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직격톡] 한국영화가 불편한 관객에게 영화감독이 전하는 ‘한마디’
- 입력 2017. 09.29. 17:51:34
-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 불모지였던 한국이 영화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위상이 달라진 것은 물론 기적 같은 일로 여겨지던 해외 영화제 수상 역시 수가 늘고 있다.
영화 '대장 김창수' 이원태 감독, '남한산성' 황동혁 감독,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 '침묵' 정지우 감독(왼쪽부터 시계방향)
이 같은 성장에도 한국 관객들은 잔혹 느와르에 지치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식 휴머니티로 선회한 일제강점기를 접근하는 방식에 혼란스러워한다. 비슷비슷한 소재와 설정이 반복되는 영화계에서 ‘그럼에도’를 외치는 감독들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한국 영화가 겪는 성장통에 함께 동참해야 함을 시사한다.
▶ ‘대장 김창수’ 감독 이원태 “역사는 박물관 소장용이 아니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 중 독립 운동가들을 소재로 한 영화는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의 흥행코드 자리를 틀어쥐고 있다. 영화 ‘암살’은 1200만을 넘었고 ‘밀정’은 천만은 넘지 못했지만 750만을 기록해 흥행 공식을 확고히 했다. 그러나 성공한 몇 작품들에 기댄 비슷비슷한 영화들이 이어져 식상한 코드 취급을 받기에 이르렀다.
오는 10월 19일 개봉을 앞둔 ‘대장 김창수’는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에서 독립 운동가들의 정신적 지주로 등장했다 사라졌던 김구의 청년기를 조망한다. 이원태 감독은 입봉작으로 일제강점기, 그것도 백범 김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알아야 감정도 느낀다’라는 말로 역사를 과거로 묻어둬서는 안 된다며 화두를 던졌다.
“몇 년 전에 제 아이하고 상해임시정부를 간 적이 있다. 제 생각보다 너무 초라해서 그 안을 보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제 아이는 어리니까 왜 우는지를 모르더라. 그때 기본적으로 ‘아는 게 있어야 감정도 느끼는 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김구 선생님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서 쉽고 재밌게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역사물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면 모든 창작자들은 두려움을 가지고 임한다. 그렇지만 역사를 박물관에만 모셔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이 역사에 이바지 하는 거라 생각한다”
▶ ‘남한산성’ 감독 황동혁 “과거가 현재에 되풀이돼서는 안 돼”
영화 ‘도가니’로 ‘도가니법’이 생겼을 정도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작품을 만든 이력을 가진 황동혁 감독이 ‘남한산성’으로 다시 한 번 논쟁을 예고했다.
본적도 살아본 적도 없는 사극에 관객이 열광하는 이유는 몇 백 년의 간극을 두고 있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현 시대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섬뜩함 때문이다. 황동혁 감독 역시 이 같은 점을 언급했다.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니었는데 사드, 북핵 등 점점 한반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강대국들의 신경전이 과열됐다. 380년 전 병자호란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와 너무 비슷해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도 하다. 정치 이야기가 안 나올 수는 없는 것 같다. 이왕 나올 거면 이 영화가 제대로 한번 기폭제가 돼 화두가 던졌으면 바람이 있다. 그때 이미 겪은 일을 그대로 다시 겪으면 안 된다. 이미 겪은 일에서 교훈 얻어야하지 않을까. 다시 병자호란 사태 되풀이돼서는 안 되니까, 위정자들과 국민들이 함께 영화를 통해 던져진 화두를 가지고 어떻게 풀어갈지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 이것이 영화가 할 수 있는 순기능 아닐까”
▶ ‘침묵’ 감독 정지우 “사실일 수는 있어도 진실은 아니다”
치정과 복수에 스릴러 긴박감과 멜로의 애절함을 더한 ‘해피엔드’, 여고생의 젊음과 관능을 탐닉한 노시인의 일탈을 그린 ‘은교’. 소재는 물론 전개 방식까지 비슷비슷한 내용이 무한 복제되는 한국 영화계에서 ‘참신한 은밀함’으로 다음 작품을 기대케 해온 정지우 감독이 세상을 다 가진 남자의 성이 하루아침에 위기일발의 상황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그린 ‘침묵’을 세상에 내놓는다.
‘해피엔드’ 이후 최민식과 18년만의 만남이라는 점, 최민식을 다시 한 번 위기의 상황에 몰아넣는다는 점에서 이 영화에 거는 세인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 이에 정지우 감독은 사실과 진실의 미묘한 차이를 언급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높였다.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하면 완벽한 성공을 하고 모두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살아 보니까 큰 구멍들이 나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남자의 이야기다. 그래서 그 구멍을 어떻게든 메워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과정이 이 영화의 이야기다. … 우리가 보이는 것을 사실이라고 믿는데, 그것이 사실일 수는 있어도 진실은 아닐 수도 있다. 드라마를 통해 그 사실과 진실이라는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
▶ ‘범죄도시’ 감독 강윤성 “중국인 아닌 범인 잡는 이야기”
잔혹한 중국 범죄조직과 도시 평화수호자인 괴물형사의 일생일대 ‘조폭소탕작전’을 그린 ‘범죄도시’는 중국과의 관계가 민감한 때에 중국범죄조직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오는 10월 3일 개봉을 앞두고 영화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청년경찰’이 조선족을 범죄조직을 그려 논란이 된 바 있어 ‘범죄도시’가 다시 한 번 반중 감정을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견해가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 강윤성 감독은 조심스럽게 영화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최근 '청년경찰' 때문에 조선족 논란이 일어났던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2004년에 있었던 사건들에 영화적인 상상력을 더해 만든 이야기다. 주민들과 같이 강력반 형사들이 나쁜 놈을 잡는다는 이야기여서 중국 동포 여러분들이 불편하게 생각하시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 범죄도시로 형사 영화의 계보를 잇고 싶었다. 강력반의 원펀치 액션을 선보여 차별성을 뒀다. 저희 영화는 초반부터 두 가지 콘셉트로 진행되다 하나로 합쳐진다. 형사 쪽 파트에는 코믹이 있고 장첸 쪽 파트에는 스릴과 긴장감이 있는 쪽으로 진행하다 나중에 맞닥뜨려서 시원한 액션으로 끝난다. 그런 포인트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김혜진 기자, 티브이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