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요 VIEW] '더유닛', 20세기에 머무른 편집 21세기로 타임워프 가능한가요?
- 입력 2017. 11.03. 15:12:18
- [시크뉴스 심솔아 기자] "보라! 이 소녀의 카리스마를!" 마치 10년 전 'X맨', '여걸식스'를 연상케하는 이 자막은 2017년에 방송된 '더유닛' 첫 회에 등장했다.
지난달 28일 첫 방송된 KBS 2TV '더유닛'의 출연자 화제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반응은 MSG 없이 절밥에 가까운 그들의 착한 편집과 센스없는 자막을 향한 비판이다. 악마의 편집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더유닛'은 너무했다. 오죽하면 아이돌 서바이벌이 아니라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뽑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결국 프로그램의 재미가 제작진에 의해 반감됐다는 이야기다.
'더유닛' 첫 회에 등장한 참가자들은 거의 합격을 받았다. 탈락한 참가자도 비판보다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심사평을 받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혹평을 받은 참가자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의문점으로 남는다. 참가했던 모두가 실력이 월등하게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용기를 주는 평가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냉철한 평가를 보여주는 것이 프로그램의 공정함을 더할 수 있다.
또한 과도한 감상평을 담은 자막이 시청자의 평가를 방해하기도 했다. 참가자가 나와서 노래를 하고 춤을 출 때 그 것을 평가하는 것은 시청자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유닛'은 누구의 의견인지도 모르겠는 개인적인 감상평을 자막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더유닛'은 참가자 한아름의 무대 시작 전에 "8명이서 함께 했던 무대를 혼자서 오롯이 채울 수 있을까?"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한아름이 무대를 보여주는 시점에서 이런 자막은 그녀가 8명 만큼의 존재감을 드러내야만 합격할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자막과 같은 생각을 하는 시청자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시청자들에겐 판단 기준을 흐트러뜨리는 요소일 뿐이다.
위에 언급한 자막도 같은 문제점을 담고 있다. "보라! 이 소녀의 카리스마를!"은 요즘 시대와 맞지 않는 촌스러운 감성인 것도 문제지만 참가자 이주현이 카리스마 있는 무대를 선보인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며 시청자들의 판단에 개입한다.
게다가 잘못된 편집으로 프로그램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게 했다.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내건 방송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참가자는 굿데이였다. 굿데이는 올해 8월에 데뷔한 신인 중의 신인이다.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라는 부제와 일맥상통해 주목을 받았던 스피카 양지원은 해당 회차의 가장 마지막에 등장했다. 시청자들은 2시간이나 '더유닛'을 봐야만 6년차 아이돌 양지원의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2시간 동안 흥미를 잃지 않게 했다면 시청자들은 양지원이 나올 때 까지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데 첫 참가자가 굿데이인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양지원을 떠올릴 수가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티아라 전 멤버 한아름이나 데이식스 전 멤버 임준혁이 첫 참가자로 등장했다면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면서도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가 있었을 것이다.
중요하지 않은 것을 보여주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굿데이는 약 10분, 이정하 약 11분, 에이스 약 8분, 양지원 약 8분 등 달샤벳+라붐을 함께 보여준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참가자가 6~10분 사이의 시간을 할당 받았다. 그 긴 시간 동안에 그들의 무대는 반 정도의 분량 뿐이었고 나머지 반은 각자의 사연을 설명하는데 썼다.
사연은 오디션 평가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출연자가 참가하게 된 계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인정받고 싶은 것이 아닌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들의 간절함은 시청자들이 충분히 알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인 만큼 실력과 간절함은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유닛'은 사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외에도 멘토 군단에게 1부트만 받아도 통과를 하는 시스템임에도 굳이 멘토 군단의 부트 회의 장면을 넣은 것 등은 편집 상에서 충분히 배제시켜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 요소를 없앨 수 있는 부분이다.
'더유닛'에게도 분명히 이점은 있다. 과도한 악마의 편집은 지탄 받아 마땅하고 그런 부분을 자제했다는 점에선 칭찬할 만 하다. 하지만 착한 프로그램을 표방한다고 해서 늘어지는 편집으로 변질되어선 안된다. 착하면서도 센스있는 편집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더유닛'은 화려한 멘토군단으로 초반부터 화제가 되기도 했고 출연자 중 스피카 양지원, 유키스 준 등이 호평을 받으며 참가자에 대한 관심도 높였다. 이를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제작진의 역량이다. '더유닛' 제작진은 그들이 가진 좋은 참가자, 멘토의 이야기를 잘 활용해 좋은 프로그램으로 평가 받을 수 있을 방법에 대해 고심해봐야 한다.
[심솔아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KBS 2TV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