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2’ 함은정 “여배우 원 톱? 부담보다 감사함 느꼈죠” [인터뷰]
입력 2017. 11.23. 21:57:44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여배우 원 톱 영화. 여성영화 부족을 겪는 영화계에서 여배우가 비중 있는 배역을 맡기란 쉽지 않다. 원 톱을 꿰차는 건 더더욱 쉽지 않은 기회다. ‘실종2’의 주인공인 함은정은 영화에서 취업난과 사채 빚, 언니의 재활치료 등 현실적 문제들로 벼랑 끝에 몰리는 나약한 인물에서 악전고투의 현실에 맞서는 강인한 캐릭터로 변모한다.

‘실종2’는 전신마비인 언니를 부양하기 위해 사채를 쓰게 된 취업준비생 선영(함은정)이 절박한 마음으로 산에서 회사 최종면접을 보게 되고 그날 그곳에서 우연히 송헌(이원종)과 아진(서준영)을 만나 서로의 범행을 목격하면서 쫓고 쫓기는 생존 게임을 벌이는 스릴러다.

지난 2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모처에서 함은정을 만나 영화 ‘실종2’(감독 조성규, 제작 영화공장)의 원 톱 여배우 함은정을 만나 영화와 연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주연을 맡은 두 번째 영화에서 원톱을 차지한 그녀는 부담감보다는 감사의 마음이 컸다고.

“여배우 원 톱이라는 것에 관해 부담감을 가지면 긴장할 것 같아 웬만하면 부담을 안 가지려 한다. 얼른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는 편이다. 주인공으로 영화를 촬영할 수 있다는 것에 무엇보다 감사했다. 여배우가 주로 나와 할 수 있는 영화들이 적은 편이다. 그 속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그녀가 연기한 선영은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범죄에 휘말려 목격자와 살인자가 뒤얽힌, 목숨을 건 하룻밤의 사투를 벌인다. 주로 산에서 이뤄진 촬영에 힘들지는 않았을까.

“어느 정도 차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어서 차로 많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스태프가 저보다 힘들었다. 전 정말 힘들었어야 하는 역할이라 오히려 도움이 됐다.(웃음) 힘들었던 걸 꼽자면 대본에서 설명이 안 된 부분을 어떻게 촬영하느냐 하는 거였다. 그 외 크게 힘들었던 건 없다.

그녀는 선영 역을 제안받고 ‘선과 악이 공존하는 역할’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의아했고 처음엔 캐릭터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자신과 상황 자체가 많이 다른 인물이기에 더 그랬다.

“아역 때와 비슷한 것 같다. 어떤 작품을 하고 싶고 어떤 회사에 들어가고 싶고 입증해야 하는 건 많고 벽이 좀 높달까. 스펙 외의 장점도 많은데 결과물, 보이는 게 우선시 됐다.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고 절망했던 때가 있다. 완벽히 선영에 관해 설명하진 못해도 비슷한 걸 돌이켜봤다. 그래서 처음엔 긴장감 없이 했다. 선영은 취업 외에도 다른 고달픔이 두 개나 더 있다. 허구의 인물이긴 하지만 실제 많은 분의 고충이 섞여 있어 가볍게 접근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진중하게 하고 싶었다. 연기적 스킬은 다음 문제였다.”



함은정은 선영의 상황에 일부 공감했다. 그녀 역시 작품과 매니지먼트 회사 앞에서 합격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순간이 있었고 높은 벽을 느껴보기도 했다.

“선영이 면접에 합격하고 싶어 하는 것에 공감했다. 일반적인 사람이어도 대학에 합격해야 하고 회사에도 합격해야 한다. 초반에 이해가 안 될 때는 날 돌이켜보며 쉽게 접근하려 했다.”

선영을 연기하며 그녀는 자신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했다. 현장에서 감정이 생기면 자신의 것인지 선영의 것인지를 생각했다.

