디렉팅을 하기로 자자하다. 배우에게 캐릭터에 맞는 헤어스타일, 옷, 액세서리를 직접 지정해주며 소품을 언제 사용해야할 지도 정해준다. 앞서 김희선, 김선아, 이태임, 이희진과의 인터뷰에서 모두 “김윤철 감독의 섬세한 디렉팅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처음에 대본 리딩 했을 때 그대로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잘 표현하고 있어요’라고 해주셨어요. 다른 분들은 애드리브 못하게 하셨지만 유독 저만 애드리브가 허용됐어요. 그래서 적재적소에 넣었죠. 이기우씨와 한 화면에 잡힐 땐 일부러 안재석의 지질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제가 키를 낮추곤 했어요. 그럼 전 더 작아져서 이기우 씨를 올려다보고 이기우 씨는 절 내려 보니까요”



정상훈과 함께 합을 맞췄던 김희선, 이태임은 “정상훈 덕분에 장면이 잘 나올 수 있었다”며 감사인사를 표했다.

“예전부터 연기 지론이 상대방을 감동시키면 당연히 나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과는 달라요. 연기는 상대방과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제 연기를 잘 주면 상대방도 저에게 잘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상대 배우들을 잘 챙겼죠. 연기는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장면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렇게 배워왔고 무대에서도 이런 것을 배웠으니까요.”

극중 안재석은 우아진과 이혼할 수 없다며 변호사 없이 이혼 소송을 항소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극의 말미, 시장에서 생선을 다듬는 여자에게 반하는 것으로 서사가 끝난다.

“두 여자 모두 사랑한다는 건 이해가 안 되죠. 역할에 빠져서 이해가 될 뿐이에요. 인간은 다 평온하고 사랑하고 미워하지 않는다면 가능하겠죠. 하지만 인간은 사과를 집었으면 그 손은 포기해야 하잖아요. 사과를 집으면 손을 못 쓰는 게 당연한 거니까요. 하지만 인간은 또 사과를 집고 싶어서 입에 사과를 물어서 결국엔 말을 못하는 인간이 되죠. 안재석은 그런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결말은 대만족이에요. 인간은 변하지 않는 다는 것을 말하죠. 사람은 변하려고 애쓸 뿐이지 보성은 변하지 않아요. 저도 사실 아이들 때문에 담배를 끊었다가 지금 다시 피는데 금연했던 5년 동안 꾸준히 꿈에 나왔어요. 이와 같은 맥락 아닐까요? 참으려고 그냥 애쓰는 거죠”

정상훈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쌓은 이미지 때문에 드라마 캐릭터와 중복돼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 단호히 “감히 말씀드리는 건, 이제 그런 고민 안하셔도 된다”고 밝혔다. 그만큼 자신이 있기에 나온 대답이었다. 정상훈은 코미디 연기뿐만이 아닌 나쁜 역할, 진지한 캐릭터도 잘 할 수 있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어렸을 땐 쌍꺼풀이 한 쪽만 있어 선한 인상이 아니었다며 쌍꺼풀까지 없앤 모습을 보이곤 “그렇죠?”라고 되물었다.

“배우는 그냥 연기만 잘하면 된다고 봐요. 전 거북이처럼 꾸준히 천천히 가고 싶어요. 멈추지 않고 무던히, 천천히, 꾸준하게요. 꾸준한 것에 당할 사람은 없다고 보거든요. 훗날 제가 들떠서 공중에 떠있는 제 자신을 봤을 때 다리를 끌어 내리면서 초심을 다잡을 거예요”

[김지영 기자 news@fashsionmk.co.kr / 사진= 권광일 기자]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