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철비’ 곽도원 “영어 대사 식은땀… 연기 생활 26년 만에 악몽도” [인터뷰①]
- 입력 2017. 12.20. 17:19:32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2시간 서사, 관객이 집중해 따라올까 노파심 많았죠.”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곽도원은 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 제작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에 출연한 이유가 ‘엔딩’ 때문이라 말했다. 이날 그와 ‘강철비’를 주제로 연기와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강철비’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내려오면서 펼쳐지는 첩보 액션이다. 곽도원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역을 맡았다.
“2시간 서사에 관객이 집중해 따라올지 걱정이 많았다. 이후 기자 시사 후기를 보고 ‘잘 봤나보다’ 했다. 그런데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영화는 망하는 게 좀 있잖나.(웃음) 일반 관객 평도 보는데 오늘 완전히 일반 분들을 상대로 시사회가 있다. 행사 후 (양우석) 감독, (정)우성과 오늘 한 잔 하기로 했다. 셋이 휴대전화 들고 댓글 보고 있을 것 같다.(웃음)”
그는 자신이 상업을 추구하는지, 혹은 예술을 추구하는지 자신의 포지션을 잘 알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배우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만큼은 짐작하고 있다고.
“‘배우는 무정부주의자이고 회색이어야 된다. 자기가 부당하다고 얘기하는 것에 대해, 세상에 대해 비판할 줄 알아야 된다’고 이윤택 선생에게 배웠다. 배우는 자기 생각에 촛불집회에 나가 탄핵시키는 게 맞을 것 같으면 나가고, 현 정부에 문제가 있으면 거기에 대해 화내고 연기로 몸으로 그걸 표현할 줄 알아야 된다고 배웠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다. 이 작품에서 정치적 색깔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작품이 재미있겠다는 것에 동의했다. 이게 세상에 눈 입 몸으로 표현됐을 때 대한민국 국민 반응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곽철우는 유능한 직원이자 딸을 둔 아버지다. 곽도원은 곽철우란 인물을 ‘외로움’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했다. 그리고 그런 곽철우를 연기하기 위해 그의 처지와 상황에 대해 세밀하게 분석하고 생각했다.
“정확히는 외교안보수석이 아니라 외교안보수석 대행이다. 나약한 소시민이고 우리네 아버지이며 이혼을 당한 외로운 아버지다. 정작 외교안보수석 정도면 월급 300만 원이 조금 넘는다. 그걸로 위자료, 생활비를 준다, 이것저것 내고 생활비는 100만 원 조금 넘을 거다. 일반 우리 소시민의 생활, 남북 간 우정, 가족을 지키려는 처절함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임했다. 수행비, 차 등 상상을 초월하게 쓸데없는 것까지 알고 지식을 가져야 그나마 조금 하는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것 까지 관심을 갖는다.(웃음)”
극 중 곽철우는 영어 중국어에도 능숙한 옥스퍼드대학 출신 엘리트다. 곽도원은 영어 중국어가 촬영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었다고 털어놨다.
“외국에서 음식도 주문 못한다. 그런데 옥스퍼드 나온 사람처럼 하려니 식은땀이 났다. (파이)소수점 외우듯 외웠다. 한글로 뜻을 달고 해도 안 되더라. 호흡을 맞춘 외국 여배우가 외국 배우들도 프롬프트를 쓴다고 하더라. 글 따라 눈이 움직여서 보고 하면 안 된다. 안 되겠다싶어 외우긴 했지만 일단 프롬프트를 썼다. 붙여놓으니 심리적으로 얼마나 편한지. 마음 편하긴 하더라. 중국어는 성조가 굉장히 어렵다고 하는데 희한하게 한 번 들으면 들리더라. 중국어는 그나마 편하게, 쉽게 하는 편인데 영어는 꿈에 나올 정도였다. 연극할 때는 공연 전날 대사를 까먹은 꿈을 꾸곤 하는데 연기 생활 26년 만에 영화를 하며 처음 꿨다. 20대에나 꿨는데 마흔 넘어서 ‘감독님, 대사가 안 외워져요. 영어가 없어졌어요’ 했다. 세종대왕님께 감사하더라. 옥스퍼드 출신이니 영국영어잖나. 선생님은 미국사람이었다. (발음이나 음의 높낝이 등은) 의논해서 타협점을 찾았다.”
영어 대사 때문에 고생한 그에게 엄철우 역을 탐내지는 않았는지 묻자 안 해본 역할에 호기심이 생긴다면서도 “액션이 자신 없더라. 하던 사람이 해야 한다. 살도 빼야 하는데 괴롭다”며 웃었다.
“배우는 감독·작품보다 시나리오에 중점을 둔다. 무슨 역할을 하고 싶으냐고 해도 희망이고 공상이다. 식당에서 메뉴 고르듯 내가 원하는 게 들어오는 경우가 없다.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한 번에 읽히거나 어떤 매력이 있으면 작품을 하게 된다.”
‘변호인’(2013)에 이어 두 번째 양우석 감독과 작품으로 인연을 이어온 그는 ‘강철비’를 접하고 통쾌함을 느꼈다. 특히 엔딩에서 강한 나라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대리만족을 느꼈다는 그는 시나리오 마지막장을 넘기면서 상상력에 감탄했다고.
“개봉 2~3주 전 텔레비전에서 우리나라가 핵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 대해 토론을 하더라. 원자력 발전소, 핵탄두 등에 관해 몰랐던 이야기를 접하면서 우리나라도 강대국이 됐으면 했다. 영화에서 (곽철우가) 강의하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에게 뒷부분에 대사를 더 넣으면 안 되냐고 하고 싶더라. ‘통일이 됐을 때를 한번 상상해보자. 캠핑카로 유럽까지 여행가는 꿈’ 하는 식의 대사를 했는데 영화에선 잘렸더라.(웃음) 그러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극 중 엄철우에게 ‘살 좀 쪄라’ 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 말이 그렇게 짠하더라. ‘휴전선이 없어지면 누구도 희생당하지 않고 우리나라 의료기술이 좋으니 아픈 사람도 치료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진지하고 가슴을 울리는 가운데 곳곳에 웃음 요소를 심어뒀다. 곽도원은 영화를 139분짜리 마라톤 코스에, 웃음 요소를 중간 중간 놓아둔 음료수에 비유했다.
“감독과 의견을 많이 나눴다. 웃음 포인트 찾기도 피로누적도 찾기도 힘들다. 그래서 코미디가 어려운건데, 편집을 잘 해주셨다.”
곽철우는 진지하고 순수한 엄철우와 대비되는, 여유 있고 능청스런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곽철우와 아이를 둔 아버지, 가장이라는 점에서 공감하는 모습을 보인다. 곽도원에게 곽철우라는 캐릭터가 자신과 얼마나 닮았다고 생각하는 지 물었다.
“철우가 주접떨고 이런 것 보면 살짝 닮은 것 같기도 하고.(웃음)”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