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읽기] 트럼프 보호무역주의에 반하는 유럽패션 전도사 멜라니아 트럼프
- 입력 2017. 11.07. 15:19:11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멜라니아 트럼프가 도널드 트럼프와 함께 한 아시아 순방 일정 중 일본 방문에서 모델 출신답게 역대 급 미국 퍼스트레이드 중 가장 완벽한 패션 소화력을 보여줬다.
멜라니아 트럼프
마치 런웨이를 보듯 완벽한 비주얼을 보여준 그녀이지만, 아시아 순방의 대부분을 차지한 유럽 럭셔리 브랜드 제품은 퍼스트레이디가 지켜야 할 자국 패션에 대한 애정과 방문 국가에 대한 예의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부정적 견해를 피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는 철저하게 자국 보호무역주의로 일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의 정책과도 대치된다는 점에서 트럼프 정권과 일관되고 명분 있는 패션 정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다음 날인 6일 도쿄의 한 초등학교 방문 시 입은 드레스는 신뢰의 상징인 네이비가 케이프 소매와 디올의 상징인 뉴룩과 어우러져 기품 있는 룩을 완성했고, 같은 저녁 입은 드레스는 강렬한 레드가 몸매를 강조하지 않고 흐르듯 떨어지는 실루엣에 간결한 선의 앞판과는 상반된 드레이프의 반전 뒷판과 어우러져 우아한 마력을 배가했다.
그러나 이 완벽한 패션 아이템들이 각각 펜디, 크리스찬 디올, 발렌티노 제품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 칩시크(cheap chic) 대표주자로 꼽히기도 했던 퍼스트 레이디 미쉘 오바마의 행보와는 대조된다는 평가다. 미쉘 오바마는 평소에는 제이크루 같은 극히 평범한 브랜드 제품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착용하는 등 남다른 패션 철학을 보여줬다.
멜라니아 트럼프가 ‘패션 정치’ ‘패션 외교’에서 미쉘 오바마와 같은 노선을 걸을 필요도 이유도 없다. 전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으로서 멜라니아 트럼프가 해외 유명 디자이너 제품을 입는 것 또한 당연한 듯도 보인다.
그러나 미국을 대표하는 퍼스트레이디로서 그녀의 패션은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자국 산업 보호정책과 상반되는 듯한 행보라는 점에서 그녀에게 쏠리는 부정적 시선을 단순 흠집 내기로 넘겨버릴 수는 없을 듯하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