“나로 나오지 않게 하려 조심했다. 현장에서 감정을 상대에게 받았을 때 오는 리액션이 내 것인지 선영의 것인지 생각했다. 현장에서 정말 하고 싶은 말들이 생기더라. 그땐 감독님과 상의했다. 현장에 놓인 물건, 분위기, 상대 배우의 연기에 따라 소소한 부분이 조금 달라질 순 있는 것 같다.”

조성규 감독과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작업한 그녀는 조 감독의 전작의 감성 코드가 좋았다고 밝혔다.

“나도 멜로를 좋아해 멜로도 유머 코드도있는 감성을 좋아했는데 스릴러 장르를 한다고 해서 호기심이 있었다. 오히려 감독님의 코드가 가미된 스릴러라 좋았다. B급 유머를 가미한 작품을 찾기 힘든데 블랙코미디 같다고 하기도 하더라. 배우는 진지했는데 현장분들이 웃더라. ‘이게 의도하신 바구나’ 했다.”

영화를 촬영하며 많은 배우들이 술자리를 갖고 친목을 다져가며 힘을내 작품을 완성한다. 그녀는 시간에 쫓겨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 친목을 다질 기회는 많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진 않았다. 배우들끼리 얘기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느꼈다. 촬영에 들어가고 나니 역시나 베테랑 선배들이 있어 서로 집중했고 호흡이 좋았다. 정말 시간이 많지 않아서 그리 많은 술자리를 갖지는 못했다. 간간이 친목을 다지려 노력했다.”

‘실종2’가 저예산 영화라는 점에서 끌렸다는 그녀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 영화만이 가진 코드가 있다. 상업영화와 분명 다른 코드가 있고 거기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여러 가지가 있다. 내 입장에선 다양함을 경험하고 싶다. 상황 설명이 친절하고 충분치 않더라도 꽉 채워줄 수 있는 장르가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친절한 설명이 덧대어지는 연기를 했는데 그러지 않는 방면을 보고 호기심이 일어 어려서부터 나름대로 관심이 있었다.”

함은정에게 ‘실종2’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기회’이자 다양한 작품과 역할의 기회 앞에서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준 작품이다.

“아무래도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저예산 영화에 참여해 의미가 깊다. 영화의 크기를 따지지 않고 출연하고 싶었던 사람인데 나 혼자 결정할 수 없어 많이 못 해봤다. 내가 하고 싶어 할 수 있어 즐거웠다. 영화 크기와 역할을 따지지 않고 참여할 용기를 얻은 작품이다. 친절히 대사로 설명하는 듯한 영화는 많이 해왔다. 저예산 영화의 특성상 상황 설명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관객에게 상황을 보여주는 경험을 했다. 대사 대신 소리를 지른다든가 감정이 다 담긴 표정 하나라든가, 이런 것들을 표현하는 걸 배운 게 색달랐고 인상 깊었다.”

전작인 공포물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2011)에 이어 스릴러에 도전한 그녀는 “그렇게 연결이 되더라”며 미처 의식하지 못한 사이 두 작품 연속 어두운 부분을 보여주게 된 것에 새삼 놀랐다.

“그렇게 연결이 되더라. 아무래도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는 현역 아이돌이 좀 더 어울리는 역할이라 캐스팅해준 것 같다. 이후 거의 두 번째 작품으로 스릴러를 하게 됐는데 장르물에 특화됐다기보다 우연의 일치인 것 같다. 나름 공포와 스릴은 다르다 생각한다. ‘그쪽으로 가려 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는데 의도한 바는 아니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을 두기엔 아직 자신이 병아리 정도라 생각한다는 그녀는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이번 영화도 사실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역할이라 끌린 면이 있어요. 다양하게 하고 싶어요. 제게 어떤 색이 입혀질지 궁금해요. 최대한 어떤 역할이라도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공포나 스릴러가 다시 들어오더라 해도 인물과 내용이 다를 테니 매력적으로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안 할 이유는 없죠.”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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