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선 감독이 말한 ‘반드시 잡는다’의 가치 “마지막까지 최선 다한다면” [인터뷰]
- 입력 2017. 11.30. 15:12:19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장기밀매범죄의 실상을 그린 ‘공모자들’과 금고털이범의 이야기를 다룬 ‘기술자들’. 범죄를 소재로 한 작품들에서 개성 있는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주목받았던 김홍선 감독이 3년 만에 미제사건 추적 스릴러 ‘반드시 잡는다’로 돌아왔다. 웹툰의 영화화와 중년 배우들의 주연작. 흥행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이는 요소들을 모두 떠안은 채 연말 극장가 경쟁에 합류한 김홍선 감독의 얼굴에는 걱정보다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다.
김홍선 감독
지난 29일 개봉한 ‘반드시 잡는다’는 30년 전 미제사건과 동일한 수법의 살인이 또다시 시작되자 동네를 잘 아는 터줏대감 심덕수(백윤식)와 사건을 잘 아는 전직 형사 박평달(성동일)이 촉과 감으로 범인을 쫓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매 작품마다 장르에 어울리는 강렬한 내러티브와 스피디한 전개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김홍선 감독은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제피가루 작가의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를 스크린으로 옮겨 또 하나의 김홍선 표 스릴러 영화를 완성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꽤 많았지만 최근에는 많이 없었다. 기획과 주제의식, 작가의 의도, 신선한 아이템을 가져와서 영화화 하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대로 옮기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소재와 캐릭터는 가져오고 상업적으로 각색하는 과정이 재밌었다”
스토리 자체는 원작과 비슷하지만 막상 영화를 들여다보면 웹툰과는 다른 ‘반드시 잡는다’만의 개성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가장 먼저 포스터를 가득 채우고 있는 심덕수 역의 백윤식과 박평달 역의 성동일은 원작의 그림체에서 느껴졌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풍기며 새로운 캐릭터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심덕수라는 캐릭터는 작고 이런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느낌이나 표정으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경계에 있는 캐릭터라서 (배우와의 이미지 매치가) 전혀 문제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일부러 바꾼 건 아니지만 원작을 본 사람도 안 본 사람도 백 선생님이 덕수 캐릭터를 했을 때 이질감을 느끼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원작) 캐릭터 그림의 느낌이 평범해서 (캐스팅 하기에) 좋았다”
하지만 이 라인업이 관객들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백윤식‧성동일 주연’이라는 타이틀은 한 문장만으로도 명연기의 향연을 예상하게 하지만 스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영화들에 비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이에 대한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시작할 때부터 패키지가 약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제가 귀찮게 하고 괴롭혀도 티를 안내시고 편안하게 해주셔서 너무 고맙고 든든하다. 제가 눈치 없이 선배님들한테 부탁하는 편이어서 어떻게 보면 불편하실 수도 있는데 전혀 불편한 티를 안 내시고 정말 편하게 해주셨다. 감독 입장에서는 배우가 불편한 티를 내면 기분이 상하거나 위축될 수 있는데 정말 다들 집중해서 편하게 즐겁게 할 수 있게끔 많이 도와주셨다. 어떻게 하면 이 작품으로 대중들과 크게 소통할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했다. 마지막에 스크린이 내려갈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충분히 소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되면 스릴러 장르의 느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다채로운 색감이 영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유난히 파란 하늘 아래 색색깔의 집들로 이루어진 마을은 지극히 평화롭게 느껴지지만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점점 어두운 분위기로 변해간다. 이 역시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김홍선 감독의 세심한 의도였다.
“컬러풀한 느낌의 미장센을 하고 싶었다. 동네가 밝고 따뜻하고 여러 가지 색깔도 많은데 점점 끈적해지고 다크해지는 그런 느낌을 색감으로 주고 싶었다. 나중에는 비가 오면서 앞보다 색감이 훨씬 줄어들면서 감정의 변화를 주고 싶었다. 미술 소품, 조명 이런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했고 제가 원하는 느낌의 색감을 가져오려고 많이 노력했다”
장르적 재미와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액션도 추가됐다. 백윤식 성동일 천호진 등 중년의 배우들이 만드는 액션 영화는 관객들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과 김홍선 감독의 힘 있는 연출력은 웬만한 액션 영화보다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원작을 각색 하면서 영화적인 느낌으로 방향을 바꾸고 캐릭터의 결을 바꾸면서 좀 더 영화가 상업적으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랬을 때 서스펜스만 가지고는 모자라지 않을까 싶어서 액션을 넣었다. 그 액션이 어르신인데 너무 젊은 사람처럼 하면 현실감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나이든 사람들이 할 액션이 뭐가 있을까 싶어서 몇 가지 배치를 했다. 백 선생님이 ‘싸움의 기술’ 같은 것도 하셨지만 시나리오를 보고서 액션을 되게 하고 싶어 하셨다. 처음에 각색 본을 드렸을 때보다 액션을 추가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도 ‘반드시 잡는다’는 긴장감 넘치는 액션 뒤에 씁쓸한 여운을 함께 남긴다. 외롭게 죽어가고 짐짝처럼 취급되는 노인들의 모습과 “늙은이가 식충이 같냐”는 심덕수의 대사는 현대사회에서 노인들이 처한 차가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실제 영화에 등장하는 노인 세대들과 가까운 정서를 유지하고 있는 배우들의 연기는 그 어느 장면보다도 더욱 현실감 있게 관객들의 가슴을 울린다.
“액션 스릴러이긴 하지만 영화를 보면 그런 현실들이 여운으로 남았으면 했다. 그래서 (시체의) 구더기라던지 그런 포인트를 세게 준거다. 잔상이 많이 남으면 끌고 올 수 있다. 노인들의 현실이나 신구세대의 갈등을 강조하려고 한 건 아니지만 기존에 깔려있길 원했다. 대사나 이런 건 중요한 게 아니고 배우 분들이 구현을 할 때 얼마나 잘 전달되느냐가 중요했다. 배우 분들이 정말 잘 해주셨다. 단지 특수 분장만 하고 이런 게 아니라 (영화의) 정서를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반드시 잡는다’는 젊은 스타 배우의 등장, 수백 억의 제작비 등 흥행 영화라면 하나쯤 끼고 있는 요소들을 제외한 채 오직 배우들의 명품 연기와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만으로 승부를 걸었다. 모두가 꺼려하는 ‘중년 액션 영화’라는 쉽지 않은 도전을 선택한 김홍선 감독은 ‘반드시 잡는다’의 의미를 강조하며 많은 이들의 관람을 독려했다.
“‘반드시 잡는다’는 의미와 가치가 있다. 감독 입장에서는 이런 선배님들과 함께 액션 스릴러를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근사한 경험이다. 또 배우 입장에서는 흔히 소구되는 역할이 아니라 자기의 캐릭터를 가질 수 있고 중년들이 나오는 스릴러를 기획하려했던 제작사들은 시장과 아이디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퀼리티를 가지고만 승부를 보겠다고 한 투자배급사의 용기도 영화가 잘된다면 많은 패러다임을 양산할 수 있다. 지금 이 작품은 여러 사람의 가치를 담고 만들어진 작품이다”
지난 29일 개봉. 러닝 타임 110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