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논쟁] 조덕제-장훈 감독-여배우, ‘사랑은 없다’로 시작된 삼파전
- 입력 2017. 11.08. 00:10:00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뜯고 뜯기는 싸움의 연속이다.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배우와 결백을 호소하는 조덕제, 그리고. 출연 배우들의 법정싸움에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는 감독까지. 2년 6개월 전부터 시작된 ‘남배우A 성추행 사건’은 세 사람의 주장이 맞물린 채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영화 ‘사랑은 없다’에 출연한 여배우 B씨는 함께 호흡을 맞춘 조덕제가 자신의 속옷을 찍고 신체 부위를 만졌다고 주장하며 성추행 혐의로 그를 고소했다.
이에 조덕제는 1심에서 해당 상황이 연기적 행위였음을 인정받아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최근 진행된 2심은 원심을 깨고 조덕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결에도 두 사람은 입장은 여전히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당사자들은 각자 기자회견을 개최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했으며 영화를 연출한 감독까지 억울함을 호소해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됐다.
◆ 여배우 측 “연기 아닌 명백한 성폭행”
지난달 24일 여배우 측은 조덕제 사건의 항소심 유죄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여배우 당사자는 신상정보 노출에 대한 부담 때문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여성민우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이 포함된 남배우A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대신 여배우의 입장을 전하며 인터뷰를 통해 심경을 밝힌 조덕제의 주장에 반발했다.
이날 편지를 통해 심경을 전한 여배우는 “피고인으로부터 폭행과 추행을 당했다. 연기경력 20년 이상인 피고인은 제 동의 없이 폭력을 휘두르고 상의를 찢었다. 피고인은 저와 합의하지 않은 행위를 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연기를 빙자한 추행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것이 영화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옹호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선배님인 피고인의 추가적 가해 행위와 더불어 제게 침묵을 강요하는 압박이 더해지자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며 “이런 인권유린을 참아 넘길 수 없었고 촬영 현장에서 당한 성폭력에 대해 침묵할 수 없었다.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이다”라고 전했다.
공동대책위원회 측은 “여배우가 추행 부분에 대해 촬영 직후부터 항의를 했었다”며 “콘티를 보면 해당 장면은 얼굴 위주의 장면이고 감독이 피고인한테 지시를 할 때도 ‘이건 애로는 아니다. 그런데 강한 느낌이 들도록 얼굴 위주로 연기하라’고 지시를 했다. 감독의 지시에 직접적으로 피해자 가슴을 만지고 바지 속으로 손을 넣으라는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
◆ 장훈 감독 “메이킹 영상,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
여배우와 조덕제의 주장이 엇갈리며 사건이 복잡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 매체는 ‘사랑은 없다’의 촬영 당시 메이킹 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해당 영상에는 장훈 감독이 조덕제에게 디렉팅을 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특히 영상 속 장훈 감독은 “옷을 확 찢어버리는 거야. 그 다음부터는 마음대로 하시라니까. 미친놈처럼”이라며 다소 격한 표현을 썼고 대중들의 비난은 감독에게로 쏠렸다. 이에 장훈 감독 역시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며 대대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었던 것에 대해 “서로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현장을 감독했던 사람으로서 입을 열기가 조심스러웠다”고 밝혔다.
이어 공개된 메이킹 영상에 대해 “법정에 제출된 건 8분짜리 영상인데 공개된 건 2분이다”라며 “영상은 악의적으로 짜깁기 된 거다. 메이킹 영상은 최소 30분이 나와야 하는데 교묘하게 편집됐다. 8분 중에 6분 37초까지 제가 배우들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뒤죽박죽 섞여서 나온다. 저와 조덕제는 자주 나오는데 여배우는 몇 번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논점은 조덕제가 하체를 만졌냐 아니냐다. 난 모른다. 조덕제가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다”며 “좋은 영화 만들어 보겠다고 작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참여했던 모든 스태프들과 연기자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 조덕제 측 “바지 내리거나 손 넣은 적 없어…메이킹 영상 조작 NO”
여배우 측과 장훈 감독이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통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자 조덕제 역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6일 오후 메이킹 영상 촬영 기사와 현장에 있었던 스태프와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한 조덕제는 눈물을 보이며 다시 한 번 결백함을 주장했다.
이날 조덕제는 “당시 연기는 상체 위주였기 때문에 제가 굳이 실제로 바지를 내릴 필요가 없었고 그런 시늉 정도의 연기만 했다. 여배우 측의 주장대로 바지를 내리거나 손을 넣는 연기는 할 필요가 없어서 하지 않았다. 20년 이상을 연기한 배우가 촬영 현장에서 연기자임을 망각하고 성추행을 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고 밝혔다.
메이킹 영상 촬영 기사는 영상이 조작됐다는 장훈 감독의 주장에 대해 “13번 신의 메이킹 영상을 주인공 위주로 찍지 않았다고 이상하다고 하는데 13번 신은 여배우보다 남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인 장면이어서 조덕제를 위주로 촬영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여배우에게 메이킹 필름이 있다는 걸 알렸는데 이상하게 무관심하더라. 남배우는 진실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관심을 보였고 제가 당일에 직접 검찰에 가서 제출했다. 여배우는 메이킹 필름의 존재를 몰랐다가 1심이 끝나고 알았다고 하는데 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훈 감독의 말처럼 좋은 영화를 만들고자 만난 이들은 ‘성추행 사건’이라는 불미스러운 논란에 휘말리며 치열한 법정공방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이 사건은 이제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지만 당사자들의 사이의 입장 대립은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