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존형 래퍼’ 영크림, 그가 힙합 씬에서 살아남는 법 [인터뷰]
- 입력 2017. 11.01. 17:01:08
- [시크뉴스 이상지 기자] 힙합 가수 영크림은 스스로를 ‘생존형 래퍼’라고 말했다.
영크림은 매일매일 전쟁처럼 가사를 쓰고 음악을 만든다. 가요계라는 전쟁터에서 결국 승리한다는 마음으로 랩을 한다. 그가 힙합 씬에서 버티고 살아남는 법이자 직업 음악인으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이다. 열정이란 무기를 지닌 래퍼 영크림을 만나 그의 음악 이야기를 들어봤다.
“혼자서 나름대로 전쟁처럼 가사를 써요. 생존할 수 있는 래퍼가 되고 싶거든요. 힙합이 트렌드지만 오리지널리티를 버릴 순 없잖아요. 영크림이라는 캐릭터가 힙합 씬 안에서 계속해서 생존할 수 있도록 말이죠”
영크림은 타이거 JK가 소속된 흑인 음악 전문 레이블 정글엔터테인먼트 출신 래퍼다. 2011년 정글엔터테인먼트가 야심 차게 선보인 아이돌 그룹 보이그룹 M.I.B로 데뷔했으나 강남에 가려진 멤버로 대중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상품으로 기획된 아이돌 가수로서 음악적 갈증을 느껴온 그는 올해 초 다시 솔로 영크림으로 새로운 2막을 시작했다.
“어릴 적에 드렁큰타이거 타샤 비지 리쌍 등의 음악을 들었어요. 그분들과 같은 환경에서 많이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컸죠. M.I.B를 하면서 같은 집안 식구들인데도 섞이지 않고 있었어요. 마지막에는 JK 형이 ‘끄덕여줘’ 프로듀싱도 해주시긴 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곡은 파티튠이 많았어요. 당시 저는 밖에서 놀고 클럽을 다니고 사랑에 빠져있고 그런 상태가 아니라 제 삶과 제가 원하는 저에 대해서 포커스가 많이 맞춰져 있었거든요. 그런 것과 멀어지다 보니 우울한 날들이 많았어요. 저만 힘든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버텨냈지만요”
인터뷰로 만난 영크림은 어떤 민감한 질문에도 차분하고 솔직한 태도로 임했다. 또 자신의 아픈 과거에 관해 설명하는 일에 꽤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그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M.I.B는 여러 장르를 수용하고 있었어요. 좋아하는 게 4명이 전부 달랐기에 서로 절충을 해서 교집합을 찾았어요. 그렇게 탄생한 타이틀곡들은 대부분 대중적인 메인스트림의 곡들이 많았어요. 서로의 욕망이나 팀을 하면서 가려진 자기를 표출하고 싶은 욕망이 많았기 때문에 (결국) 이렇게 된 거죠”
래퍼는 노래하는 시인이다. 예술가라는 호칭을 붙일 수 있는 음악인이기 때문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진실성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이런 이유로 아이돌 멤버로서의 영크림과 래퍼 영크림 사이 꽤많은 역할 갈등이 생겨났고 이에 따른 남모를 속앓이도 제법 했다는 그다.
“사실 말이 많은 편도 아니고 웃음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물론 유머러스할 때도 있지만 낯선 환경에서 유머러스해지고 싶진 않거든요. 팀을 하면서 제가 가식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저다운 모습을 너무 못 보여 주니까 그게 가슴에 상처가 많이 됐어요. 그래서 이제 어디를 가던 저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아이돌 가수로서 쌓아온 시간들이 아주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고. 비단 음악 뿐 아니라 인간 영크림으로서 많은 발전을 할 수 있게 했던 계기가 됐다.
“돌아보면 모든 것은 경험이 됐어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그걸 참다보니 생각이 더 견고해졌어요.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배우는 것도 많았고요. 모두 지금의 제가 될 수 있는 과정이었죠. 다시 그런 음악을 한다고 하면, 영크림 솔로로서는 하고 싶지 않을뿐더러 할 수도 없어요. 그 당시에는 최선이지만 지금은 더 나아지고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때와 지금은 엄연히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 거고요”
이런 경험을 녹여낸 싱글 ‘042’ ‘BETTER KNOW’ ‘밤이면’ ‘BANANA’ 등의 싱글은 28살 그의 자화상이나 다름없다. 수많은 고민이 녹아든 가사는 대중에게 말하고 싶은 그의 진심이기도 하다.
“예술가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냥 래퍼 말고 아티스트. 어느 순간이든 제가 한명이었으면 좋겠어요. 가족이랑 있던 친구랑 있던 랩을하던 인터뷰를 하던 방송을 하던 하건 모두 하나가 되고 싶은 래퍼. 그래서 조심스럽게 가사를 쓰기도 하고 때론 거친 말을 감정적으로 쓰고나서 이성적으로 고치기도 해요. 물론 좋은 얘기만 하고 살 순 없죠. 힙합은 경쟁이기 때문에 거친 순간도 있을 거고. 생존하다 보면 거친 말을 할 수도 있고요”
그런 그가 바라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랩스타’다. 대중에게 긍정적인 바이브를 주는 래퍼로서 오래도록 롱런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별이라는 건 어린아이들이 바라보고 자라고 영향을 받아도 되는 존재니까요. 궁극적으로 그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아티스트이자 랩스타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제가 원하는 제가 되고 싶어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나갈 건데요. 어느 정도 가까워졌어도 계속 달리고 목표를 이루면 목표를 또 잡고 점점 발전하는 삶을 살 거예요”
[이상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비엠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