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창욱 “할리우드 진출이 최종 목표, 차근차근 올라가야죠” [인터뷰]
입력 2017. 11.21. 13:32:09
[시크뉴스 홍혜민 기자] 화려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진한 향기를 품은 꽃들이 있다. 배우 이창욱이 그렇다. 올해로 5년 차인 그는 조용히, 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오고 있는 배우다. 다양한 작품들을 거치며 자신만의 연기 영역을 구축해 오고 있는 이창욱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속 악역 진도현으로 자신의 목표를 향한 한 계단을 더 내딛었다.

지난 20일 시크뉴스는 약 6개월의 시간 동안 몸 담아왔던 KBS 1TV 일일드라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마친 이창욱을 만났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마친 지 약 열흘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창욱은 곧바로 SBS 미니시리즈 ‘이판사판’ 촬영에 돌입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한결 수월하게 전작을 털어낸 이창욱은 “시원하다”는 말로 종영 소감을 전했다.

“다른 작품들은 시원섭섭한 적이 많았는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시원하게 끝낸 작품이었어요. 긴 시간 집중하다보니까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은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더 시원 했던 것 같아요. 작품의 여운이요? 이미 깔끔하게 털어냈어요.(웃음) 다음 캐릭터가 있었던 탓에 혹시라도 영향을 받을까봐 뒷부분 방송은 거의 안 봤었거든요. 종영 2주 전에 촬영이 종료 됐는데 그 때 부터 아예 전작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아요. 새 캐릭터를 만들어 내야 하니까, 시간이 촉박 하더라고요. 덕분에 촬영 하루 전까지도 새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해야 했죠.”

극 중 금수저 집안의 맏아들인 악역 진도현을 연기했던 이창욱은 후반으로 갈 수록 절정으로 치닫았던 악행을 실감나게 연기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최후는 씁쓸했지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후반부는 그야말로 진도현의 ‘하드캐리’ 스토리였다. 이 같은 악역 연기을 마친데 대한 소감에 이창욱은 미소를 지었다.

“후련했어요. 정말 악역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웃음) 최대한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소리도 많이 질러보고, 못된 짓도 많이 하고, 클럽에서 날라리처럼 놀아보기도 했었죠. 악역이다 보니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욕을 먹으니까 속상하기도 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진도현이라는 인물은 욕을 먹어야 하는 역할이더라고요. 그렇게 생각을 하고 나서는 ‘욕을 먹고 있으니까 잘 하고 있는 거다. 더 잘 하자’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었죠.”

금수저 집안 답게 이창욱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속에서 화려하고 럭셔리한 느낌의 의상으로 눈길을 사로 잡기도 했었다. 덕분에 이창욱이 입고 나왔던 옷들의 브랜드를 묻는 시청자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모델 출신 답게 훤칠한 키와 완벽한 옷 피트(fit) 덕분에 실제 패션 역시 화려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창욱은 “전혀 관심이 없다”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저는 패션에 전혀 관심이 없어요. 패션이나 작은 디테일 등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니거든요. 저는 연기하고, 캐릭터 만들고 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는 편이고 패션은 스타일리스트 분들이 만들어주시는 거에요. 하지만 이번 작품에선 의상 덕분에 캐릭터 표현이 조금 더 수월했던 것 같아요.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럽게 입혀주셨잖아요. 진도현을 연기할 때 전형적이지 않고, 그 속에서 의외성을 찾고 싶었는데 패션 역시 그런 저의 생각과 상통했던 것 같아요. 한 부분이라도 개성이 나타나게끔 입혀주셔서 촬영 내내 ‘이건 얼마에요? 어디 거에요?’ 하고 물어보곤 했었죠.(웃음)



극 초반, 안하무인 성격에도 임수향(무궁화)를 좋아하는 감정에 ‘직진 짝사랑’을 선보였던 이창욱은 악연을 알게 된 뒤의 절망감, 철저한 악인으로 변모해 가는 감정까지 세밀하게 그려내며 쉴 새 없는 감정 연기를 완성했다. 약 6개월의 시간 동안 이처럼 폭넓은 감정선을 연기해야 했던 이창욱은 촬영 중간 ‘링거 투혼’을 불사르기도 했다.

“촬영 중반에 잠을 하루에 두, 세시간 씩 밖에 못잤던 때가 있었어요. 2주 정도 그렇게 지내다보니 면역력이 확 떨어지더라고요. 제가 원래 잘 아픈 사람은 아닌데, 기침이 두 달 갔어요. 그래서 다른 배우분들이 한다는 ‘링거 투혼’을 하면서 촬영을 했었죠.(웃음)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 친구들도 그 시기 쯤에 다들 병원에 가서 영양제를 맞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한 번 체력이 꺾여보고 나니까 평소에 체력 관리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에 무용도 하고 웨이트도 해서 일주일에 4번은 운동을 해 왔는데, 그 덕분에 그나마 이정도로 끝났던 것 같아요. (‘이판사판’ 촬영에 바로 들어가야 하는데, 지금은?) 아직 연장선인 것 같아요. 한 2주라도 푹 쉴 수 있었으면 재충전도 할 수 있었을텐데.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열심히 해야죠.”

