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패키지’ 이연희, 26살의 꿈이 ‘★★★★★’ 작품으로 남기까지 [인터뷰①]
- 입력 2017. 11.21. 17:43:48
-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더 패키지’의 여행사 사장(성동일)은 인생을 여행 가방에 비유했다. 여행을 가기 위해 짐을 싸면 제일 좋아하는 것, 무서워하는 것, 포기해야할 것, 포기하면 안 되는 모든 것들을 알 수 있다고. 배우 이연희에게 인생은 곧 여행이었다. 2018년엔 좀 더 웃는 날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며 해맑게 웃는 이연희를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제겐 인생이 곧 여행인 것 같아요. 이렇게 생각한다면 인생이 어렵고 힘든 건 아닌 것 같거든요. 여행에서 모든 것들을 부딪치면서 설레어 하고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게 되잖아요. 반면 삶에선 설레고 즐거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들에 두려움이 생기고 걱정이 앞서죠. 제가 새롭게 도전하는 것들에 두려움이 많았거든요. 이를 여행으로 극복했어요. 이젠 여행가는 것이 목적이 돼버렸죠”
학창시절 데뷔 후 이연희는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여배우로서 입지를 넓히려 했지만 좀처럼 만족스럽지 못했다. 매번 따라다니는 연기논란은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떠난 프랑스 패키지 여행에서 가이드를 만났고 이는 이연희의 꿈으로 이어졌다.
“26살 때 처음 혼자 여행 떠난 곳이 파리였어요. 패키지 여행이어서 가이드에 대한 동경 같은 게 생겼죠. 나중에 ‘가이드 역할이 들어오면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정말 4년 만에 대본이 들어 온 거예요. 해외 올 로케이션 촬영이 어렵잖아요. 더군다나 그때 파리 테러가 일어나서 언제 촬영에 들어갈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전 꼭 하고 싶다고 어필을 계속 했어요. 내가 생각했던 드라마가 나에게 왔고 꼭 가이드 역할이 되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게 된 것이니까요. 제겐 운명 같은 드라마였어요.”
그토록 바라던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불어도 공부해야 했고 촬영 전 패키지 코스를 미리 방문해 정보를 미리 습득했다. 가이드 특성상 설명을 해야 하는 일이기에 장문의 대사도 외워야 했다. 이러한 과정들은 이연희에게 ‘힘듦’이 아닌 ‘설렘’으로 작용했다.
“진짜 가이드가 된 것처럼 제가 알고 있는 얘기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같이 촬영하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프랑스가 처음이었거든요. 오롯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어요. 처음 프랑스 도착하고 박유나가 에펠탑 앞 회전목마를 보고 ‘우와’라고 하기에 제가 “예쁘지?”하고 묻게 되더라고요. 하시은은 원래 소주밖에 못 마시는데 프랑스 와서 저 때문에 와인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처음 느꼈던 것들을 그들도 느끼고 프랑스 문화를 전파시키는 사소한 것들이 좋았어요”
이렇게 이연희의 애정이 담긴 ‘더 패키지’는 그의 마음도 모른 채 계속해서 첫 방송 날짜가 늦춰졌다. 이는 이연희뿐만이 아닌 다른 배우들도 한 마음이었다.
“배우들끼리 단체 메신저 방에서 ‘언제 방영 되는 거야’ ‘이번에 한 대’하면서 오랫동안 기다렸어요. 뒤로 밀려날 때마다 ‘이러다 영영 방영 못하는 거 아니야?’라고 했었죠. 기다림 끝에 방영하는 순간, 모두가 ‘드디어 첫 방송이야’라고 했어요. 정말 오랜 기다림 끝에 방영하게 돼 좋았고 극중 계절과 비슷해 좋았어요”
이연희가 맡은 윤소소는 프랑스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여행지 소개를 하는 가이드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사연이 있었다. 국문학과를 다니던 윤소소는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빠져 함께 프랑스로 유학을 가고 그 곳에서 이별을 맞이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떠난 유학길이었기에 맏딸의 체면이 서지 않아 가족들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귀국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소가 가지고 있는 사연을 가장 부각시키고 싶었어요. 산마루(정용화)에게 ‘나를 더 사랑해야 해요. 당신을 사랑할 자신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대사가 가장 공감이 갔고 소소의 심정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대사라고 생각했어요. 이미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서 먼 곳까지 갔는데 사랑에 대한 상처를 받고 또 다시 사랑을 하기엔 머뭇거리게 되는 거죠”
프랑스 여행을 떠난 주인공들은 모두 각자의 사연을 지녔다. 남편에게 구박받는 아내는 암 말기 환자였으며 7년간 연애를 이어온 커플은 삐걱거리고 있었다. 아내와 사별 후 홀로 딸을 키운 아빠는 학교에서 징계처분을 받은 딸과 소통하기 위해 프랑스를 찾았다.
“개인적으로 처음에는 소란(하시은)과 김경재(최우식) 커플이 저와 비슷한 나이 또래니까 ‘만약 내가 저 역할을 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두 분이서 연구를 아주 많이 했더라고요. 실제 현장에서도 커플처럼 같이 있고 굳이 ‘어떻게 보이냐’고 물어보지 않아도 진짜 연인 같았어요. ‘나라면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7년 커플은 어떤 느낌이 나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프랑스에서 만난 운명의 남자 산마루와 대면하는 장면 중 키스신이 제일 중요했다. 이들의 관계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불타오르는 순간이었고 가이드와 관광객의 사이에서 연인관계로 발전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통블렌 섬 안에서 찍는 마지막 장면이었어요. 동트기 전에 얼른 찍어야 했기 때문에 정신없게 찍었어요. 상의할 수도 없었지만 서로 각자 생각했던 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갑자기 진전되는 윤소소와 산마루의 관계가 시청자들이 ‘미친 거 아니야?’라고 느끼지 않도록, 의문점 없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여행지에서 일어날 법한 느낌이 잘 살았던 것 같아요.”
평균시청률 1~2%를 머무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이연희는 이번 작품을 통해 ‘발연기’의 꼬리표를 뗐고 인생작품으로 남았다. 이연희는 ‘더 패키지’에 별 다섯 개의 점수를 줬다.
“‘좀 만 더 열심히 했으면’ ‘이렇게 연기를 했다면’하는 아쉬움은 남죠. 시청률 측면에서도 그렇고요. 그런데 저희 드라마를 너무 좋아하시고, 마니아층이 있으니까 시청률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보다 더 빨리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있지만 저한테는 이 작품이 별 다섯 개 작품이에요”
[김지영 기자 news@fashsionmk.co.kr / 사진= 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