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지로 밝힌 ‘조덕제 성추행 사건’ 여배우의 심경 “성폭력 침묵 강요 견딜 수 없어” [종합]
- 입력 2017. 10.24. 12:08:58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배우 조덕제와 여배우의 성추행을 둘러싼 법정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여배우 B씨가 입장을 밝혔다.
24일 오전 서울시 중구 서울지방변호사회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남배우A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판결 환영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2015년 B씨는 영화 촬영 도중 상대 남배우가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속옷을 찢고 신체 부위를 만졌다고 주장하며 남배우 A씨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A씨의 정체는 조덕제였고 그는 같은 해 12월 열린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 13일 열린 2심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조덕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
법무법인 신세계로 조인섭 변호의 말에 따르면 2심 판결 당시 재판부는 “감독의 일방적인 연기지시나 이에 따른 피고인의 연기내용에 관해 피해자로부터 승낙을 받지 않은 이상 정당한 연기였다고만 볼 수는 없다”며 “감독이 직접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바지 속으로 손을 넣으라’고 지시한 건 없고 이 사건 신의 촬영은 얼굴 위주라고 말하고 있어 피고인의 행위가 감독의 연기 지시에 충실히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찍는페미 공동대표 정다솔은 “처음 이 사건을 접했을 때 주변 영화인들의 반응은 ‘어떻게 이 사건이 1심에서 무죄가 나왔지?’였다”며 “이 재판은 개인과 개인의 법적 공방이 아니며 앞으로 이 영화계에서 여성들이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이에 2심 재판의 판결은 영화계 내 성폭력 문제에 경종을 울릴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피해자 여배우 B씨는 신상 공개에 대한 부담감 탓에 자리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공동대책위원회의 편지 대독을 통해 B씨의 심경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B씨는 “저는 15년이 넘는 연기자이고 연기와 현실을 혼동할 만큼 미숙하지 않다”며 “그럼에도 촬영과정에서 성폭력을 당하게 되자 패닉 상태에 빠져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왜 성폭력 피해자들이 침묵하고 싸움을 포기하는지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외부 평가에 민감한 배우라는 특성상 소송 사실이 알려질 경우 피해자임에도 매장당할 위험이 높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신고했다. 선배님인 피고인의 추가적 가해 행위와 더불어 제게 침묵을 강요하는 주변의 압박이 더해지자 저는 견딜 수 없었다. 명백한 성폭력 기록이 담긴 영상을 영화로 남겨 대중에게 보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B씨는 “1심이 시작되고 피고인과의 대면 자체가 고통스러웠던 저는 공판에 소극적으로 임했다. 8개월이 넘어서야 1심이 마무리됐고 1심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며 “항소심이 시작된 이후 피해 사실 입증을 위해 노력했다. 고통스럽지만 가해 행위가 고스란히 담긴 영상을 보며 하나하나 분석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B씨는 “30개월 만에 피고인의 행위는 연기에 몰입하다 발생한 부수적 피해나 과실이 아니라 명백한 폭력이라고 한국 사법 시스템이 판단을 내렸다”며 “성폭력 피해자였음이 연기 활동에 장애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자기 분야에서 쫓겨나는 여성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 연기를 포기하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싸우려 한다.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이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조덕제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성추행 혐의를 부인하고 “감독의 지시 하에 연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감독 역시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든다”며 억울한 입장을 표명해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조인섭 변호사는 “추행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촬영 직후 항의를 했다”며 “물론 감독이 거칠게 연기 지시를 한 것은 있지만 콘티를 보면 해당 장면은 얼굴 위주의 촬영 장면이었고 감독이 피고인에게 지시를 할 때도 ‘이건 애로는 아니다. 그런데 강한 느낌이 들도록 얼굴 위주로 연기해라’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미순 상임대표는 “가해자랑 피해자의 당시 사건에 집중했다”며 “감독에 대한 문제제기는 사건에 집중했기 때문에 일단은 배제하는 것으로 논의했고 향후에라도 감독이나 여타 다른 환경적인 면에서 문제제기를 한다면 그건 논의를 통해 결정할 사항이다”라고 추후 계획에 대해 밝혔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