일일드라마였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까지 이창욱은 KBS 지상파 일일극, 아침드라마의 단골 출연 배우 중 한명이다. ‘오늘부터 사랑해’ ‘뻐꾸기 둥지’ 등을 차곡차곡 거쳐오며 선굵은 연기를 선보였던 이창욱은 탄탄한 주부 시청층 덕분에 높은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다.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특히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 더 많이 알아봐주셔서 감사하죠. 가족들도 많이 좋아해 주세요. 부모님께도 지인 분들이 “아들이 성공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그 정도는 아닌데.(웃음) 계속 일일극, 아침 드라마에 출연했던 이유는 딱히 없어요. 제가 일일극을 특별히 선호했다기 보다는 주어진 것을 해결해 내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주어진 역할을 잘 소화하고 나니 그 작품을 보신 다른 분이 저를 또 불러주시고, 그 작품을 마치고 나니 또 불러주시는 식이었죠. 이번에는 ‘이판사판’으로 미니시리즈에 출연하게 됐는데, 또 한 계단을 올라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제는 조금 더 제가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들로 선택해서 출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렘도 들고요. 아직까지 제가 선택하는 입장은 아니고, 좋은 기회를 주시면 잘 해내야 하는 상황이니 또 새로운 기회가 온다면 잘 해내야죠.”



올해로 연기 생활 5년차인 이창욱. 이제는 연기를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할 법도 한데, 아직까지 이창욱에게 ‘연기’는 신비롭고 존경스러운 존재다.

“연기는 늘 너무 어렵고, 신비롭고, 존경스러운 것 같아요. 신기해요. 어떻게 하면 잘하고, 못하고 이런 정답이 없다보니까 재미있기도 하면서 어렵기도 해요. 연기는 늘 새롭고 설레고,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마치 남녀가 서로 좋아하는 감정처럼, 저도 연기를 좋아하는 그럼 감정이에요.”

벌써 10번째 작품을 마친 이창욱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일까.

“다 정성을 들이고, 성실히 임했던 만큼 고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매 순간 그 캐릭터의 마음에 공감하기 위해 고민을 하다보니 모든 캐릭터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 연기했던 진도현도 악역인데 이 친구가 왜 이렇게 됐을까를 나름의 설정으로 찾아내다보니 딱하고, 불쌍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마음이다보니 모든 작품이 다 생각나고, 모든 캐릭터들을 연기했던 순간들이 모두 소중하게 느껴져요.”


1984년생으로 30대 중반을 앞두고 있는 이창욱은 또래 배우들에 비해 다소 늦게 빛을 보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우려 섞인 응원에 오히려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야망이 많다’는 이창욱이 그리고 있는 빅피처가 궁금해졌다.

“사실 제가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을 따라가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늦게 시작했다’는 생각은 안들어요. 물론 어릴 때는 조금 조바심을 내기도 했었죠. 하지만 돌이켜보니까 한 계단씩 탄탄하게 다지면서 올라가고 있더라고요. 단단한 피라미드를 쌓듯이 저 역시 차곡차곡 다지면서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렇게 간다면 어는 순간 굉장히 좋은 일들을 많이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러다가 한 번 ‘확’ 올라갔으면 하는 마음도 없진 않지만요.(웃음) 나름 뿌듯하고 대견한 것 같아요. 잘 참고, 게으르지 않게 올라왔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는 앞으로 야망이 많아요.(웃음) 나중엔 할리우드 까지 진출해서 영화 제작도 해보고 싶거든요. 어릴 때 부터 야망이 컸던 것 같아요. 최종 목표는 할리우드 같은 큰 무대에서 큰 배우가 되는 거예요. 단순히 외적으로 큰 배우를 넘어서 크리에이티브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작품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고, 캐릭터도 만들어 낼 수 있는 배우요. 그런 맥락에서 지금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느낌이에요. 한 학년 한 학년 올라가고 있는거죠. 이제는 제가 좋아하는 학교에서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해 나갈 수 있는 대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되게 설레네요.(웃음)”



2010년 연극 ‘어른으로 분류되는 시기’를 비롯해 작년 무용극 ‘느릅나무 아래 욕망’ 등에 출연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신만의 한 방을 차곡차곡 준비해 오고 있는 이창욱은 ‘이판사판’으로 또 한번 연기 변신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 맡은 캐릭터가 조금 어렵게 다가와서 고민하며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있어요. 이전까지 보여드린 캐릭터와는 또 다른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극 중 판사를 연기하게 됐는데, 한 번도 판사 분들의 직업적 무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더라고요. 작품을 준비하며 공부를 하다보니 사람이 한 사람의 인생을 판결하는 데 있어서 오는 책임감과 심리적 부담감이 느껴져서 소중히, 존경스럽게 만들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언젠가는 ‘선덕여왕’의 비담 처럼 사극 속 호위무사 역할도 해보고 싶다며 새로운 연기에 대한 갈증을 덧붙이는 이창욱에게서는 배우 특유의 열정이 듬뿍 묻어났다. 2017년을 ‘이판사판’으로 마무리 할 이창욱의 내년이 기대되는 이유였다.

“내년에는 더 다양한 작품을 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다양한 장르, 다양한 드라마에서 저도 미처 다 알지 못하는 제 안에 있는 무언가를 다 표현해 내고 싶은 마음이랄까요.(웃음) 다양한 작품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어요. 좋은 역할로 재미와 감동을 드리면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해요.”

[홍혜민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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