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예언한 ‘섬뜩한 리얼리티’ [이슈 VIEW]
입력 2017. 10.27. 10:13:18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섬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외부로부터 차단된 좁은 지역사회가 가져올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폐해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공포를 자아냈다.

사건 당시 두 차례에 걸친 성폭행 시도를 했다는 점과 자정 전 1차 성폭행 당시 세 사람이 공모했다는 점, 무엇보다 좁은 섬에서 세 사람이 한 여자를 성폭행했다는 점 등은 극악한 현실만을 다루는 김기덕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소재여서 더욱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코믹 액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친숙한 장철수 감독은 2010년 개봉한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이와 유사한 소재를 다룬 바 있다.

한 여자가 자신이 과거 잠시 머물렀던 섬 마을을 찾으면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평화롭기만 할 듯한 풍광과 달리 어딘지 모르게 배어나는 음험한 분위기로 뭔가 섬뜩한 일이 벌어질 듯한 긴장감 자아낸다. 무엇보다 복남(서영희)의 지나친 환대와 마을 사람들의 뭔가를 감추는 듯한 모습은 법체계를 벗어난 야생의 생태계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실화라는 설이 제기되기도 해 화제가 된 이 영화는 낮에는 일로 밤에는 성적으로 남편과 시동생에게 시달리는 노예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사는 김복남과 이를 묵인하는 섬사람들의 이야기가 날 것 그대로 그려진다.

섬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였던 복남은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딸의 죽음 이후 자신의 삶을 더는 내려갈 수 없는 밑바닥까지 끌어내리고 방치했던 가해자인 가족과 섬사람들을 응징한다.

이 영화는 한 장면 한 장면이 보기 힘들 정도로 시종일관 처참하다. 가장 가까운 가족과 이웃이 가장 잔혹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이 영화는 극악한 무도한 집단 사회의 악마적 본성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경종을 울렸다.

섬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7년이 지난 지금 영화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이 재현된 것이어서 더욱 오싹하게 한다.

대법원 1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 씨(39)와 이모 씨(35), 박모 씨(50)의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8년,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영화와 이 사건 모두 섬이라는 바다로 가로막힌 갇힌 공간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섬이 아닌 장소도 이런 집단 사회의 악마적 본성은 도사리고 있다. 대법원의 결단이 유사한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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