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 최민식 “쓸데없는 기 싸움, 아마추어의 것… 계급장 떼고 어우러져야” [인터뷰②]
- 입력 2017. 10.26. 18:14:42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현장에서 충돌이 있을 때? 일단 술을 마시죠.”(웃음)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영화 ‘침묵’(감독 정지우 제작 CJ엔터테인먼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난 최민식(56)은 대배우의 아우라를 지녔지만 밝고 소탈한 모습으로 상대를 편안하게 해준다. 그가 인정 받는 배우가 된 것은 연기력뿐 아니라 그 바탕에 촬영 현장에서의 프로페셔널한 애티튜드가 깔렸음이 전해졌다.
“현장에서 항상 충돌은 있다. 그게 아주 피곤해 질 땐 사적인 감정이 개입될 때다. 쓸데없는 기 싸움 같은 것은 아마추어가 하는 거다. 계급장 떼고 어우러지는 거다.”
후배들은 그가 아무리 푸근하고 인간미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대선배인 그의 아우라와 연기 앞에서 어느 정도는 어려워할 수 밖에 없을 터다. 최민식은 좀 더 편하게 다가가고 마음을 여는 것이 결국 좋은 작품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이를 실천하는 베테랑이다. 극 중 각 인물은 최민식을 중심으로 방사형 구조를 이루며 빛나는 케미를 보여준다. 이는 배우들의 연기력뿐만 아니라 최민식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라 볼 수 있다.
“(후배들에게) 내가 재롱을 떤다.(웃음) 박신혜 이하늬 이수경 류준열 조한철 박해준 등 이번 영화에선 내가 다 상대한다. 내가 각각의 집으로 다 들어갔다 나와야 한다. 그런데 문을 걸어 잠그거나 문전박대를 하면 피곤해지는 거다. 이런 서사구조에서 그렇게 어그러지면 다 무너진다. 물리적으로 선배지만 이 친구를 받아줄 수 있는 유연성이 없으면 그건 불가능한 거다. 교감하는 데 있어 ‘다 프로페셔널하구나’ 생각했다. 분량이 적든 많든 간에. 그래서 내가 덕을 봤다는 거다. 그 친구들의 유연함 등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영화에서와 같은 조화는 없는 거다.”
그는 솔직하고 유연하다. 후배 이하늬와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소감을 묻자 “솔직히 우려도 좀 있었다”는 그는 “부정적인 건 아니고 ‘이걸 표현할까?’ 하며 ‘갸우뚱’ 하는 정도였다”며 결국 그것이 작품을 함께 하면서 바뀌었고 선입견을 품은 것에 대해 반성했음을 털어놨다.
“그 친구(이하늬) 작품을 많이 못 봤고 같이 작업을 해 본 적도 없다. (이하늬가) 극 중 나이도 많고 가수다. (돈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임태산을) 사랑하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자신이 낳지 않은 자식을 끌어안아야 한다. 여자로서의 못마땅함도 당연히 있잖느냐. 남자의 자식조차 끌어안고 가야 하는 속상함, 그런 것이 나타나는 신이 첫 신이었는데 그걸 해내더라. 알량한 선입관이었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반성을 했다. 고맙기도 하고. 마지막의 ‘괜찮다’라는 대사도 자기가 만든 대사다. 임태산의 환영이다. 임태산이 듣고 싶은 말이자 위안받고 싶은 무의식의 발현일 수도 있다. 정 감독이 임태산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괜찮아’ ‘다 알아’ (등의 대사를 애드리브로 했는데) 그건 마음이 깊다는 거다. 내 상대역이 그렇게 풍성하고 깊게 표현해줄 때 고맙다.”
‘파이란’(2001) 이후 오랜만에 멜로 감성을 연기한 그는 “정말 하고 싶었다. 맨날 죽이는 것만 했다. 쌩쌩할 땐 안 들어오고 나이 먹으니까 들어온다”며 웃었다.
“로맨스도 그렇지만 인간끼리 서로 교감하는, 감성이 주가 되는 단편소설 같다. ‘독 짓는 늙은이’ ‘감자’ 등 학창시절에 한 번씩 읽어보잖나. 그런 느낌이 났다. 요즘 트렌드에서 살짝 비껴간, 진솔한 것 같기도 한 그런 것. 껍데기는 법정 스릴러 같지만 그런 맛이 나는 작품인 것 같다.”
‘침묵’은 재력과 사랑을 다 가진 남자 임태산(최민식)이 약혼녀인 유명 가수 유나(이하늬)가 살해당한 뒤 용의자로 지목된 딸 임미라(이수경)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이야기를 다룬다. 다음 달 2일 개봉. 러닝타임 125분. 15세 이상 관람가.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