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철비’ 양우석 감독, 10년의 노력을 담아내다 [씨네리뷰]
- 입력 2017. 12.13. 19:00:19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대한민국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양우석 감독의 가정은 ‘대비’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의 가정과 결론은 ‘비극적 과정의 끔찍함’과 ‘희망적 결과에 이르렀으면 하는 소망’으로 고스란히 영화에 담겼다.
영화 ‘강철비(스틸레인·STEEL RAIN)’(감독 양우석, 제작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가 오는 14일 개봉된다. ‘강철비’는 ‘변호인’(2013)으로 데뷔하면서부터 천만 감독 대열에 오른 양우석 감독의 4년 만의 스크린에 복귀작. 양 감독의 10여 년에 걸친 자료 조사와 축적된 정치 군사적 배경지식이 녹아든 작품이다.
감독으로 데뷔하기 전 웹툰 작가였던 양 감독이 탄생시킨 웹툰 ‘스틸레인’(2011)은 영화의 근간이 된 작품으로, 김정일의 사망으로 혼란에 빠지는 대한민국을 묘사했다. ‘스틸레인’에서 출발한 세계관은, 대한민국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핵전쟁’이 될 것이며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쿠데타가 될 것이라는 양 감독의 상상으로 영화와 감독판 웹툰으로 완성됐다.
‘강철비’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내려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첩보 액션이다. 쿠데타 발생 직후 최정예 요원 임철우(정우성)는 치명상을 입은 북한 권력 1호를 발견, 그를 데리고 남한으로 피신한다. 그 사이 북한은 대한민국과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고 남한은 계엄령을 선포한다. 북한 1호가 남한으로 피신한 사실을 안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는 정쟁을 막고자 긴밀한 접근을 시도한다.
양 감독은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과 근미래를 내다보며, 충격적이지만 가능할 법한 핵전쟁 시나리오를 생생히 묘사했다. 특히 현실감 있는 액션, 전쟁 장면이 영화적 볼거리를 제공한다. 초반 개성공단 스틸레인(클러스터형 로켓 탄두) 투하 장면에서는 음악, 색채, 카메라 무빙 등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 한 노력이 엿보인다. 군사장면에도 많은 노력이 들어갔음을 느낄 수 있을 만큼 현실감 있는 CG(컴퓨터 그래픽)를 구현했다.
정찰총국장의 쿠데타 공모 세력 처단 명령을 받고 개성공단에 간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가 치명상을 입은 북한 권력 1호를 남한으로 피신시키면서 배경의 중심은 남한으로 옮겨간다. 이때부터 남북한 캐릭터의 대조가 빚어내는 모습을 통해 극명한 남북의 차이를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 남북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일깨운다.
많은 이들이 ‘강철비’의 예고편을 통해 상반기 개봉한 ‘공조’를 떠올렸다. 남북한 캐릭터의 케미가 만들어내는 웃음과 감동을 기대하게 하는 장면이 예고편에서 많은 부분 공개됐기 때문이다. 물론 두 캐릭터가 각각 진지함과 유쾌함으로 대조를 이루면서도 인간적인 공감을 이루는 모습으로 케미를 발산한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보이지만 극 중 순수하고 우직한 정우성과 능청스러운 곽도원이 만들어내는 케미는 또 다른 색깔을 지닌다.
정우성은 강점인 액션 연기, 노력으로 이룬 북한 사투리 연기를 선보이며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곽도원 역시 물 흐르듯 능청스러운 연기로 웃음 포인트를 살리고 중국어 영어 등 외국어를 소화해 가며 유쾌한 엘리트의 모습을 보여준다. 늘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 정우성과 여유 있는 모습의 곽도원은 남북의 차이를 또 한 번 보여준다.
쿠데타 공모 세력과 북한 1호를 살려내려는 세력 사이에서 벌어지는 액션은 현실감 있게 표현돼 ‘보는 맛’이 있다. 최근 드라마 영화 등 ‘안 나오는 작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뽐내며 시선을 사로잡는 조우진은 북한 암살 요원 역을 맡았다. 그는 등장과 동시에 표정부터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베테랑 김의성 이경영은 핵 선제공격 지지 여부를 놓고 의견 대립을 펼치는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의 팽팽한 신경전을 보여준다. 전직 대통령 이의성(김의성)은 북한이 선전포고를 하자 계엄령을 선포, 북한에 대한 핵 선제공격을 지지하는 강경 대응을 하려 한다. 이에 반대하는 김경영(이경영)은 정의롭게 비춰지는데 이는 정치적 논란을 낳을 수도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양 감독은 앞서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했으며 그 결론에 해피엔딩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음을 설명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감독은 영화를 통해 남북이 처한 현재 상황을 좀 더 제대로 바라보고 고민해야 하며 해결을 위한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화두로 던지고자 했다. 극단적으로 공포스럽게 다루지 않는 선에서 좀 더 현실적으로 현재 상황의 인식과 해결 방안 모색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데 힘을 실었다. 여기에 스릴 있는 액션 군사 장면과 유머를 더해 영화적 재미도 잃지 않도록 했다. 다만, 후반부에 급격히 주인공의 감정적인 면을 부각하는데 관객에 따라 자칫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러닝타임 139분. 15세 이상 관람가.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