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초희 “치열하게 도전했던 ‘사랑의 온도’, ‘파수꾼’ 잇는 인생작 됐죠” [인터뷰]
- 입력 2017. 11.28. 16:59:56
- [시크뉴스 홍혜민 기자] ‘사랑의 온도’가 최종회 시청률 8.4%를 기록하며 가을에서 겨울까지 이어진 촉촉한 감성을 남기고 종영했다. 세 남녀의 지극히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았던 ‘사랑의 온도’에서는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들이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을 함께 이끌어 나갔다. 배우 이초희는 그 중에서도 반짝반짝 빛을 내뿜으며 ‘보석’의 재발견을 알렸다.
‘사랑의 온도’에서 이초희는 서현진, 조보아와 함께 일하던 보조 작가 황보 경 역을 맡아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극 후반에는 드라마 PD 김준하 역의 지일주와 ‘삶은 계란 커플’로 러브라인까지 선사하며 제대로 ‘맹활약’ 한 이초희는 자신을 향한 시청자들의 호평에 대해 쑥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경이 캐릭터를 많이 사랑해주실 수 밖에 없게끔 만들어주셨어요. 저는 만들어주신 캐릭터를 충실하게 연기했을 뿐인 것 같아요. ‘경이가 온수 커플을 바라보는 마음을 대변해주는 역할을 했다’는 댓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캐릭터를 잘 그려주셨던 덕분에 저까지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극 중에서 귀여우면서도 직설적인 스타일을 부각시켜 준 사투리 연기를 선보였던 이초희. 대구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에 ‘사투리 연기는 쉽게 해냈겠다’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이초희에게 사투리 연기는 도전이었다.
“저는 사실 8도 사람이에요.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경남-경북을 오가면서 살았었거든요. 그러다보니 각 지방의 사투리가 섞여 있어서 한 지방의 사투리로 교정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촬영 때는 부산에 사는 친한 언니에게 도움을 받아서 계속 사투리 공부를 했었어요. 그래서 사투리 연기를 편안하게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사투리 연기를 한다는 건 저에게 나름 ‘도전’이었어요. 지금 완벽한 로컬 상태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사랑의 온도’는 초반부터 끝까지 혼자서 굉장히 치열하고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었어요.”
5년 전 이야기부터 시작했던 만큼 극 초반에는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던 이초희는 극 중반부터는 사투리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서울 상경 후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황보 경이라는 캐릭터의 특징을 더욱 현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이초희의 결단이었다.
“처음부터 감독님께 ‘5년 전까지는 완벽하게 부산 사투리를 쓰고 싶고, 현재 시점에서는 경이도 서울에 산 지 10년 가까이 된 만큼 사투리의 ‘톤’만 가지고 가고 싶다’고 말씀 드렸었어요. 사투리를 이상하게 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어서 걱정을 했었거든요. 그럼에도 경이의 상황을 살리기 위해서 베이스는 경남에 두되 출처 없는 사투리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었죠.”
보조 작가로 서현진-조보아와의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던 이초희의 캐릭터는 지일주와의 러브라인이 무르익으며 더욱 큰 사랑을 받았다. 시청자들을 사로 잡은 ‘삶은 계란 커플’이라는 애칭에 대해 이초희는 “아주 적당한 애칭”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저희 커플의 시작점이 ‘삶은계란’이었던 만큼 아주 적당한 애칭인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죠. 처음엔 전혀 호응을 얻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었거든요. 이렇게 될지도 몰랐고, 이렇게 사랑해 주실지도 몰랐어요. 좋았죠. 일단 일주 오빠와는 대학 선후배 사이였고, 예전부터 알던 사이라서 편안하게 서로 대화도 자주 나누면서 잘 해 나갔던 것 같아요.”
이어 이초희는 서현진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극 중 황보 경이 유일하게 가장 신뢰하고 마음을 100% 열었던 이현수 캐릭터 처럼, 현실에서 서현진 역시 이초희에게 그런 존재였다.
