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디어스’ 박윤희 디자이너, 생명이 깃든 옷으로 소통하다 [SFW인터뷰]
입력 2017. 10.16. 14:22:38

그리디어스 박윤희 디자이너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그리디어스 박윤희 디자이너는 다이아몬드 같은 삶을 꿈꾼다. 화려하고 반짝거리는 다이아몬드가 아닌, 원석 그대로의 다이아몬드를 닮고자 한다.

그리디어스는 오브제, 한섬, 도호 등을 거친 박윤희 디자이너가 2012년 직접 설립한 브랜드로 미국 유명가수 비욘세, 브리트니 스피어스, 앤 헤서웨이 등이 착용하고 소녀시대, 비욘세 , 우리은행 등과의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왔다.

“옷은 여자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당당하고 멋있어지기 위해서는 본인이 가장 솔직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추구하는 삶은 겉과 속이 같은 것이다. 우리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다르게 대하지 않나. 항상 어떤 상황이든 부끄럽지 않게, 동일한 모습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이아몬드가 이와 같은 맥락이다. 모두 반짝이지만 다 같은 투명도를 가진 것은 아니니까.”

그리디어스의 제품들을 살펴보면 옷을 반으로 접었을 때 양 측이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는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그리디어스 제품만의 아이덴티티다. 독특한 패턴과 디자인으로 인해 그리디어스는 소비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히고 강력한 이미지가 남게 되는 것이다.

이번 2018 SS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리디어스 콘셉트는 영화 ‘아바타’에서 착안했다. ‘아바타’는 가까운 미래, 지구의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나먼 행성 판도라에서 토착민 나비(Na’vi)와 전투를 벌이는 인류의 모험을 그린 SF 액션 블록버스터다. 국내에서도 흥행을 거둔 이 작품에서 박윤희 디자이너는 ‘교감’을 떠올렸다.

‘아바타’를 접하고 얻은 영감을 독특하게 풀어냈다. 이번 시즌 제품들은 그리디어스가 기존에 추구하던 스타일에서 보다 더 확대된 스타일을 선보인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인 데칼코마니를 그대로 고수한 채 ‘아바타’에서 얻은 자연과의 교감, 소통을 담았다. 또한 서로 반대되는 성향을 결합해 이번 시즌의 콘셉트로 풀어냈다.

“캐주얼하지만 럭셔리하고 또 로맨틱한 이미지를 풍긴다. 트레이닝 집업 스타일에 소매부분은 모두 비딩 처리를 했다. 이와 같은 작업은 쉽지 않지만 화려한 스타일이다. 트레이닝 집업의 캐주얼함과 비딩의 섹시하고 화려함. 이 조합은 극과 극 만남이지 않나. 새롭게 탄생하게 된 것이다.”



뉴욕과 파리 패션위크에 참석하며 일 년을 바쁘게 돌아다니는 그는 인터뷰 중에도 잠깐의 틈 조차 없어 보였다. 본지와 정각에 만나기로 한 시간에 십 여분을 늦었으며 쉴 새 없이 전화가 걸려오고 메신저의 답장을 하느라 인터뷰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들 어떻게 그렇게 일하냐고 하는데 즐기면서 한다. 일하는 것이 재밌다. 일 때문에 두, 세 시간씩만 잠을 청하지만 못 자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좋은 것을 보고 발견하고 사야 또 좋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회사에 근무할 땐 많은 명품들을 구매해서 공부하곤 했다. 그때도 3, 4시간씩 자면서 일했다. 재밌으니까 지치지도 않더라.”

박윤희 디자이너의 열정은 지금의 그리디어스를 탄생시킬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과거의 자신을 회상하며 지금의 패션계에 막 입문한 디자이너들에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는 희생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간절해야 자신의 진짜 되고 싶고 도달하고 싶은 지점까지 갈 수 있음을 언급하며 “힘들지 않고서는 얻어지는 것이 없다. 옷은 좋아서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옷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정말 여러 가지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멋만 부리려고 한다. 그러면 안 된다”라고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신념을 밝혔다.

2012년 브랜드를 창립한 후 2년 만에 뉴욕 맨해튼 편집숍 3NY에서 옷을 전시하게 됐다. 이로 인해 많은 스타들이 그의 브랜드를 알게 됐고 할리우드 스타의 스타일리스트들과 함께 작업하게 됐다. 이를 토대로 독립 디자이너 브랜드가 생존하기 어려운 한국 패션계의 현실에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비욘세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작업하면서 한국은 ‘마음이 작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브랜드를 다 사서 잡아먹어버리지만 미국은 작은 브랜드들의 부가가치가 쌓일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지켜봐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망이 없으면 바로 버리지 않나. 안타깝다"

[김지영 기자 news@fashsionmk.co.kr / 사진= 시크뉴스 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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