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유준상, 찰나를 노래하는 '거리의 뮤지션'이 되다 [인터뷰]
- 입력 2017. 12.21. 17:33:19
- [시크뉴스 안예랑 기자] 배우 유준상의 또 다른 수식어는 뮤지션이다. 이미 유명한 뮤지컬 배우로서 음악과 함께 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공간에서는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쓴다. 바람이 부는 그 순간, 기차를 놓친 찰나를 노래한다는 거리의 뮤지션 유준상.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유준상이 아닌 뮤지션 유준상과 이준화를 만나 그들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유준상은 2013년 제이앤조이20(J n Joy20)라는 그룹을 결성했다. 유준상과 이준화의 J와 ‘즐긴다’는 뜻의 조이(Joy)를 더했다. 그리고 69년생 유준상과 89년생 이준화의 나이 차이를 뒤에 넣었다. 20살 차이가 나는 두 ‘J’는 여행을 다니며 음악을 만드는 삶을 즐기고 있다. 이미 배우로 탄탄하고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는 유준상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음악을 시작했다.
“배우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전달자다. 내가 하고 있는 작품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다. 그래서 더욱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나는 밝고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다. 그러나 정작 음악은 조용한 정서를 지니고 있다. 사람들이 ‘유준상이 저런 음악을?’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조용하다. 그리고 그게 바로 나다” (유준상)
두 사람이 음악을 함께 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그 동안 나온 앨범도 7장이다. 유준상은 “5년짼데 아직 알려지진 않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자신을 알리기 위한 음악이지만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존재도 잊고 살 수는 없다. 앨범의 기록이 때로는 음악의 가치로 평가될 때가 있다.
“저도 인간이고 준화도 사람인데 잘 되고 싶고, 알리고 싶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또 안 되는구나(웃음). 그렇다고 그만 둘 수는 없어서 ‘발길 닿는 대로 가자’ 그런 시간들을 거치다 보니 좋은 방향의 음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콘서트도 많이 하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면 나갈 수 없는 ‘공감’ ‘올댓뮤직’ ‘스케치북’ 이런 프로그램에도 나갔다” (유준상)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유준상의 음악에 대해 ‘우리가 하고 싶은 방향의 음악’이라고 평한다. 유준상은 함께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통해 용기를 얻고 있다. 이준화도 음악을 하고 가장 기뻤던 순간을 ‘스케치북 출연’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첫 앨범이 나와서 ‘스케치북’에 나갔을 때 기뻤다. 사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는 동경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녹화를 하고 모니터 화면을 보는데 티비에서 보던 화면에 내가 담겨 있더라. 그때 정말 좋았다” (이준화)
유준상이 이준화와 만난 지 5년이 지났다. 많은 사람들이 유준상의 음악 작업이 1회성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준화도 처음에는 ‘단발성에서 그치지 않을까’ 반신반의했다. 그런 이준화가 평범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유준상과의 작업에 몰두하게 됐다.
“저한테 처음 앨범에 대해서 언급했을 때 단발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오다보니까 2018년이면 5년째에 접어들게 됐다. 여행 다니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지내는 게 음악적인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되돌아보면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바꿀 수 없는 추억들처럼 남아있는 결과물이다” (이준화)
제이앤조이20은 서로를 ‘음악적 동지’ 내지는 ‘뮤즈’라고 말한다. 그만큼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음악적으로 추구하는 방향도 같다. 음악, 콘서트뿐만 아니라 영화에도 도전했다. 작업한 음악 영화만 벌써 세 편째다. 그리고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는 미술과의 협업이다.
“경주에 계시는 수묵화의 대가 소산(小山) 박대성 선생님이라고 계신다. 2월에 개인 미술관을 여시는데 나랑 준화고 그 분의 그림을 가지고 음악을 만들었다. 국악 악기도 썼다. 앨범이 내년에 나와서 전시회랑 함께 음악을 들려줄 계획이다. 국악 만들 때 이준화가 기타로 가야금도 쳤다(웃음)” (유준상)
이준화는 유준상의 음악적 목표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다. 실용음악과를 나온 이준화는 유준상과 틀에 박히지 않은 음악 작업을 하며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음악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다. 실용음악과를 나왔는데, (유준상과의 작업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방식들로 작업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즉흥적으로 노래를 만들어서 다듬고, 처음에는 ‘이렇게 해도 되나’ 싶었다. 다양한 접근법을 이용하다보니 많은 발전이 됐다. 또 여러 분야를 하고 계신다. 그림 그리고, 글 쓰고, 음악 만들고. 사실 배우 빼고는 전문 분야가 아니실 수 있는데 어떤 분야든 허투루 하지 않으신다. 직업 정신이 무엇인지 좋은 본보기로 삼고 있다” (이준화)
서로에게 좋은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는 20살 차이의 음악 친구는 2017년 12월 31일 ‘2017 막공’이라는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유준상과 이준화가 여행을 통해 경험했던 일상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들과 유준상 뮤지컬 넘버 등으로 무대를 구성한다.
“한 해를 정리하는 느낌으로 연말 공연을 하게 됐다. 이번 공연은 나만의 아름다운 여행을 꿈꾸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이 시기 각박해진 마음을 순수하게 만들고 싶으신 분들, 노래를 이야기처럼 듣고 싶으신 분들이 오시면 좋다.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하실 수 있다. 듣다가 편하게 자도 된다. 우리 음악이 알려진 멜로디가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해주는 순간들이 많을 거다” (유준상)
콘서트까지 준비할 정도로 유준상에게 음악은 이미 취미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누군가는 언젠가 듣겠지”라는 생각과 꾸준함으로 음악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배우 유준상, 가수 유준상을 굳이 구분 짓지 않아도 될 정도로 두 모습 모두가 유준상 그 자체가 됐다. 유준상은 앞으로 10년 동안은 음악을 계속 할 생각이다.
“60살까지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다. 해놓은 계획들이 있어서 그런 것들 다 끝내려면 10년은 훌쩍 지날 것 같다. 내실 있게 음악을 만들고 음악이 시처럼 이야기돼서 자연스럽게 연기할 때처럼 음악을 하는 순간이 올 것 같다. 음을 노래하는 게 아니라 가사를 노래하는 순간. ‘잠시 머물다간 순간’이라는 가사를 뱉을 때 듣는 관객들도 그 ‘순간’에 공감하는 때가 올 것 같다” (유준상)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PRIVATE CURVE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