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잡는다’ 백윤식의 ‘ing’ 배우 인생 “활동할 수 있는 무대면 어디든” [인터뷰]
입력 2017. 11.27. 15:23:59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배우 생활도 인간 백윤식도 항상 진행형이에요. 저 나름대로 직업이나 인생인 구김살 없이 살았다고 생각 합니다”

1970년 KBS 9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배우의 길에 들어선지 어느덧 48년째다.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배우로 살아온 백윤식은 71세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여전히 유쾌하고 호탕한 매력으로 사랑받고 있다. 세월이 흐르며 깊어진 주름만큼이나 노련한 연기로 매번 관객들을 사로잡는 그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배우다.

최근 서울시 중구 삼청동 모처에서 백윤식이 시크뉴스와 만났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반드시 잡는다’에서 젊은 배우들을 제치고 주인공 자리를 꿰찬 백윤식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좋은 기회에 좋은 작품을 하게 돼서 배우로서는 너무 좋다. 지금 상황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제피가루 작가의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를 원작으로 한 ‘반드시 잡는다’는 30년 전 해결되지 못한 미제사건이 다시 시작되면서 동네를 꿰뚫고 있는 터줏대감 심덕수(백윤식)와 전직 형사 박평달(성동일)이 의기투합해 범인을 잡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백윤식은 출연 제의가 들어오고 나서 웹툰은 물론 작가의 후기까지 꼼꼼히 정독하며 작품을 분석했다.

“처음에는 선뜻 정할 수가 없어서 (심사숙고의) 과정이 있었다. (작품 출연) 얘기가 되고 나서 원작을 제작진에서 확보 해 놨더라. 제피가루 작가의 작품 후기까지 다 봤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캐릭터는 시나리오를 몇 번 읽으면 다 있다. 디렉션도 다 나온다. (그걸) 백윤식이라는 배우에 걸맞게 풀어 나가는 거다. 그래서 작품을 선정할 때 시나리오를 0순위로 본다. 내가 해야 될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건 다음 순위고 전체 틀을 딱 보고 내 캐릭터, 주변 인물들을 세세하게 분석한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백윤식 성동일 천호진 등 평균 나이 60세를 자랑하는 배우들의 노장 투혼이다. 특히 백윤식과 성동일은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으면서 달리고 넘어지고 맞는 등 수고스러운 액션을 감수해야 했지만 백윤식은 도리어 액션 연기가 즐거웠다며 ‘베테랑 배우’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것도 연기로 해야 되는데 또 연기로 보이면 안 된다. 배우니까 당연히 최선을 다 해야 된다. 내가 맡은 임무니까. 저는 항상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있으니까 즐겼다. 머신 위에서 하는 것보다 실제로 바깥에서 하는 게 더 좋았다. 골목길뿐만이 아니라 화면에는 안 담겼는데 촬영을 하기 위해서 목포 유달산을 올랐다. 성동일 씨가 힘들었다고 그러더라. 등산로가 전부 계단으로 돼 있었다. 산을 올라가니까 호흡기에도 좋고 일하면서 이런 기회도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극 후반부 진흙탕 한 가운데서 비를 맞으며 질긴 싸움을 벌이는 신은 48년차 배우에게도 쉽지 않은 연기였다. 영화의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당기는 이 장면은 배우들의 인내와 고충으로 완성된 명장면이었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견딜만했는데 그게 인위적인 기후다. 그 장면을 위해서 겨울밤에 흙더미 위에서 비가 쏟아지는데 몇 시간 안에 끝나면 모르는데 장시간 노출이 되니까. 작년 이맘때 겨울 에 찍은 거라 그런 부분이 힘들었다”

‘반드시 잡는다’는 겉으로는 긴장감 넘치는 액션 스릴러 영화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독거노인의 삶과 노인 혐오 문제, 현실에 허덕이는 20대 등 사회에 만연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 그 가운데서 심덕수는 노인들을 향한 잘못된 시선을 바로잡고 젊은이들의 현실에 미안함을 느끼며 이를 위로하는, 투박하지만 따뜻한 어른의 역할을 한다. 백윤식 역시 현실을 바라보는 영화 속 심덕수의 시선에 깊이 공감했다.

“제가 직업은 배우지만 사회 일원으로 간접적인 경험을 다 하고 산증인이나 다름없이 사회생활을 해왔다. 작품에 (나오는 이야기가) 없는 얘기가 아니다. 성공한 인생을 가지려면 고난의 과정을 거치고 힘들어도 통과를 해야 하는데 통과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젊은 세대들이 안쓰럽고 애틋하고 그렇다. 사회적으로 좋은 쪽으로만 형성이 되면 괜찮은데. 젊은이들이 좋은 사회를 만나서 자기 뜻을 펼 수 있는 그런 과정들이 좀 더 성숙되고 발전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항상 있다. 심덕수도 그게 있는 거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온몸을 던져서 자기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목숨을 내놓고 그렇게(범인 추격) 하는 거다. 심덕수도 ‘사회에서 이런 일은 안 벌어져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수습을 해야 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영화가) 현실하고 다를 게 조금도 없다. 영화로 옮겨놨을 뿐이지 같은 판이다. 심덕수의 사고방식이나 제 인생의 사고방식이나 별 다를 게 없다”

이처럼 깊은 공감으로 캐릭터를 완성한 백윤식은 ‘반드시 잡는다’에서도 개성 있는 연기 톤으로 캐릭터의 맛을 살렸다. ‘피똥 싼다’ ‘개 돼지’ 등의 유행어 못지않게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목소리와 억양을 자랑하는 그의 연기는 또 하나의 유행어 탄생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래도 내가 출연했던 작품의 캐릭터가 뱉은 말들이 다 맛이 있다. 뭐 좋은 말들도 아니고 그러긴 한데 짧은 한마디 한마디인데 뉘앙스가 있고 함축돼있는 대사들이다. 그래서 그쪽(예능) 분야에서는 젊은 친구들이 성대모사를 많이 하는 모양이더라. 그게 또 작품이 좋은 결과를 가졌기 때문에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연구보다는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상황에 걸맞게 감정을 실어서 하다 보면 그게 표현이 되는 거다. 그게 관객 분들한테는 묘하게 재밌게 들리기도 하고 각인이 되는 모양이다. 난 그냥 편하게 캐릭터에서 형성 된 스피치를 하는 거다”


‘반드시 잡는다’는 영화적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 등에서도 눈여겨볼만 한 영화이지만 무엇보다도 중년 배우들끼리 액션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배우들의 인기에서 형성되는 티켓 파워가 아닌 수년의 경험에서 완성된 연기력과 탄탄한 스토리로 승부를 건 만큼 백윤식은 성적에 대한 솔직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럴 것 같다. 관객 분들의 정서가 중요한데 그런 정서를 받아주시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누구의 할아버지, 아버지가 아닌 독립적인 캐릭터로 많은 작품에서 활약하고 있는 백윤식은 많은 후배 배우들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수십년의 연기생활에도 여전히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는 좋은 무대가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고 싶다며 식지 않는 연기 열정을 보였다.

“계획은 아직 공론화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데 영화 쪽에 소통하고 있는 건 있다. 드라마도 좋은 기회가 되면. 저는 매체나 활동 장르는 그렇게 구애받지 않는다. 배우가 활동할 수 있는 무대라면 다 (하고 싶다). 좋은 작품이어야지”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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