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 “생계형 배우의 위대함 깨달아…아빠로서 잘 서 있고 싶다” [인터뷰②]
입력 2017. 12.08. 14:04:27

양동근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저를 죽이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렇지 않으면 아빠로서 살 수가 없더라고요”

지난 1987년 KBS 드라마 ‘탑리’로 데뷔한 양동근은 배우와 가수라는 두 분야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하며 사랑받았다.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어디서든 강한 개성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그는 대체불가한 배우이자 가수였다. 하지만 최근 시크뉴스가 만난 양동근은 이런 이미지와는 조금 달랐다. 헤어스타일과 의상에서는 여전히 힙합가수다운 자유로움이 묻어났지만 아내와 세 아이를 책임져야하는 가장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그에게서 화려한 연예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지난 1일 종영한 MBC ‘보그맘’에서 양동근은 최고봉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극중 그는 아이큐 187의 최연소 로봇 공학박사이자 국내에서 손꼽히는 IT 재벌이었지만 촬영장에서 벗어나 집에 들어선 순간부터는 평범한 ‘워킹 대디’였다.

“아이들 등원시키고 먹이고 씻고 재우는 걸 최대한 같이 한다. 그렇게 하면 정말 하루가 다 간다. ‘보그맘’ 촬영은 (일주일에) 이틀이었지만 5일 간은 100퍼센트 육아에 올인을 했다. 오히려 놀아주는 건 좀 취약하다. 손이 부족해서 (와이프가) 힘들어하는 부분에서 커버하려고 하고 있다”

요즘 시대에 부모가 육아와 집안일을 병행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여겨지지만, 작품을 하면서 세 아이를 돌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촬영장에서는 누구보다 완벽한 준비가 갖춰진 배우였던 그는 아빠가 된 후 배우로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작품을 하면 원래 한 3, 4일 촬영하고 대본을 보는 시간이 거의 하루에 반나절이었다. ‘네 멋대로 해라’ 같은 경우 전날에 연기 동선, 디테일, 대본을 완전히 숙지하고 현장에서 대본을 안 들고 다니는 배우였다. 그런데 (‘보그맘’ 때는) 전날에도 대본 보는 시간이 30분 정도밖에 안 됐다. 대본을 못 외우고 갔다. 집에서 이렇게(촬영 준비를 많이) 하는 건 와이프가 너무 힘들어 한다. 그러면 불화가 찾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배우라는 부분을 엄청 내려놓은 거다. ‘양동근 배우 30년에 현장에서 이게 웬 말이냐’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지금 이것(가정)을 챙기는 게 더 중요해. 배우 양동근 인생에 오명이 생기더라도 포기해’ 이런 마음가짐이 생겼다”


양동근의 이런 모습은 자신 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낯설게 느껴질 듯 하다. 워낙 자유분방하고 반시스템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가정의 탄생과 함께 180도 달라졌다. 배우로서의 가치관, 자존심을 내세우기 보다는 현실에 따라 배우 양동근을 맞춰 나가야하는 그는 자신을 ‘생계형 배우’라고 칭했다.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런 이미지였고, 실제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생계형 배우가 된 것은 하나다. 이제는 양동근이 배우를 하는 게 아니라 가장이 배우를 하는 거다. 요 몇 년 간 양동근을 내려놓고 아빠로서 마음을 고쳐먹기까지 싸움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탈바꿈을 하기 위한 시간이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이 탈바꿈을 하지 않았으면 ‘보그맘’도 안 했을 테고 집을 뛰쳐나갔을 거다. 이제는 배우로서 삶보다 가장으로서 책임감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저 조차도 어렸을 땐 생계형 배우에 대해서 ‘그런 배우를 왜 해? 그건 배우가 아니지’ 라고 생각했었다. 그 부분이 너무 반성이 됐다. 생계형 배우는 위대하다. 제 주변에 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배우가 되고 싶어서 정말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위대해 보이더라”

누구보다 빛났던 청춘을 지나 조금씩 인기 스타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길을 걷고 있는 양동근은 가끔 과거가 그리워지는 순간은 있지만 자신이 불행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가족들을 위해 치열하게 현실을 살아가는 지금이 아름다워 보이는 그는 데뷔 후 30년의 시간 만큼이나 성장해있었다.

“‘네 멋대로 해라’와 같은, 그것을 뛰어 넘는 작품은 힘들 것 같다. 배우로서 그런 필모그래피를 가졌다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 이상을 해야 된다는 생각이 저한테 조급증을 줬었다. 매일 한 곡씩 가사 쓰고 그런 시절도 있었다. 그것만 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환경, 나이대가 있다. 도끼를 보면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생각한다. 그게 아름다운 거다. 처음에는 ‘나는 이제 저렇게 못하네? 처절해. 비극적이야’ 이랬는데 이제 그것들을 넘어서 아름다워 보이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잘 나갈 때는 이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이제 롤러코스터를 한번 타보고 나니 옛날의 편협했던 제 생각들이 기억나고 새로운 관점들이 보인다”

30년간 일궈온 배우, 가수로서의 길보다 가장으로서의 역할에 매진할 줄 아는 그는 이미 좋은 남편과 아빠로서의 자질을 갖춘 듯 했다. 끝으로 그는 어떤 아빠로 평가받고 싶냐는 질문에 “잘 서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며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저는 나름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려고 열심히 하는데 몰라준다. 알아달라고 (제가) 표현도 잘 안한다. 저만 그런 게 아닌 것 같더라. 입장 바꿔보면 엄마들도 그럴 거다. 그 몰라줌에도 불구하고 우뚝 잘 설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그게 제 바람이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i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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