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법정’ 정려원 “타이틀롤 기회, 버거웠지만 잡았다” [인터뷰]
입력 2017. 12.24. 18:39:04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좀 더 생긴 것 같아요.”

KBS2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극본 정도윤, 연출김영균)을 통해 ‘사이다 캐릭터 검사’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 정려원. 그녀는 여자 주인공이 극을 이끄는 이번 드라마에 들어가기에 앞서 “내가 어떻게”라는 생각이었음을 털어놨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좋은 결과를 낳았고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처에서 정려원을 만나 ‘마녀의 법정’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마녀의 법정’은 출세 고속도로 위 무한 직진 중 뜻밖의 사건에 휘말려 강제 유턴 당한 에이스 ‘독종마녀’ 검사 마이듬(정려원)과 의사 가운 대신 법복을 선택한 훈남 초임 검사 여진욱(윤현민)이 여성아동범죄전담부에서 앙숙 콤비로 수사를 펼치며 추악한 현실 범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법정 추리 수사극이다. 정려원은 7년 차 에이스 검사 마이듬 역을 맡아 활약했다.

“노래방 장면에서 혼자 뛰고 하는 게 혹시 힘들까 봐 ‘다른 검사들도 같이 와서 뛰고 놀면 안 되느냐?’ 했는데 찍다 보니 내가 신나서 하고 있더라. 엄청 점프하면서 찍었다. 화면에 안 잡혀도 배우들이 미친 듯이 열심히 뛰고 있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장면 이후 겁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며 그녀는 지치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임했다. 타이틀롤을 맡은 여배우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다.

“‘이래서 여배우를 분량 많은 주연으로 쓰면 안 돼’ 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게 하려 했다. 초반에 한 번 힘이 들어 지치고 예민해졌다. ‘써보니 안 되겠더라’하는 말이 듣기 싫어 티 내지 않으려 했다. 나뿐 아니라 내 또래 여배우들이 욕먹을 수도 있잖나. 여배우가 타이틀롤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얼마 전 김희선 김선아 선배가 ‘품위있는 그녀’란 드라마를 한 것도 멋있다고 생각했다. ‘과연 그런 드라마가 또 나올까?’ 생각하던 와중에 기회가 와서 ‘트렌드인가’ 하느 생각도 들고 ‘기회가 오는구나’ 싶어 버거웠지만 잡았다.”

걱정과 달리 ‘인생작’으로 꼽아도 나무랄데 없이 배역을 잘 소화해 낸 그녀는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들려오던 우려의 목소리를 회상했다.

“초반에 잘 못 해낼 것 같았다. 당시 ‘그녀를 믿지 마세요’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왔다. 내가 검사 역할이라는 기사에 ‘풋’하는 댓글이 많았다. 나도 일부 대사를 보면서 ‘풋, 내가 이걸 한다고? 어떻게?’ 하긴 했지만 그게(반응이) 또 싫은 거다. ‘아, 해보고 싶다’ 했지만 그들이 걱정하는 게 뭔지 정말 잘 알고 있었다. 드라마 ‘비밀의 숲’ 도 그렇고 검사 드라마가 유행했는데 비교 대상을 만들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힘줄 땐 힘주고 풀어줄 땐 풀어줘야 했다. 감사하게도 PD님이 잘 보고 음악, 편집 등으로 잘 조절해 주셨다.”

메디컬 드라마인 ‘메디컬 탑팀’(2013)을 통해 대사에 대한 공포를 극복한 그녀는 대사가 어려운 법정드라마를 마주하자 오랜만에 패닉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 드라마가 정말 재미있는데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법정 드라마가 들어왔을 때 패스했는데 그 드라마가 잘 됐다. 그때 맡아주신 여배우가 너무 잘해줬다. ‘난 못할 수도 있겠다’ 했는데 정말 비슷한 대본이 들어왔는데 더 감정이 널뛰기하는 인물이었다. ‘저번에 들어왔고 이번에 이 정도면 나중에 끝판왕이 들어올 수도 있겠다’ 싶어 ‘하고 가자’ 했다. 이 드라마가 내 눈엔 재미있었지만 위험요소도 많았다. 성범죄를 다룬다는 게, 이 드라마를 보고 2차 피해자가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했다.”

‘사이다 캐릭터’ 마이듬을 연기하며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선사한 그녀는 실제 연기를 하면서도 스트레스 해소가 많이 됐다고. 이날 시원시원하고 쾌활한 그녀의 모습은 마이듬이 눈앞에 나타난 것 같았다. 앞선 인터뷰에서 윤현민은 그녀가 실제 조용하며 이번 드라마를 통해 성격을 바꿔보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했음을 전한 바 있다.