“경과 현수로서도, 이초희와 서현진으로서도 마찬가지의 관계였던 것 같아요. 현진 언니는 어떤 배우랑 함께 작품을 해도 굉장히 신뢰를 주는 사람이고 다 맞춰주시는 편인 것 같아요. 상대방이 더 편할 수 있게끔 많이 배려해주시고, 좋은 분이세요. 이번 작품을 하기 전에도 워낙 팬이었지만, 같이 작품을 해보고 나니 더 팬이 됐어요. 굉장히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극 중 서현진과 러브라인을 그리며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양세종과 이초희는 같은 소속사 식구다. 극 중에서는 아쉽게도 두 사람이 만날 장면이 거의 없었지만, 실제로는 친분이 있는 사이인지 질문을 던졌다.
“전~혀 친분이 없었어요.(웃음) 드라마 리딩 때 처음 뵀어요. 같은 회산데도 볼 일이 전혀 없었거든요. 아직까진 데면데면한데 그마나 같은 회사 식구라는 느낌이 있어서 심적으로 편한 건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정도의 이야기는 했었죠. 이제부터 친해져 보려고요.(웃음)”
‘사랑의 온도’를 통해 한 번 더 자신을 알릴 수 있어서 감사했다는 이초희는 그간 ‘파수꾼’ ‘전국 노래자랑’ 등 굵직한 작품들에 출연하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한 순간 ‘대박’을 터트린 운 좋은 배우가 아닌 차곡차곡 자신의 길을 걸어 온 내공 있는 배우인 것. 이에 이초희가 생각하는 자신의 ‘인생작’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지금까지 모든 작품이 다 각각의 이유로 기억에 남고 ‘인생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저는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는 것은 ‘파수꾼’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로인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서요. ‘파수꾼’ 팀과는 아직도 연락도 자주하고 있고, 늘 감사하고 있어요. 작품 자체가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해서…(웃음) 그리고 최근에 마친 ‘사랑의 온도’도 또 다른 의미의 인생작이지 않을까요.”
2011년 개봉했던 영화 ‘파수꾼’ 이후 일련의 시간 동안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 대학교로 돌아가며 공백기를 가졌던 이초희. 자신에게 필요했던 시기였지만, 다소 주목받는 시기가 느려졌다는 아쉬움이 남을 법도 했다. 이초희에게 ‘주목 속도에 대한 아쉬움은 없냐’는 질문을 건넸다.
“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제 상태가 불편하진 않아요. 느리게 가는게 안좋은 것 만은 아닌 것 같아서… 연차에 비해서 주목이 적지, 내공이 있으니까요. 좋은 작품에서 좋은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다면 제가 주목을 더 늦게받든 빨리 받든 똑같은 선상에 서는 게 아닐까 싶어요. 빨리 가는만큼 그만큼의 부담감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저는 지금 제 속도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더 천천히 꾹꾹 잘 다져가면서 가는 느낌이라, 계속 하는게 중요하지 않을까요?(웃음)”
이어 이초희는 앞으로 자신이 나아가고 싶은 지향점을 덧붙였다.
“장르나 역할 욕심을 가지기 보다는 뭐든 다 해보고 싶어요. 아직까지는 조금 더 넓어지고 싶은 욕심이 큰 것 같아요. 위로 올라가서 주인공을 해보고 싶다 이런 것 보다는 더 다양하고 폭넓어지고 싶어서요. 수직보다는 수평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그 덕분에 역할 역시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기회만 오면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주인공이요? 아직 안해봤기 때문에 제가 그럴만한 그릇이 되는 지를 모를 뿐이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는 믿고 있어요. 기회가 오면 열심히 해 봐야죠.”
벌써 데뷔 9년차 배우가 된 이초희에게 연기는 직업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가장 좋은 것이기 때문에 연기를 하자’는 생각으로 연기를 이어오고 있다는 이초희는 뜻밖에도 “연기보다 더 좋은 일이 생기면 곧바로 연기를 그만둘 것 같다”는 다소 센 발언으로 기자를 놀라게 만들었다.
“저는 항상 ‘연기가 가장 좋아서 하는 배우가 되자’는 것을 신념으로 가지고 있어요. 외적인 것들을 배제하고 ‘연기가 좋아서’가 첫 번째 이유가 되게 연기를 하자는 생각인데, 연기보다 더 좋은 일이 생기면 연기를 그만둘 것 같아요. 그만큼 연기가 지금까지 저에게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지치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과연 연기보다 더 좋은 일이 나타날까요?(웃음) 계속 연기를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이만한 좋은 직업이 어디있겠어요.”
[홍혜민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굳피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