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 최민식이 말한 #임태산 #정지우 감독 #매너리즘 #연출 [인터뷰③]
- 입력 2017. 10.27. 09:43:06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정지우 감독과 임승용 대표, 기본적으로 그 친구들을 신뢰한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최민식을 만나 영화 ‘침묵’(감독 정지우 제작 CJ엔터테인먼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이번 영화에 출연한 이유로 정지우 감독과 용필름 임승용 대표를 꼽았다.
“임승용 대표가 ‘올드보이’(2003) 때 프로듀서였다. 옛 전우들을 다시 만나는 것 같았다. 솔직히 정 감독과 뭘 한다고 했을 때 ‘침묵’이 아니어도 좋았다. 정지우 임승용과 만나 뭔가 작업을 하는데 이상한 걸 같이 하냐고 하겠나.”
두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 ‘그럴듯한 모사를 꾸며보자’하는 생각이 영화 출연의 첫 번째 이유였고 그래서 고른 게 ‘침묵’이라는 그는 ‘굳이 왜 이렇게 힘든 걸 하느냐’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이 이야기가 대중을 설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중국 영화를 리메이크 한다며 어떻겠냐고 해서 봤다. 처음에는 아무리 고슴도치도 제 새끼가 예쁘다지만 극 중 임태산(최민식)이 자식을 위해 저지르는 일이 과연 대중에게 설득력이 있을 것인가 고민했다. 그리고 가진 자잖나. 돈 정재계 인맥 권력을 쥔 막강한 위치에 있는 성공한 남자의 불행, 그 해결점이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한들 범법을 통해 이런 것을 한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임태산이 느지막이 찾아온 진짜 사랑을 잃어버리고 자기 딸이 그 중심에 서 있다는 점에서 외형적으로 도덕적으로 사회 통념상 생각할 수 있는 것과 이질감이 분명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것을 임태산이란 인물이 어떻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돌파할 것이냐 하는 것이 마음을 끌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허구의 이야기이기에 이것이 관객에게 잘 전달된다면 더 증폭될 수 있다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
“‘가진 자’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다소 과장되고 허황된 것이긴 하지만 그걸 다 버려버린 거다. 한 남자,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간의 회한이랄까. 이런 것들을 설명 설득하기엔 임태산의 방법도 영화적으로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인간적 면을 증폭시켰다.”
제작 초기부터 두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최민식은 정 감독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을 꼽은 그는 “배우 입장에서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게 좋더라”며 정 감독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많이 열려있고 의견도 받아주고 그렇다고 해서 자기 것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 가운데 배우에게서 뭔가를 뽑아내려 한다. 그런 게 고도의 (기술)이다. 작품을 위해 만난 거니 어떻게든 배우의 영향을 잘 발휘시켜 갖고 가겠다는 건 감독의 것이잖나. 그 만큼 자신의 색을 갖고 있다는 거다.”
그는 임태산에 관해 냉혹함과 인간적 참회를 동시에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그런 게 재미라면 재미였다. 이런 캐릭터가 처음이니까. 철저히 외형적으로 관객도 속여야하니까. 평소의 나도 용의주도한 편이냐고? 그렇게는 피곤해서 못산다.”
18년 전 ‘해피엔드’로 처음 함께 작업한 정 감독과 ‘침묵’으로 다시 만난 소감을 묻자 그는 정 감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더 논리적이고 더 치밀해졌다. 영글었다고 할까. 단단해진 반면에 더 유연해졌다. 그런 것들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귀찮기도 하다.(웃음) 배우로선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편집할 때 배우 안 부르는 감독이 다수다. 정 감독은 그때그때 나올 때마다 같이 보자고 하는데 나도 궁금해서 나갔다. CJ자체 시사도 하고 내부적으로 스태프들끼리 시사를 했을 때도 어떤 의견이 나왔을 때 그냥 하면 되는데 내 생각을 물어봐줬다. 나도 내 의견을 냈다. 그런 부분을 봤을 때 신뢰감을 주는, 좋은 자신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짧지 않은 세월인데 같은 계통에서 각자 꾸준히 하다 다시 만났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짠함이 있다. 징글징글하게 하니까. 다시 만나 ‘침묵’이란 걸 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후 정 감독과 또 다른 작품에서의 재회 가능성을 묻자 그는 감독과 “‘몸 풀었으니 제대로 한 번 꾸며보자’고 했다”며 ‘장르 관계없이, 설사 자신이 조연이라도 그리고 하다못해 작은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캐릭터 하나라도 휘뚜루마뚜루 쓰는 법이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존재감만 있다면 조연이라도 할 수 있다는 그는 “써주는 게 어디냐”며 웃었다.
