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꾼’, 연기꾼들이 만든 반전에도 부족한 한방 [씨네리뷰]
- 입력 2017. 11.22. 00:05:00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영화에서 멀티캐스팅은 극장에서 관객들을 모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충무로에서 이름 꽤나 날린다는 배우들을 한데 모아놓고 이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대중들이 관심이 없을 리가 만무하다.
영화 ‘꾼’
하지만 이러한 관심을 흥행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요인은 좋은 배우들을 잘 활용하는 감독의 연출력이다. 배우들의 티켓파워로 관객들을 잔뜩 모아놓기만 하고 이를 조화롭게 아우르지 못한다면 결국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범죄 오락 장르에 최적화된 배우들이 모인 영화 ‘꾼’이 미적지근한 두 시간짜리 반전드라마가 된 것처럼 말이다.
‘왕의 남자’를 시작으로 ‘라디오스타’ ‘님은 먼 곳에’ 등 오랜 시간 이준익 사단으로 활동한 장창원 감독이 스크린 장편 데뷔작 ‘꾼’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선이 악을 이기기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악인을 제대로 응징하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던 장 감독은 최근 한국 영화에서 강세를 보였던 범죄오락 장르에 과감한 도전장을 던졌다.
‘꾼’은 수 억 원 대의 금융사기로 대한민국을 뒤집어 놓은 뒤 홀연히 사라진 장두칠의 이야기로 포문을 연다. 이후 장두칠이 도피생활 중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지만 이것이 가짜뉴스라는 소문과 함께 뇌물을 받고 장두칠의 도운 이들이 적힌 일명 ‘장두칠 리스트’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한다.
장두칠 사건의 담당 검사였던 박희수(유지태)는 비공식 수사 루트인 고석동(배성우), 춘자(나나), 김 과장(안세하)과 함께 장두칠의 뒤를 쫓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사기꾼 황지성(현빈)을 만난다. 장두칠이라는 목적이 같은 이들은 손을 맞잡고 판을 벌이기 시작한다.
현빈 유지태 배성우 나나 안세하 등 다섯 명의 꾼들과 중간에 투입되는 곽승건(박성웅)까지, ‘꾼’은 웬만한 대작 부럽지 않은 라인업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들이 모여 형성되는 시너지는 생각보다 큰 힘을 갖지 못한다.
데뷔 이후 최초로 사기꾼 역에 도전한 현빈은 매너남의 이미지를 벗고 자유분방하고 능청스러운 캐릭터를 입었지만 연기 변신에 중점을 둘 만큼 강력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꾼’에서의 현빈은 여전히 멋있고 어색함 없는 연기를 보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폭발하는 박희수와 여러 캐릭터들의 색깔이 합쳐지면서 주인공 황지성의 존재감은 미미해진다.
코믹 연기에서 나름의 캐릭터를 지니고 있는 배성우와 안세하는 ‘꾼’에서도 특유의 가벼운 연기 톤과 대사로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는 두 사람이 전작들에서 보여왔던 이미지를 그대로 답습할 뿐 배우의 새로운 매력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장 감독은 캐스팅에 각별한 공을 들인 이유에 대해 “인물들이 뭉쳐있을 때 신선함과 시너지가 필요했다”고 밝혔지만 ‘꾼’은 새로운 조합으로 신선함을 만들어내기보다는 그저 각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캐릭터를 그려내는 데 그쳤다.
물론 다양한 인물들이 부딪치면서 만들어지는 재미도 있다. 각 인물들은 겉으로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등 뒤로는 ‘진짜 수’를 숨겨놓고 있다. 이 ‘수’들은 후반부로 가면서 하나 둘씩 공개되고 인물들의 숨겨진 사연까지 드러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스토리가 완성된다.
하지만 반전에 초점을 맞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처음부터 끝까지 반전의 긴장감을 안고 감상해야 하는 스토리는 관객들로 하여금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수없이 반복된 반전들은 그 대미를 장식하는 엔딩의 효과 역시 떨어뜨렸다. 특히 시시때때로 바뀌는 반전의 흐름을 재빠르게 따라가지 못한다면 영화의 재미를 느낄 수 없다는은 ‘꾼’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이는 곳 빠른 속도의 범죄 오락 영화임에도 ‘꾼’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꾼’은 장르적 특성과 각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서 가져올 수 있는 기본적인 재미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훌륭한 요소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조합하지 못한 탓에 ‘꾼’은 무수히 쏟아져 나온 범죄 오락 영화들 사이에서 제 색깔과 차별점을 갖추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22일 개봉. 러닝타임 116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