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라더’, ‘대작 경쟁’ 속 꽃핀 담백한 가족극 [씨네리뷰]
입력 2017. 11.02. 14:17:14

영화 ‘부라더’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매일같이 수많은 영화들이 쏟아지는 극장가에서 보통 관객들의 눈길을 가장 먼저 끄는 것은 ‘대작’들이다. 하지만 큰 규모의 스토리, 출연진을 자랑하는 영화가 즐비할수록 담백하고 소박한 영화들에 대한 그리움도 커지기 마련이다. ‘부라더’는 상업영화로서 경쟁력에 집중하기보다 배우들의 생생한 매력과 훈훈한 가족 이야기의 색깔을 살려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장유정 감독의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원작으로 한 ‘부라더’는 뼈대 있는 가문의 진상 형제가 묘한 여인 오로라를 만나 100년간 봉인된 비밀을 밝히는 코미디 영화다. 뮤지컬과 영화의 각본을 모두 도맡은 장유정 감독은 원작자의 데이터베이스로 촘촘한 구성을 완성해 냈다.

영화는 안동의 보수적인 종갓집을 배경으로 문화를 지키려는 어른들과 이를 거부하는 자손들의 갈등을 그린다. 남녀가 정확히 구별되고 절차를 중요시하는 등 현 시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방식과 안동 퇴계 종가에서의 촬영으로 구현한 현실감 넘치는 종택의 모습은 ‘부라더’만이 가질 수 있는 신선함이다.

배우들의 조합 역시 흥미를 유발한다. 인디아나 존스를 꿈꾸며 유물발굴에 전 재산을 올인하는 철부지 형 석봉 역의 마동석과 잘생긴 외모와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인 동생 주봉 역의 이동휘는 형제지간으로 호흡을 맞췄다. 서로 연락도 하지 않은 채 남남처럼 지내던 석봉과 주봉은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고향에서 만나게 되고, 첫 만남부터 삐걱거린 두 사람은 마주치는 족족 날을 세우며 투닥거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닮은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두 사람은 의외의 케미를 형성한다. 석봉은 자신보다 약한 동생을 한심하게 쳐다보고, 주봉은 늘 자신의 것을 빼앗아간 형을 웬수처럼 여기지만 막상 위기상황에 놓일 때 두 사람은 누구보다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처음 만났지만 10년을 함께 연기한 것 같다”는 마동석의 말처럼 어색했던 두 사람의 조합은 어느새 실제 형제 같이 익숙하고 친근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와 함께 두 사람이 즉석에서 주고받는 애드리브들은 생생한 웃음을 만들어내며 영화의 재미를 살린다. 후반부로 갈수록 살짝 지루해지는 스토리와 군데군데 보이는 작위적인 웃음 포인트는 관객들의 집중도를 해치지만 그때마다 마동석의 이동휘의 생동감 넘치는 코믹연기가 분위기를 살려낸다. 특히 마동석의 신체부위를 활용한 이동휘의 대사들은 가히 ‘부라더’의 명대사라고 할 수 있다.

집안 어른들과 갈등을 겪는 형제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오로라(이하늬)의 등장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극의 분위기를 전환한다. 하지만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작품의 한계였을까, 영화에서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 대사와 연극에 가까운 이하늬의 연기는 극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한다.

‘부라더’는 그간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사용되지 않았던 소재로 스토리를 만들어냈지만 이미 원작을 접한 관객들에게는 이는 이미 익숙한 이야기다. 또 전반적인 전개 방식 역시 일반 가족극에서 예상할 수 있는 흐름을 보여줘 참신함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가족코미디가 이전만큼 관객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라더’ 개봉은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배우들의 연기와 그간 스크린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훈훈한 가족 이야기는 많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만족감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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