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논쟁] ‘그대 안의 블루’부터 ‘비밀은 없다’까지, 국내 ‘페미니즘 영화’의 현주소
입력 2017. 09.25. 15:00:00
[시크뉴스 홍혜민 기자] 최근 페미니즘이 사회적 이슈로 떠로으며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아우르는 용어인 ‘페미니즘’이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말 부터였다. 이전까지 금기시 돼 오던 페미니즘이 대두되면서 90년대에는 영화계에도 페미니즘에 대한 담론을 제시하는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현승 감독의 데뷔작인 ‘그대 안의 블루’는 1992년 개봉 당시 최초의 페미니즘 영화라는 타이틀로 관객들에게 선보여 진 작품이다. 안성기, 강수연 주연의 ‘그대 안의 블루’는 일과 결혼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 전문직 여성의 딜레마를 다룬 작품이었지만, 개봉 이후 여성계로부터 ‘일과 사랑을 이분법적 시각으로 본 어설픈 페미니즘이자 남성 중심 여성관’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논쟁에도 이현승 감독은 3년 뒤인 1995년, 또 다른 페미니즘 영화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를 통해 남녀평등 문제를 화두에 올렸다. 해당 작품에서는 채시라가 광고 카피라이터로 출연,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딪치는 직장 생활과 사회 생활을 딛고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내용을 그렸다. 하지만 이 역시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으로 극명하게 갈리며 ‘페미니즘 영화다, 아니다’를 두고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페미니즘의 대중적 확산을 알린 공지영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인 1995년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세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의 자립과 홀로서기를 다룬 페미니즘 영화다. 학창시절 절친이었던 세 여성의 굴곡진 삶을 통해 여성의 성적 억압과 불평등 문제를 다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연극으로도 만들어지며 ‘페미니즘’이라는 이슈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작품은 1995년도 좋은 영화, 심혜진의 제 32회 백상예술대상 여자 연기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임상수 감독의 데뷔작인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년작) 도 국내 페미니즘 영화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강수연, 진희경, 김여진이 세 명의 미혼 여성으로 등장해 그들이 생각하는 섹스와 남자에 대한 성 담론을 정면으로 펼친 해당 영화는 ‘여성의 성에 대한 표현은 언제나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라는 통념을 깨고 여성이 주체가 되는 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처녀들의 저녁식사’는 이후 ‘올해의 여성 영화’로 뽑히기도 했지만 여성의 독립이 대부분 남성들의 입맛에 맞춰진 섹스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성향의 여성 평론가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02년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 역시 국내 페미니즘 영화로 언급되는 작품으로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여성 버디 액션 형식의 ‘펄프 누아르’ 장르를 표방한 작품이다. 하지만 해당 작품 역시 영화의 형식이 남성 누아르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시각 역시 남성 중심적이었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영화의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 외에도 ‘싱글즈’(2003년작), ‘뜨거운 것이 좋아’(2007년작), ‘차이나 타운’(2015년작), ‘비밀은 없다’(2015년작) 등이 2000년대 페미니즘 영화로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도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영화들은 꾸준히 관객들을 만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영화계에 ‘페미니즘 영화’라는 타이틀로 선보여진 영화들 가운데 몇몇 작품은 단순히 여성 배우가 이야기를 이끄는 영화들이 ‘페미니즘 영화’로 마케팅 되는 등 페미니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수반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아쉬움을 자아낸다.

‘델마와 루이스’나 ‘히든 피겨스’ ‘바그다드 카페’ ‘안토니아스 라인’ 등 페미니즘을 소재로 한 다양한 영화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해외 영화계와는 달리 국내 영화계에서 페미니즘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지 않다는 점 역시 아쉽다. 또 페미니즘을 표방한 영화들 역시 연출이나 본질적인 내용에 있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 등은 앞으로 영화계에서 그려낼 ‘페미니즘 영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홍혜민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각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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