“대장만 한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사느냐. 젊은 친구들이 소대장 역할을 하고 나이든 배우들은 PX관리를 하면 된다. 어울린다는 게 중요하지 대장만 고집하는 건 웃긴 이야기다. 또 모른다. 앤 헤서웨이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인턴’ 같은 작품이 나오면 또 같이 할 수 있는 거다. 어떤 ‘존재감’을 갖고 작업에 참여하는 거다. 분량도 적고 그러면 좋다. 주인공이 고생하는 거다.(웃음)”
앞서 감독은 ‘최민식이 장르’라고 말한 바 있다. 이것과 관련해 그는 “그거 오버다. 할 이야기 없으니까 괜히”라며 민망한 듯 말했다. 그는 여전히 자기반성과 매너리즘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게 가장 힘들다. 쉽게 대하려 하는 것. 나도 그런 마음이 일어날 때가 많다. 모든 걸 다 쉽게 가려하는 그런 것. 그렇게 되면 이상해지기 시작하는 거다. 더 이상 그 배우에게 있어 볼 게 없어진다. 소비자가 그 배우의 연기를 봐야 될 이유가 없어지는 거다. 작품 선택에 있어서는 가급적 자유로워지려 한다. 내가 좋아야 된다는 거다. ‘장사가 될 거냐’를 생각하면 정말 피곤하다. 그렇게 해서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거다. 정답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다. 그렇게 살아야 내가 살겠더라.”
영화계 메커니즘이 많은 창작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그는 작품 외적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런 것에 대해 책임감을 회피하는 것은 아니나 가급적 자신의 안에서 더 파고들어가 작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녔음을 밝혔다.
“그게 결국 영근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게 아닌가. 옛날에도 그랬다. '파이란'도 신나게 말아먹었다. 당시가 영화 ‘친구’가 나왔을 때다. 종로 2가 시네코아가 개봉관이었다. 나중에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파사랑’이라고 ‘파이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생겼는데 오프라인에서 그들과 만나 술도 마시고 했다. 영화란 게 배급이 중요한 거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것에 연연하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허상을 쫓는 거라 생각했다. 내가 마음이 끌려서 한 거다. 처음 ‘파이란’을 촬영할 때 대박이 날 거란 생각을 누가 했겠나. 그때 홍보비가 없어 내가 한 인터뷰가 전부였다.”
그에게 자신이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자극이 되는 건 ‘사람’이다. 자신과 비슷한 친구들을 만났을 때 시너지가 생기고 정신을 다잡게 된다는 그는 그것을 ‘궁합’이라 정의했다.
“치열한 건 기본이고 작위적인 건 아니지만 뭔가 비틀고 달라지려 노력하는, 계속 변화하는 친구들을 만나야 나 스스로도 깨친다. 그런 친구들을 만나는 게 큰 거다. 최근에 만난 사람 중 그런 사람이 정지우 감독이다. 물론 그 사이 ‘은교’(2012) ‘4등’(2016) 등 작품은 봤다. ‘똑같네’ 했다. 그러다 궁금하더라. 정지우 같은 감독이나 동료들을 만났을 때 그런 자극을 받는 거다.”
연출로 나설 계획을 묻자 그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아직 이렇다 할 계획은 없지만 가능성이 없지는 않음을 넌지시 드러냈다.
“아직은…(웃음)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잖나. 첫째가 내 마음이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나야하고 외부적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될 때 (되는 거다.) 또 주변사람에게 부담 주고 싶진 않고 독립 영화, 아주 작은 영화 같은 걸 나중에 계기가 된다면 하고 싶은 거다. 일단은 하던 것을 잘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침묵’은 재력과 사랑을 다 가진 남자 임태산(최민식)이 약혼녀인 유명 가수 유나(이하늬)가 살해당한 뒤 용의자로 지목된 딸 임미라(이수경)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이야기를 다룬다. 다음 달 2일 개봉. 러닝타임 125분. 15세 이상 관람가.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