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둑놈 도둑님’ 지현우, 15년차 배우가 전하고 싶은 공감 [인터뷰]
- 입력 2017. 11.20. 16:54:56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시간이 갈수록 내놓는 작품들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배우가 하는 건 시청자들의 감성을 유지시켜 주는 거예요. 대본을 읽었을 때 흐르는 뜨거운 걸 시청자들이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지현우
15년차 배우 지현우의 말이다. 배우로서 인기와 명예를 얻는 것도 좋지만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로서의 역할이었다. 풋풋한 매력이 돋보였던 KBS2 ‘올드 미스 다이어리’의 지PD에서 따뜻함을 품은 30대 배우로 성장한 지현우는 작품 속 캐릭터를 변호하고 대중들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배우’의 역할을 오롯이 해내고 있다.
지난 5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에서 주인공 장돌목 역을 맡았던 지현우가 최근 시크뉴스와 만났다. 6개월 동안 50부작의 대장정을 마친 그는 ‘도둑놈 도둑님’을 보내며 남은 아쉬움에 대해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드라마를) 재밌게 보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예전에 한석규 선배님이 ‘제가 살면서 제 연기에 만족할 날이 있을까요’라는 얘기를 하셨다. 만족할 수 있는 연기는 나올 수 없는 것 같다. 한 주에 두 개를 녹화하는 데 영화 한 편을 찍는 거다. 당연히 퀄리티가 영화처럼 나올 수는 없다. 그런데도 그 안에서 ‘어떻게 이걸 뽑아내서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느냐’가 포인트인 것 같다”
‘도둑놈 도둑님’은 주말극스럽지 않은 탄탄하고 참신한 스토리로 초반부터 화제를 모으며 탄탄한 시청층을 유지했다. 하지만 MBC 총파업으로 인해 불가피한 결방이 잦아지면서 드라마의 호흡이 끊겼고 제작진의 교체로 배우들 역시 혼란을 겪었다.
“기존 스태프 분들, 감독님들과 상의를 많이 했었는데 야외 감독님도 두 분이 못 나오시고 세트 촬영의 경우에도 카메라 감독님들이 주마다 바뀌어서 오셨다. 그 전 세트 감독님들은 36회까지 쭉 해 오셔서 본인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임하셨는데 다른 분들이 갑자기 투입됐다. 그 분들은 이 드라마에 대해서 잘 모르실 수도 있고 카메라 감독님들이 ‘내용이 이렇게 가는 게 맞아?’라고 지적해주시는 게 기댈 수 있는 곳이었는데 그런 게 없어지다 보니 실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댈 곳이 없어진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연 배우의 책임감 역시 더욱 커졌다.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들이 부딪치는 주말극 안에서 지현우는 자신의 연기 뿐 아니라 상대 배우의 연기를 끌어내며 현장 전체를 아우르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대본을 계속 많이 봤다. 제가 모든 인물하고 다 부딪쳐서 그 인물들하고 만났을 때 리액션과 시너지를 최대한 끌어나려고 했다. 제 연기만 보여주면 50부작 내내 똑같은 연기만 보일 것 같았다. 상대 배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게 연기인 것 같다. 더군다나 단역 분들이나 연기를 많이 안 해보신 분들은 현장이 어렵고 불편하면 연기가 안 나올 수 있다. 그런 부분들을 주연배우, 상대배우로서 어떻게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끌어내는 지도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장돌목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에도 많은 신경을 쏟았다. 평소 연기를 하는 데 만큼은 완벽주의에 가까운 그는 하나의 캐릭터, 하나의 장면을 연기하더라도 직접 그 상황과 감정을 체험하며 역할과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송곳’을 찍을 때는 대본 리딩에서 대사를 녹음 한 다음에 마트에 가서 (들으면서) 계속 돌아다녔다. 돌아다니면서 ‘저 사람들은 뭐가 힘들지? 어떨 땐 웃고 어떨 땐 웃지를 않으시네?’ 하면서 관찰했다. 어떤 동네 주민들에 관련된 얘기면 그 동네 시장 같은 곳도 돌아다니고 ‘원티드’ 때는 강력반에 찾아가서 일상을 체험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펜싱을 배우러 다니고 경기장도 찾아갔었다. 도둑을 만날 수도 없었으니까 계속 상상을 했다. 그때 당시 ‘박열’ 영화가 나와서 ‘박열이 현 시대에 살고 있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장돌목이라면 박열 같이 유쾌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온 힘을 쏟아내 만들었던 작품이었기에 ‘도둑놈 도둑님’을 보낸 자리에는 허전함이 남았다.
“지금은 아직 약간 멍한 상태다. 드라마만 바라보면서 6개월을 했다가 없어지니까. 예전에는 이런 기간 없이 정신없이 연달아 작품을 하고 매일 사람들을 만나서 놀거나 했는데 이제는 끝나면 딱 비니까 멍 하다”
‘도둑놈 도둑님’의 장돌목은 복수에 성공하고 해피엔딩을 맞았지만, 작품을 떠나보낸 지현우는 다시 끝없는 질문들이 반복되는 현실로 돌아왔다. 15년 동안 배우라는 직업 안에서 늘 다른 사람을 연기해 온 그는 매일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돌아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다.
“서른 두 살 즈음에 갑자기 템플스테이를 찾게 됐다. 그냥 20대 때의 나를 돌아보게 되고 내 색깔은 무엇인지에 대해 찾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난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매일 하는 것 같다. 배우로서도 그렇고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내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 뭐였는지 이런 고민들을 항상 한다. 힘들 때는 그냥 제 자신하고 얘기를 하는 편이다. 어디에 얘기해도 해소가 안 되는 것들이 있으니까. 친구들한테 말해도 분야가 다르니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은 혼자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고민하다 보면, 결국 돌아오는 답은 ‘현실에 충실하자’였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그저 현재의 자신에게 충실하며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지현우의 삶의 목표였다.
“구체적으로 뭔가를 해야겠다는 최종 목표는 없다. 제가 명상을 하기 시작했을 때 제일 많이들은 얘기가 ‘현재에 충실하자’는 말이었다. 지금 핸드폰 바탕화면도 그거다.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이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충실하게 살자. 그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목표에 대한 답은 명확했다.
“이해가 가는, 공감이 가는 배우가 중요한 것 같다. 송강호 선배님의 작품을 보면 연기가 크게 다르지 않아도 공감이 되는 게 있지 않나. 그게 참 좋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신뢰도 있는 배우가 되셨다. 항상 선배님들이 하시는 얘기가 ‘답은 대본 안에 있어’라고 하신다. 그 안에서 답을 찾아내서 공감이 되고 시청자들이 따뜻하게 느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드림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