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 “‘대장 김창수’, 야구 9회말 2아웃 같아” [인터뷰]
입력 2017. 10.19. 13:53:35

조진웅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스스로를 ‘충무로의 가성비 갑(甲)’이라고 칭하는 배우 조진웅이 영화 ‘대장 김창수’로 돌아왔다. 올 해에만 세 편의 영화를 개봉했으며 이후 개봉 예정인 작품도 두 개나 공개됐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만큼 ‘열일 행보’를 펼치고 있는 조진웅은 말 그대로 연기를 하는 사람인 배우의 일을 가장 부지런히 해내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시 중구 삼청동 모처에서 조진웅이 시크뉴스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영화 촬영과 홍보 활동 등으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영화에서의 얼굴보다 훨씬 야윈 모습으로 나타나 걱정을 샀지만 베테랑 배우다운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재작년에 ‘해빙’ 작업을 할 때 (촬영) 시기가 몰려버렸다. 그때는 정신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 작품씩 몰입할 수 있으니까 괜찮다”

이원태 감독이 3년 전 ‘대장 김창수’ 시나리오를 건넸을 때 조진웅은 백범 김구 역할이라는 얘기를 듣고 출연을 고사했다. 전 국민이 다 아는 위인을 연기하는 일에는 엄청난 부담감이 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나리오 초기 단계부터 조진웅을 점찍어 뒀던 이 감독의 진심이 통한 걸까,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공감한 조진웅은 결국 부담을 감수하고 ‘대장 김창수’ 출연을 결심했다.

“영화에 보면 ‘할 수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해서 하는 거다’라는 대사가 있다. 뜻깊은 생각이 있었던 것보다 ‘내 차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시나리오 받을 때는 제목이 ‘사형수’였다. 무슨 얘기냐 했더니 김구 선생 얘기라더라. 배우로서 이 이야기를 감당하고 ‘내가 할게’ 하는 사람이 많을까 싶다. 나는 안됐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의미가 있더라. 누가 어떻게 영웅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그냥 무심결에 손을 내밀어서 잡아줬는데 그 사람의 평생 은인이 될 수도 있다. 거기서 우리의 삶은 소중하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역시나 김창수는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명성황후 시해범을 살해하고 사형 판결을 받았지만 그의 의지와 뚝심에는 흔들림이 없다. 재판장 한 가운데서도 “나는 한 마리의 짐승을 죽였을 뿐”이라며 떳떳하게 소리칠 수 있는 그를 이해하고 연기하는데 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작업을 통해 조진웅은 김창수의 용기를 배웠다.

“일지에 있는 말을 그대로 대사로 인용하다보니 이 말까지 도달하기 위한 과정을 감내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일반 대본이었다면 ‘저는 여기서 이렇게 말하지 않을 것 같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명백히 본인이 하셨던 말이지 않나. 이걸 받아들이기까지 에너지를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김창수는 나보다 나이가 곱절이나 어린데도 이런 말을 당당히 했는데 나는 이 말을 하면서 이렇게 두려워 한다는 게 창피하기도 했다. 그래서 대사를 뱉을 때 많이 부끄러웠다. 그런 강단을 갖기까지의 작업이 힘들었다. 아무리 치기 어리셨다 할지언정 어떻게 이런 말을 하셨나 싶었다. 그 시대 상황에 들어가 보지는 못 했지만 그 느낌을 겪었다. ‘암살’때는 내가 독립운동을 할 수 있겠나 싶었는데 ‘대장 김창수’를 하고 나서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특히 극 후반부에 김창수가 사형 집행을 앞두고 죄수들과 인사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감정을 절제해야했던 조진웅조차도 오열을 했다고.

“‘대장 김창수’가 고마웠던 게 시나리오에 쓰인 순서대로 촬영을 했다. 그건 작업할 때 배우에게 있어서 최고의 호사다. 장면을 왔다갔다하면서 찍을 수도 있는데 웬만하면 순서를 지켰다. 그 장면에서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는데 신정근 선배님 눈을 보니까 미치겠더라. 우리는 다 배우들이고 촬영 끝나고 뒤에 가면 또 볼 수 있는데도 느낌이 이상했다. 감독님이 김창수는 울면 안 된다고 했다. 사형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굳건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동료들을) 보자마자 오열했다. 사운드는 후시 녹음을 해서 안 들리는데 실제로 보면 엉엉 울었다”


역사적 사실을 영화화하는 일은 많은 부담과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일이다. 자칫하다가는 의도와 상관없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고 관객들의 날선 비판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원태 감독은 결국 ‘대장 김창수’를 포기하지 않았고 조진웅 역시 모든 부담을 끌어안고 김창수를 연기했다.

“감독님한테 ‘좋은 얘기 많은데 왜 굳이 이런 얘기를 건드렸냐’는 말을 많이 했다. 그때 내가 느낀 확신은 역사 왜곡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준비를 잘 하면 있었던 사실을 왜곡한다는 것 자체가 더 힘들 것 같았다. 상상력이 들어간 게 있다면 김구 선생님이 첫 번째 감옥에서 항만 공사를 하시고 두 번째 감옥에서 경인선 공사를 하셨는데 두 번째 걸 앞으로 당겨 왔다. 이걸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왜곡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감독님은 대한민국 심장을 관통하는 철로공사를 통해서 정말 많은 (약탈이) 자행됐으니까 이게 정말 수난의 역사라고 생각하신 거다”

김창수는 사형수가 돼 죽음을 앞두고 있는 순간에도 끝까지 뜨거움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그 뜨거움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그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했다. 평소 ‘야구 광팬’으로 잘 알려진 조진웅은 김창수의 삶이 야구의 ‘9회말 2아웃’과 같다고 표현했다.

“‘대장 김창수’는 (야구에 비유하면) 9회말 2아웃 같은 느낌이 있다. 롯데가 후반에 들어서 역전승이 많았다. 그때마다 9회말 2아웃에서 역전 한 경우가 많다. ‘야구 모른다’는 말처럼 인생도 진짜 모르는 거다”

‘다작 배우’ 조진웅의 필모그래피에 쌓인 또 하나의 영화 ‘대장 김창수’. 그에게 ‘대장 김창수’는 어떤 의미의 작품일까.

“우리가 이 이야기를 하면서 극장에 손님이 오고 안 오고는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대장 김창수’가 존재하니까. 다들 참여의식을 가지고 이 작품을 만들었다. 혹시 10년, 20년 뒤에 김구 선생 얘기를 하면서 자료 화면으로 우리 영화를 틀어줄 수도 있지 않나. 거기서 이미 목적을 달성한 거다”

‘대장 김창수’는 1896년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은 청년 김창수가 인천 감옥소의 조선인들 사이에서 대장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9일 개봉. 러닝 타임 115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키위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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