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처음이라’ 정소민 “닮은 듯 다른 지호를 만난 건 운명” [인터뷰①]
입력 2017. 12.13. 14:34:00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건투를 빕니다. 이번 생은 어차피 모두 처음이니까”

‘이번 생은 처음이라’ 1회 말미, 남세희(이민기)가 윤지호에게 이렇게 말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정소민은 처음 맡은 윤지호와 많이 비슷했고 또 달랐다.

최근 종영한 케이블TV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극본 윤난중 연출 박준화)에서 정소민은 집 있는 달팽이가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홈리스’ 윤지호로 분했다. 경상남도 남해에서 태어나 교사가 되라는 부모님의 조언을 무릅쓰고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로 진학했다. 이후 드라마 보조 작가의 길을 걷다가 깜깜한 터널에 들어가지만 결국 그 터널을 모두 걸어 나왔다.

“윤지호 자체로도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지호가 자라온 환경이나 모습들이 저와 닮은 부분이 많아서 ‘작가님이 나를 알고 쓰셨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작품이 끝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그동안 맡았던 작품 중 여운이 크면서 애정이 가는 건 윤지호인 것 같아요.”

윤지호처럼 정소민 역시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기에 도전했다. 학창시절 내내 바른 생활을 하면서 학업을 이어왔던 터여서 연기자의 길로 가겠다고 한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반항이었다. 부모님을 설득하지도 않았고 몰래 대입시험을 보고 떨어지면 평생 비밀로 간직하려고 했다.

“극 중에 ‘꿈을 먹고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 이제부터 내 인생은 깜깜한 터널을 혼자 걷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깜깜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외로울 줄은 몰랐다’는 내레이션이 있어요. 저 역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전했던 길이었고 오히려 데뷔 후에 슬럼프가 왔거든요. 누구에게나 터널인 시기가 있지만 굳이 터널인 시기가 아니어도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는 게 굉장히 쓸쓸하고 외로운 일이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은 건 또 아니고요. 쉬운 길의 유혹을 빠지지 않는 게 외로웠죠. 이 대사를 하니 ‘나만 이런 게 아니 구나’ ‘자기 길을 가는 건 행복하면서도 외로운 일이기도 하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는 게 맞구나’라는 각오를 새롭게 다지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죠.”

극의 초반부, 남세희(이민기)와 계약 결혼을 다짐하고 결혼식을 올리기 직전 윤지호는 엄마(김선영)와 갈등을 빚었다. 모든 예식과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말하니 딸 가진 엄마의 입장에선 시댁에서 자신의 딸을 무시하는 것 같아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식장에 들어가고 나서도 윤지호는 엄마와 데면데면했지만 엄마가 윤세희에게 써준 당부의 편지를 보곤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는 지호의 눈물이자 정소민의 눈물이었다.

“그 장면이 유독 그랬던 게, 저도 지호처럼 남동생이 있어요. 또 엄마가 경상도 분이셔서 서로 평소에 애정표현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모든 상황이 제 결혼식 같았어요. 그리고 편지 내용이 안 울 수 없었어요. 촬영하지 않았을 때도 눈물을 하도 많이 흘려서 감독님이 걱정을 하실 정도였어요. 신기한 경험이었죠.”



이와 반대로 정소민은 윤지호에게 배운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혼자 화를 삯이거나 끙끙거리다 나중에 터지는 스타일이었던 정소민은 똑 부러지게 자신을 수비하는 윤지호를 보고 본받고 싶었다고.

“윤지호는 먼저 공격을 날리는 스타일이 아니잖아요. 정말 자기가 위협을 받았을 때나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똑 부러지게 공격할 줄 아는 스타일이에요. 원래 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어서 이번 작품을 하면서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선 말할 필요가 있다는 걸 느꼈죠. 좀 더 대범해진 나를 보고 싶어요. 남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를 생각해선 그게 좋은 것 같아요.”

극중 윤지호는 남세희보다 한 발 앞서 있었다. 먼저 마음을 열었고 기대했다가 자신과 같지 않은 남세희에게 실망해 마음을 닫고 돌아서기를 반복했다. 이에 대해 정소민은 “안타까움보단 먹먹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윤지호로 생각하다 보니까 제 자신이 안타까움 보다는 먹먹했어요. 또 어떻게 보면 남세희의 마음이 나한테 오지 않았던 것 자체로 존중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남세희와 윤지호는 서로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관계였잖아요. 그것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그게 참 양날의 검인 것 같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서로 거리 때문에 편한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의 거리가 있는 거니까요. 현실에선 더욱 더 어렵겠죠. 그래도 서로의 일정부분을 존중해 주는 건 필요한 것 같아요. 그것마저 침범할 권리는 누구한테도 없는 거고, 존중해준 다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2030세대의 취업, 연애와 결혼, 집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폭넓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들을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로 담아내 수개월간 윤지호로 분했던 정소민 역시 연기하면서도 위로를 받았다.

“제 분량이 아닌 부분에도 공감할 수 있었던 드라마였어요. 특히 꿈에 관해서 혼자 외로운 길을 가다가 좌절하고 다시 극복하고 하는 부분들은 저 역시도 위로를 받으면서 촬영했고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김지영 기자 news@fashsionmk.co.kr / 사진= 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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