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니는 살아있다’ 손여은의 인생 캐릭터 경신은 현재진행형 [인터뷰]
- 입력 2017. 10.23. 11:49:21
- [시크뉴스 홍혜민 기자] 데뷔 13년차 배우 손여은이 ‘언니는 살아있다’를 통해 김순옥 작가 표 악녀 캐릭터를 그리며 인생작을 경신했다. 세 악녀 가운데 유일하게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여론 반전에 성공한 구세경의 완성은 손여은의 맥락있는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시크뉴스와 만난 손여은은 ‘언니는 살아있다’를 호평 속에 마친 뒤 한결 홀가분한 모습으로 작품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첫 촬영부터 약 8개월 정도 시간이 지난 것 같아요. 굉장히 긴 호흡이었고, 힘든 신도 많았던 작품이었는데 사고도 안나고 건강하게 촬영을 마치게 돼서 너무 좋아요. 시청률 만큼이나 세경이 캐릭터도 많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집필하는 작품마다 역대급 악녀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스타 작가 김순옥의 악녀 계보를 이은 손여은. 데뷔 이래 가장 강렬한 악역 캐릭터를 마친 소감은 ‘뿌듯함’이었다.
“처음 구세경 캐릭터를 접했을 땐 걱정이 됐어요. 전형적인 안녀인데 그런 역할을 안해봤으니까… 그런데 나름대로 세경이를 처음 생각했던 대로 입체적으로 그려낸 것 같아요. 공감도 많이 해주신 것 같아서 뿌듯한 마음도 있고요. (작가님이) 모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있으셨겠지만 저한테 굉장히 많은 애정을 주신 덕분에 대본만 보고도 눈물이 날 정도로 대사 하나하나가 공감이 되고 좋았어요.”
신애리, 연민정 등 걸쭉한 대한민국 대표 악녀들을 만든 김순옥 작가의 작품이었지만, 손여은은 앞선 선배 배우들을 따라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집중하면서 호평을 이끌어 냈다.
“그 전에 작품을 하셨던 분들이 워낙 이슈가 많이 되셨기 때문에 부담도 됐지만 선배 배우 분들의 캐릭터를 포인트로 삼아서 비교하면서 연기하진 않았어요. 제 나름대로 해석을 해서 캐릭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세경이 캐릭터가 이해되지 않을 때 마다 ‘세경이가 왜 그랬을까’하는 이유를 계속 찾았던 것 같아요.”
손여은이 극 중 연기한 구세경 캐릭터는 그룹 후계자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한 욕망으로 가득 찬 악녀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하기도 했지만, 오윤아(김은향 역)와의 워맨스로 미워할 수 없는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워낙 오윤아 언니와의 호흡이 좋았어요. 처음에는 ‘이런 케미가 시청자분들이 좋아해주실 소재가 될 수 있을까’ 했는데 예상 외로 너무 좋아해주셔서…(웃음) 감사하죠.”
오윤아와 연적부터 진정한 친구까지 다양한 관계 변화를 맞으며 워맨스를 선보인 손여은은 죽음 역시 오윤아의 품에서 맞았다. 첫 시놉과는 다소 달라진 결말이었지만 손여은은 “이로 인해 교훈을 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구세경이 마지막엔 김은향의 품에서 죽었는데, 시놉에서는 ‘유방암에 걸린 시한부’라는 설정이 끝이었어요. 죽는다는 결말은 없었던 거죠. 시놉대로 가진 않았지만 하나의 고비로 인해서 삶에서 상반된 반전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교훈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런 입체적인 구성을 통해 기존 악녀와는 다른 면을 그려보고 싶었죠.”
기존 악녀와의 다른 점을 그려보고 싶었다는 손여은의 말에, ‘언니는 살아있다’ 속 구세경의 연기에 중점을 둔 포인트가 궁금해졌다.
“연기 스펙트럼도 넓히고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사실 연기를 하면서 계속 ‘뭘 보여줘야지’ 하는 생각은 없는 것 같아요. 뭘 정해놓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웃음) ‘이번 작품은 이런 역할을 했으니까, 다음 작품은 다른 걸 해야지’ 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자꾸 뭘 정해놓으면 거기 미치지도 못하고 욕심이 생길 것 같고… 문제는 제가 하려고 해도 그게 잘 안되는 경우도 있잖아요.(웃음) 데뷔 초에는 멋모르고 기준을 정해놓기도 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무언가를 정해놓고 살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게 더 설레지 않나요?”
일정한 기준을 만들기보다는 매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한다는 손여은은 운 좋게도 매 출연작 마다 ‘인생작 경신’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또래 여배우들 사이에서 입지를 굳혀오고 있다. 손여은에게 약 12년의 시간 동안 연기 생활 가운데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을 물었다.
“모든 작품들이 다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이 대답은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만약 ‘인생작을 만나야지’라고 생각했다면 지금까지 못왔을 거 같아요. 예전에는 굉장히 작은 역할도 많이 했었고, 연기를 못하던 시절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을 할 때도 최선을 다해서 하게 되는 마음가짐도 생기고요. (연기를 못하던 시절의 터닝 포인트는?) 다양한 작품에서 조금씩 있었던 것 같아요. 작품이 없을 때 고뇌했던 시절도 있었고, 연기하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연습도 해보고 했던 시절도 있었고요. 작품을 하면서 제 안에 조금씩 체득되는 것도 있는 것 같고, 예전의 힘들었던 시간이 있으니까 지금이 있는 것 같아요.”
지난 2013년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송창의와 재혼해 히스테릭한 면모를 드러냈던 채린 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던 손여은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가장 강렬했던 작품으로 ‘세결여’가 등장하자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아직까지 그 작품 속 채린이를 기억하신다는게 너무 놀라워요. 채린이 역할도 굉장히 셌고, 세경이 역할도 센 캐릭턴데 그 안에서 또 각각의 장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작품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게 부담이 될 순 있지만 ‘센 이미지로 굳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하면 작품을 못하게 될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연기를 했다면 제가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사랑을 받은거고, 그게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극 중 강렬했던 구세경을 연기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손여은은 인터뷰 내내 차분하고 조용한 모습이었다. 앞서 예능 출연을 통해 ‘4차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야기를 꺼내자 손여은은 “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주변에서 저를 보고 ‘4차원이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콘셉트를 잡은 것도 아니고, 사실 지금도 뭐가 4차원이라고 말씀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내 안에 똘기가 있다기 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 저를 보여드리는거였는데…(웃음) 주위에서 저랑 친한 분들은 제가 아무렇지 않게 하는 생동을 보고 ‘그게 그렇게 평범한 행동은 아니야’라고 가끔 말씀하시긴 해요. 다른 분들 역시 그런 부분들을 특이하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 예능 출연은?) 제가 예능감이 없어요. 체력도 없어서…(웃음)”
‘언니는 살아있다’를 끝내고 짧은 휴식을 취할 것이라는 계획을 전한 손여은은 “긴 작품을 끝낸 것에 대해서 칭찬해주고 싶다”며 “‘피고인 속 애가 이런 역할도 했어?’ 하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작품을 마친 소감을 덧붙였다.
벌써 13년차 배우가 됐지만, 계속해서 배우의 길을 걸어나갈 손여은에게 남은 시간은 많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손여은은 자신의 성격이 묻어나는 진중한 답을 내놨다.
“계속 저를 보시는 분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발전하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신인 시절에 ‘백지같은 배우가 되라’는 한 감독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색을 입히면 그대로 그 색이 나오고, 작품을 마치면 다시 비워지는 배우요. 그게 제 연기와 닮아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할 때 늘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홍혜민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