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호 작가, 마리 카트란주 역카피 사건 비화 공개 “미술계 선례” [인터뷰]
- 입력 2017. 08.31. 17:55:51
- [매경닷컴 시크뉴스 이상지 기자] “개인 뿐 아니라 미술계 선례를 만들고 싶었다. 상대가 잘나가는 디자이너여서 문제를 짚고 넘어가기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했다.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겠지만 그런 분쟁은 꾸준히 있어왔다”
사진작가 이명호(42)가 2년 전 영국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마리 카트란주가 자신의 작품 일부를 무단 도용 사건에 관한 사건에 관한 비화를 지난 30일 오후 서울 사비나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혔다.
그간 카피 종주국이라는 오명을 써왔던 한국에서 이명호 작가의 작품을 마리카트란주가 역카피 사례는 보이지 않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대중의 인식 수준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사례로 남았다. 더불어 해당 사건은 한국 패션이나 문화의 수준이 상승했다는 것에 대한 증거 자료가 됐다.
이 작가는 해당 카피 사건에 대해 한 지인으로부터 ‘축하한다’는 문자를 받으면서 무단 도용 사건에 관한 제보를 받았다. 이에 대해 2015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그가 처음 법원에 요구한 금액은 200만불(약 24억)이었다.
“처음에는 상대방측에서 전면으로 부정했다. 교묘하게 빠져나가려 한 것이다. 하지만 나무의 일부분을 지운 것이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문제의 작품인 '나무…#3'은 2011년 경기도 안산 시화호에서 촬영됐고, 2013년 4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포토 2013'에서 처음 공개된 바 있다.
이 작가는 “국내 한 유명 디자이너로부터 연락이 와서 컬래버레이션을하면 어떠냐고 제안을 받기도 했었다. 쿠사마야오이나 데미안허스트 등 아트 상품 팬시용품 연매출 수백억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소장자의 소장 가치를 지키기 위해 거절해왔던 터였다”라고 말했다.
마리카트란주는 이 작가의 작품의 일부를 포토샵을 사용해 지우고 자신의 티셔츠와 가방 디자인으로 사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판매했다. 현재 ‘알파벳 T’ 제품은 홈페이지에서 삭제되었고 관련 온라인 쇼핑몰과 매장에서도 해당 제품이 철수된 상태다.
지난 1월 3일 최종 합의를 결정하며 길었던 재판이 종료됐다. 1년 반 가까이 표절 소송을 진행, 마리 카트란주로부터 공식 사과와 함께 손해배상 합의를 끌어냈다. 이후 공식 사과문을 받으며 사실상 승소로 사건을 종결했다. 재판이 아닌 합의를 하게 된 배경으로 상대가 같은 창작자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덧붙였다.
“끝까지 가서 그가 과하게 상처를 입으면 안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 합의 결정을 했을 때 내 작품이 좋았기 때문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몰아붙이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스스로의 기호로부터 출발하지 않았을까”
이명호 작가는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의 교수로 있으며 중앙대학교 사진학과(학사) 및 동 대학원(석사) 졸업했다. 2007 국내 갤러리팩토리에서 열었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14년 베이징 798 사진갤러리, 2017년 뉴욕 요시밀로갤러리, 사비나미술관 등 국내외의 유명 갤러리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상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