“나도 그래서 이제 내 성격이 어떤지 모르겠다. 전작 ‘풍선껌’의 오디오, 조명 감독님이 이번 드라마를 같이 했는데 ‘너 그때 안 이랬잖아’ 하더라. 그땐 대기하고 리허설하고 연기하고 집에 가고 그랬다. 지금은 촬영이 끝나도 안 가고 수다 떨고 하니까. ‘내성적인 앤 줄 알았는데 이번에 밝은 거냐, 척이냐?’ 하는 거다. 나도 모르겠는데 많은 에너지를 갖고 이 현장에 들어온 건 맞는 것 같다. 평소의 나보단 확실히 더 많은걸 끌고 들어왔다. 딱딱하거나 할 말 못 하고 남자 검사 옆에서 일을 해결했다면 이만큼 통쾌하진 않을 것 같다. 마이듬이 위축될 수 있을 상황에서도 변치 않고 겉으로 다 비치는 애라 여자분들이 좋아했을 거라 생각한다.”

마이듬이란 캐릭터는 실제 그녀의 친구인 아티스트 임수미에게서 영감을 받아 완성됐다. 상상 속 인물이던 마이듬이 남 앞에서 기죽지 않는 모습의 임수미와 겹쳐 탄탄해졌다.

“나라면 분위기 봐서 눈치 보며 말 안 했을 것들을 그 친구는 시원하게 말한다. 수미를 보며 ‘너 같은 캐릭터가 드라마에 나왔으면 좋겠다’ 했다. 누가 뭘 잘못한 게 있으면 그걸 파헤치고 사과받는 스타일이다. ‘넌 검사를했어야한다’고 했는데 ‘마녀의 법정’이 내게 들어왔다. 마이듬은 널뛰기가 정말 많아 ‘저 언제까지 개그 하나요?’ 했다. 웃긴 장면은 웃기게 하는 걸 좋아해 망가졌다. 극 중 마이듬이 엄마가 성고문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된 장면은 드라마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라 생각했다. 대본상에선 헛구역질이었지만 화장실에서 구토하는 것으로 바꿨고 무너져 엉엉 우는 것으로 표현했다. 방송을 보며 마이듬을 한 번씩 그런 식으로 잡아줄 필요가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씩씩해지는데 ‘한 회당 감정이 몇 개냐? 뭐가 이리 많냐?’ 했는데 시간은 없고 방송은 나가야 했다. 다행히 재미있게 봐 주셨다.”

드라마에서 가상으로 설정한 ‘여성아동범죄전담부(여아부)’를 배경으로 연기하며 그녀는 많은 것을 느꼈다.

“현실에서는 피해자들이 진술들을 할 때 한 명에게 했다가 그다음 불려왔을땐 또 다른 분에게 한다. 작가님은 좀 이상적으로 한 명의 검사가 피해자를 원스톱 시스템으로 케어할 수 있게 설정했다. 그런 부서가 실제로 아직은 없다. 그렇게 되면 피해자가 한 사람을 믿고 가겠지만 또 검사는 한 분을 끝까지 책임져야하니 힘들것 같긴 한데 찍으면서도 여아부가 현실에 있었으면 했다. 어찌 보면 성범죄란 건 숨 쉬듯 존재하는 것 같다. ‘이게 성범죄였구나’하는 걸 모르는 분들도 있을것 같다. ‘오늘 여기서도 뭔가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우리 현장에선 일어나지 않았는데 다른 현장에서 장난으로 여자배우를 겨냥해 한 말을 생각해보면 성희롱 발언일 수 있는 것들이 만연해있다. 너무 일상화 돼버렸는데 여자배우의 경우 참고 넘어가는 부분도 있다. 책임감도 많이 가졌다. 이듬이가 치마를 잘 입지 않은 경우도 본인은 자기가 그런 공격을 당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차단하고 ‘난 동일한 사람이다’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듬이가 가끔 치마를 입는 게 좋지 않을까’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그럼 한 번 입을 때 파급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드라마로 캐릭터를 살리고 연기력에 있어서도 호평을 받은 그녀. 연말 시상식에서 수상을 노릴 법도 하다.

“KBS 올해 잘 된 드라마가 많더라. KBS는 처음인데 여긴 미니, 주말 다 통틀어 한 명만 주더라. 잔치라 생각하기로 했다. 여아부 식구 다 초대한다고 하셨다. 한 드라마를 담당한 사람들로서 축제를 즐기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상 안 준다는 멘트 아니냐’고 했다. 상을 받는다면 한 번도 못 받은 인기상은 받고 싶다. 최우수상은 받아봤다. 연기 다 빼고 ‘넌 인기가 많아’하고 주는 걸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커플상도 받고는 싶은데…”

‘마녀의 법정’으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 그녀의 차기작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어떤 차기작을 준비 중인지, 혹은 원하는지 물었다.

“매력적인 캐릭터라면 언제든 하고 싶어요. 시트콤도 좋아했어요. ‘안녕, 프란체스카’(2005)에 출연했었는데 코미디로 호흡을 맞추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런 호흡이 잘 없어요. ‘오버 아냐?’ 하는 것들도 드러내고 싶었죠.”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키이스트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