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 김윤석X하정우, 뜨거움이 있는 상업 영화 [종합]
- 입력 2017. 12.13. 17:33:20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영화 ‘1987’(감독 장준환, 제작 우정필름)가 오는 27일 관객에게 큰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1987’의 언론시사회가 장준환 감독,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13일 오후 열렸다.
‘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장준환 감독은 "상업 영화지만 진심을 다해 87년도에 용감히 양심의 소리를 내고 길거리에서 싸우고 땀흘린 ‘그분들’을 생각하며 만든 영화"라며 "박종철 열사가 남영동 차가운 물 속에서 1월 14일 돌아가신 것으로 시작해 이한열 열사가 돌아가시는 때인 6월 항쟁까지 다뤘다"고 영화를 소개했다.
'1987'은 상업영화임에도 무거운 내용을 다뤘다. 세대별로 공감 정도도 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그는'"어차피 돈이 들어가는 상업영화의 틀을 가져갈 수 밖에 없다면 정성이 담긴 상품을 만들어보자. 그러면 팔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세대별로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작품에 얼마나 공을 들이느냐였다"고 말했다. 다수의 캐릭터를 통해 사건을 풀어낸 그는 "우리 포스터 카피에도 있듯, 모두가 뜨거웠던 그 때를 다루려 했다"며 "87년, 모두가 두려움에 떨었지만 용기를 냈다. 각 캐릭터가, 전 국민이 용기를 내는 그런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다양한 시각으로 이야기한 이유를 밝혔다.
영화는 최근의 사회 모습이 겹쳐지면서 2017년과 1987년이 연결된 느낌을 준다. 장 감독은 "2017년 국민이 촛불을 들고 나간 뜨거움과 1987년 구호를 외치던 뜨거움의 온도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국면이나 양상은 달랐다. 87년 국민이 자각하고 요구해 쟁취한 그 의미있는 큰 발자국이 없었다면 2017년에는 아직도 시위를 하고 있을 수도 있을 거다. 87년이 2017년과 미묘하게 연결됐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국민이 얼마나 위대하고 힘이 있는지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지치고 힘들고 절망스러울 때 국민이 스스로 나서서 뭔가 힘을 주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의미있으면서 연결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자신이 연출한 영화를 보고 배우들과 함께 눈물을 보인 그는 "편집하면서도 많이 울었다"며 "특히 이한열 열사, 박종철 열사의 마지막 순간들을 보며 박종철 열사가 21살, 이한열 열사가 20살이었다"고 말한 뒤 다시금 눈물을 보였다.
중요한 사건을 다룬 시대극을 연출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 시나리오를 제작사 대표를 통해 지난 2015년 1월쯤 받았다"며 "당시 시나리오 구조가 많이 다르긴 했지만 이야기를 하고싶다는 이상한 감정이 올라왔다. 어떻게 해야 좀 더 행복한 세상이 될까를 좀 더 고민하고 있는것 같다. 나도 그리 치열하게 운동을 하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어떤 미안함도 같이 있었다. 이 이야기를 만들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 작가님과 비교적 오랜기간 각색 작업을 했다. 초고를 김윤석에 전달한 적이 있는데 당시 '이걸 왜 하냐'며 '몸 조심하라'는 농담과 함께 말리기도 했다 . 이 드라마가 굉장히 드라마틱하고 조여오는 느낌이 곳곳에 포진돼 있다. 드라마적으로도 재미있는 부분이 있고 거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라 생각해 작업 끝에 세상에 나왔다. 이렇게 영화로 만들어질지 많이 의심하며 작업했기에 기적으로 느껴진다. 심지어 촬영 중에 날씨 도움도 많이 받아 '나만의 영화가 아니다'란 생각까지 해봤다"고 말했다.
영화는 화려한 배우 라인업으로 눈길을 끈다. 주연급 배우들이 적은 분량의 조연으로 출연하는 것에 대해 그는 "모두가 스스로 참여해 주셨다. 감독을 믿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만들어져야 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며 "그러다보니 각각이 다 주인공인 것처럼 만들고 싶어졌다"고 전했다.
김윤석은 사건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 박처장 역을 맡았다. 그는 "내가 맡은 배역을 내가 미워할 줄 몰랐다"며 "장 감독과 두 번째 작품인데 좋은 역할을 안 준다"고 재치있게 배역을 소개했다. 그는 "박처장은 권력을 지향하다 보니 무리수가 따를 수 밖에 없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다보니 가장 먼저 주저앉는 모습을 보인다. 그 이중성을 생각했다"며 "그 이중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정신이 깨어있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처장(김윤석)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대공형사 조반작을 연기한 박희순은 "초고부터 봤는데 영화보다 현실이 더 영화같은, 그런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진실을 알리고 가치를 나누는 영화라 생각했다. 시나리오 최종본이 마음에 들어 흔쾌히 나오게 됐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기왕이면 용기있는 시민 역할을 하고싶었지만 가해자 역할이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아픈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살아가자는 말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날 '신과 함께' 시사회에 이어 이날 '1987'로 모습을 드러낸 하정우는 "이틀 연속 뵙는다"며 유쾌하게 말문을 열었다. 시신 부감을 밀어붙이는 서울지검 최검사 역을 맡은 그는 "1987년도는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라며 "강 건너 대학생들이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 '왜 내 운동화에서 최루탄 냄새가 나나' 생각하던 때였다. 현실을 기반으로 해서 영화적으로 재구성된 부분이 굉장히 그럴듯 했다. '어떻게 현실이 이렇게 영화같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어떤 시나리오 보다 밀도가 높았다. '재미'란 말을 하기가 어렵다. 그저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본상 남영동 사람들이 딱딱하고 수직적으로 느껴졌는데 이에 대항할 수 있는 게 물렁한이라 생각했다"며 "최검사가 딱딱한 인물일 거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대본에서도 그에게 물렁한 면이 있었다. 그걸 오히려 물렁하게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끈질기게 취재하는 사회부 윤기자를 연기한 이희준은 "기자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다"며 "이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다"고 영화를 본 소감을 말했다. 이어 그는 "영화를 위해 자료를 찾아보고 울었다"며 "영화를 떠나 바로 집회부터 나갔다. 눈 감으면 내가 후회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유해진은 진실을 알리기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는 교도관 한병용 역을 맡았다. 그는 "시나리오가 밀도 있고 메시지가 정확했다"며 "마지막 부분의 시나리오를 넘길때, 태리 씨가 차 위에 올라가는 장면에서는 아픈 현대사를 이야기하지만 끝내 희망을 보게하는 시나리오란 생각에 영화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보며 '소중한 나라'라는 생각을 했다"고 감상평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병용(유해진)의 조카이자 평범한 87학번 신입생 연희를 연기한 김태리는 "시나리오를 보고 겉핥기로 알던 지식, 사건이었는데 재미있게 읽었다"며 "상황과 말이 속도가 붙었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잘 보여줬다. 실화이기에 실소가 터지고 참담한 것이 전반부였다면 후반부는 현실과 맞닿아있고 공감이 갔다. 내 또래도 충분히 공감할 이야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내가 시대를 바라보는 입장은, 나 하나 광화문 광장에 나가 섞인다고 뭔가 이뤄지고 세상이 변할거라 생각하진 않았다"며 "미루고 가렸던 내 마음 속에 숨었던 어떤 작은 희망이 불지펴지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관객분들에게도 그런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이 작품을 하면서 희망을 느꼈다. '광장에 모여 뭔가를 이룰 수 있는 사람들' '국민이라는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걸 연희란 인물로 잘 다가가 보려 노력했다. 이 영화가 모두에게 필요한 영화로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