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과함께-죄와 벌’, 신파 범벅에도 극장을 가야하는 이유 [씨네리뷰]
- 입력 2017. 12.20. 00:00:00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한국영화에서 판타지 장르는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여겨져 왔다. 작품의 배경이나 캐릭터의 설정에서 판타지적 요소를 일부 사용한 작품들은 있었지만 할리우드 영화와 같이 전체적인 세계관과 스토리에서 판타지 장르에 도전한 경우는 드물었다. ‘신과함께-죄와 벌’(이하 ‘신과함께’)은 이러한 한국영화의 한계에 과감히 도전했다. 결과가 어찌되든 한국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을 작품임은 분명하다.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 한 ‘신과함께’는 제작 소식이 알려진 순간부터 영화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원작 자체가 엄청난 인기를 모았을 뿐 아니라 사후세계라는 판타지적 세계관과 총 3부작에 달하는 막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영화로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렸다.
앞서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등을 히트시킨 김용화 감독은 몇 번의 고사 끝에 결국 이 막대한 작업의 메가폰을 잡았다. 그간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역대급 CG작업과 함께 저승편과 이승편으로 나뉘는 1, 2부 동시 제작이라는 다소 무리하게 보이는 도전을 감행한 그는 400억원에 달하는 대작 ‘신과함께’를 통해 전작 ‘미스터고’ 부진의 설움 극복에 나섰다.
영화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CG가 가미된 화려한 영상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 앞서 예고편으로 공개된 영상에서는 과도한 CG 기술에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스크린으로 옮겨진 영상은 예상외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마치 VR게임 영상을 보는 듯 입체적으로 그려진 사후세계와 물, 불, 흙 등 자연 물성을 바탕으로 표현된 7개의 지옥은 대작이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풍성한 볼거리로 관객들을 매혹시킨다. 차사들이 원귀를 쫓거나 서로 싸움을 벌이는 장면들에서는 속도감을 더해 몰입도를 높였다. 이승에서의 몇 장면들을 제외하고 러닝 타임 내내 보여지는 ‘신과함께’의 CG들은 한국영화의 기술이 관객들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발전을 이뤘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상미로 출발한 감동이 스토리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영화는 원작의 세계관과 주제의식을 그대로 가져오기는 했지만 12세 관람가라는 연령 등급에 맞춰 무게감을 한껏 덜어냈다. 하지만 공포감을 더하는 특수분장으로 잔뜩 무장한 지옥의 재판관들이 자홍과 차사들이 호소하는 감정에 쉽게 무너지고, 웃음 포인트 형성과 함께 저승차사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기 위한 주지훈의 과도하게 가벼운 연기는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
무게감이 빠져나간 자리를 채운 신파 역시 관객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듯 하다. 일반적인 샐러리맨에서 희생정신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소방관으로 변모한 자홍은 처음부터 끝가지 선하고 아픈 인물이다. 물론 재판 과정을 거치면서 나름 악행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과거가 드러나기는 하지만 이 역시 가족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지극히 착하고 정직한 효자 캐릭터와 같은 자홍의 모습은 관객과 자홍의 거리를 한 뼘 더 떨어트려놨다. 또 후반부로 갈수록 반복되는 자홍과 수홍(김동욱), 어머니의 이야기는 한껏 짙어진 신파로 관객들이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영화화 작업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설정이었다 할지라도 일부 관객들의 아쉬운 반응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신파로 덧입혀진 스토리만으로 외면하기에 ‘신과함께’가 지닌 도전의 의미는 상당하다. 오랜 기간 연재된 웹툰의 광활한 세계관을 139분 안에 재주껏 담아낸 ‘신과함께’는 모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상상 이상의 기술력을 통해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 가능성을 스크린을 통해 보는 것 만으로 ‘신과함께’는 관객들에게 나름의 만족감을 선사할 듯 하다.
20일 개봉. 러닝 타임 139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