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니는 살아있다’ 박광현 “생애 첫 깐죽 악역, 고해성사 한 기분이에요” [인터뷰]
- 입력 2017. 09.21. 14:49:49
- [시크뉴스 홍혜민 기자] “데뷔 20년이요? 실감은 안나는데 시간 정말 빠른 것 같아요.”
배우 박광현에게 2017년은 뜻 깊은 해다. 1997년 SBS 톱탤런트 선발대회로 연예계에 데뷔한 뒤 어느덧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박광현은 20주년이 실감나지 않는다면서도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다”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그러나 박광현에게 올해가 특별한 이유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오랜 시간 선하고 능력있는 ‘백마 탄 실장님’ 콘셉트의 역할을 도맡아왔던 박광현이 올해 처음으로 ‘악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시도한 것. SBS 주말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추태수 역을 맡은 박광현은 찌질하고 깐족대는 악역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하며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면모를 드러냈다. 시청자들은 기존 이미지를 탈피한 박광현의 연기 변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박광현은 최근 ‘추태수’로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언니는 살아있다’ 시청률이 20%를 넘었어요. 좋은 건지 나쁜 건지…(웃음) 악역을 맡다보니 욕도 많이 먹긴 했지만 항간에서는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왜 진작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냐’는 이야기도 하더라고요.(웃음) 사실 지금까지는 악역을 맡을 기회가 없었어요. 많은 분들이 느끼는 저의 이미지 자체가 나쁜놈 보다는 젠틀하고 풋풋한 이미지여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제 스스로도 새로운 이미지로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추태수를 만난거죠.”
이어 박광현은 이제 갓 발을 들인 깐족 악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예전에는 막장 드라마 이런 쪽 캐릭터는 ‘내 분야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그러다가 추태수를 연기하게 됐는데 ‘앞으로 이런 캐릭터가 내 분야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확 들더라고요.(웃음) 또 지금은 조금 시청자 분들께 연기를 통해 제가 고해성사를 한 기분이 들기도 해요. 그동안 제 안에 이런 모습도 있는데 그런 끼를 다 감추고 실장님만 했던게 죄송스럽기도 하고… 그런데 또 제 ‘백마탄 왕자’의 느낌을 좋아해 주셨던 분들은 ‘나의 왕자님이 저런 나쁜 놈이 돼서 돌아오다니’ 하시기도 해요. 많진 않지만 일본 팬 분들이 그런 댓글을 가끔 남겨주시더라고요. ‘우리 왕자님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하고요.(웃음) 그래도 이렇게 계속 깐죽 캐릭터로 10, 20년 정도 또 가려고요. 연기하면서 깐죽대는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성공적인 연기 변신으로 좋은 반응을 얻게된 지금에야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사실 박광현은 처음 악역 추태수 역을맡게 됐을 땐 자신감보단 불안함과 두려움이 컸다고 입을 열었다.
“첫 악역에 도전하면서 욕 먹을게 두렵진 않았는데 연기해야 하는 것이 두려웠어요. 이미지가 비슷한 캐릭터만 하다보면 대사도 대사지만 리액션이 항상 일정하거든요. 그러다보니 매일 쓰던 리액션 기술들이 있는데 그걸 못 쓰고 안 써봤던 다른 연기를 해야하니까 그런 부분이 가장 힘들었죠. 꾸며진 모습 대신 내추럴한 모습을 많이 보여줘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너무 내추럴한 모습을 보여줬던 탓일까, ‘언니는 살아있다’ 초반 박광현은 뜻밖에도 ‘라미네이트’로 화제가 됐다. 라미네이트를 한 윗니와 하지 않은 아랫니의 색깔이 다르다며 시청자들이 지적을 하고 나섰던 것이다. 이는 ‘짤’로도 만들어지며 드라마 만큼이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처음에는 뭔가 계산적으로 표정 연기를 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제가 느끼는 감정대로 이 신에 몰입하면 표정도 자연스럽게 나오겠지 했는데 그게 갑자기 라미네이트로 넘어가서…(웃음) 건강상 윗니와 아랫니 중 하나는 차기 치아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윗니만 라미네이트를 했던 건데 그게 색이 다르다고 문제가 돼서 ‘박광현 연기하는데 이빨만 보임’ 하는 글도 올라오고 갑자기 짤로 돌아다니기도 하더라고요. 그 뒤로부터는 치아에 신경을 쓰면서 연기를 하게 됐고, 표정을 과하게 짓진 말자 생각하면서 계속 연기 하고 있어요. 라미네이트가 화제가 됐지만 괜찮아요. 어찌됐든 화제가 됐으면 된거죠.(웃음)”
하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박광현은 자신이 구축한 추태수 캐릭터로 확실하게 스토리를 이끌어 나갔고, 구세경(손여은)과 조용하(김승한)이 있는 집에 불을 지르는 방화 장면은 그 회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최고의 1분’에 등극하기도 했다.
“방화 장면이 최고의 1분이 됐더라고요. 그 회에 몇 신 나오지도 않았는데 제가 나온 장면이 최고의 1분이 되니까 다른 배우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죠. 특히 방화 장면에서 추태수가 입고 나온 옷은 제가 직접 설정했던 거였어요.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았죠. 최근에는 밀고있는 유행어가 있는데 ‘꺼지고 또 꺼져’에요. 손여은 씨한테 ‘꺼져’라고 하는 대사가 있었는데 제가 ‘꺼지고 또 꺼져’라고 바꿔서 했더니 반응이 조금 괜찮아서 끝날 때 까지 그 대사를 조금 더 밀어볼까 싶어요.(웃음)”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하며 또 다른 연기 전성기를 예고한 박광현은 이후 예능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현재 본격적으로 예능 출연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박광현은 올해 12월 결혼 3주년을 맞는 아내와 딸 하온이와 함께하는 가족 예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제 입으로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워낙 아이를 좋아해서 가정에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가족 예능이요? 안그래도 부부 예능,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육아 예능 등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어요.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요.”
최근에는 이사를 준비하며 직접 가구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박광현은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사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그냥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게 목표에요. 그래서 지금도 연기랑 함께 골프 레슨도 하고 있고, 가구도 소소하게 만들면서 살고 있어요. (음반 계획은 없나?) 음반은 솔직히 지금은 생각이 없어요. 50살이 지나고 나서 트로트 앨범이나 기념 앨범으로 내면 냈지.(웃음) 또 예능도 준비하고 있고, 내년 초 쯤 새로운 드라마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모든 일에 버리는 시간이 없게 40대를 살 생각이에요. 이번 드라마 하면서 남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는 내성이 생겼어요.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난 나의 길을 가련다’ 하는 내성이요.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떻겠어요. 지금이 행복하면 됐죠.”
[홍혜민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