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 김창수’, 조진웅의 열연도 채우지 못한 115분의 신파극 [씨네리뷰]
- 입력 2017. 10.19. 10:34:37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역사적 인물은 영화에서 아주 매력적인 소재가 된다. 주인공 하나만으로도 관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으며 역사적 팩트와 상상력을 더해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장 김창수’ 이원태 감독은 백범 김구의 청년 시절, 김창수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첫 스크린 데뷔라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신파로 가득 찬 스토리와 아쉬운 연출력은 신선한 소재의 매력을 담지 못하며 영화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영화 ‘대장 김창수’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만든 이원태 감독의 첫 영화 연출작 ‘대장 김창수’는 1896년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은 청년 김창수가 인천 감옥소의 조선인들 사이에서 대장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 백범 김구가 아닌, 그의 청년시절인 김창수에 포커스를 맞춘 이 감독은 익숙한 인물의 새로운 이야기를 끄집어내 신선함을 꾀했다.
그의 시도는 좋았다. ‘대장 김창수’가 백범 김구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김창수라는 인물은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김창수가 김구라는 것을 몰랐던 관객들은 끝부분에 공개되는 반전에 놀라고, 이미 알고 있었던 관객들에게는 김구를 다시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문제는 그 인물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영화의 전개 방식이다.
영화는 명성황후의 시해범으로 추정되는 일본인과 김창수가 다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재판을 받는 김창수의 모습이 나타나고 그는 조선인의 억울함을 토로하며 울부짖는다. 이는 김창수가 사형수가 된 이유를 알려주기 위해 극 초반부에 필요한 장면이다. 하지만 관객들이 채 작품에 들어가기도 전에 휘몰아치듯 쏟아지는 대사들과 잔뜩 힘이 들어간 주인공의 모습은 다소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든다.
사형 판결을 받은 김창수는 이후 인천 감옥소에 수감된다. 그 곳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는 조선인 죄수들을 만나게 된 김창수는 그들을 도우며 인천 감옥소의 ‘대장’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김창수가 죄수들의 소장을 작성하고, 동료들이 형 집행과 사고로 죽음을 맞게 되는 장면들은 ‘7번방의 선물’ ‘검사외전’ 등 감옥을 소재로 한 기존의 한국 영화들을 연상케 하며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캐릭터의 사용법 역시 지극히 1차원적이다. 정만식과 정진영, 유승목 등 현실감 넘치는 조연들의 열연은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휘하지만 이들이 맡은 캐릭터는 김창수의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뿐이다. 갑자기 발생한 사고에서 난데없는 희생정신을 발휘하고, 한 순간의 감정으로 인해 악인에서 선인이 되는 캐릭터의 변화는 감동 대신 진부함만 낳을 뿐이다.
송승헌의 연기 변신 역시 아쉬움을 남겼다. 극 초반 간수들에게 가차 없는 폭행을 행사하며 등장하는 그는 ‘송승헌 표 악역’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인물의 냉철함과 살벌함을 표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느껴지는 어색한 대사 톤과 작위적인 눈빛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여기에 조선의 미래에 어떠한 희망도 없다고 확신한 그가 갑자기 혼란을 겪으며 변화하는 일명 ‘캐릭터 붕괴’는 극의 흐름을 깨는 주 요소가 됐다.
진부한 연출과 스토리가 이어지는 ‘대장 김창수’에 그나마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조진웅의 열연이다. 앞서 기자간담회, 인터뷰 등에서 백범 김구 역의 부담감을 온 몸으로 표현했던 그는 다양한 감정선을 부드럽게 소화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하지만 115분의 긴 러닝 타임을 주연 배우 한 명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관객은 없다.
앞서 영화계 뜨거운 감자가 됐던 ‘군함도’ 논란 이후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눈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지만, 이 감독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역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이 역사에 이바지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자신의 의도에 확신을 가졌던 그는 진실된 목소리로 영화에 담긴 메시지를 호소해왔다. 하지만 이를 받쳐주지 못한 연출의 미흡함은 결국 그의 의도까지 흐릿하게 만들었다. ‘대장 김창수’의 결과물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19일 개봉. 러닝타임 115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