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철비’ 정우성, 자신의 것을 찾는 여정 [인터뷰]
- 입력 2017. 12.26. 18:13:18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체재에 대한 불안감은 늘 있는 거죠. 영화 주제, 본질을 전달하는 데 더 의미를 뒀어요.”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정우성을 만나 영화 ‘강철비(스틸레인·STEEL RAIN, 감독 양우석, 제작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를 주제로 연기와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강철비’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내려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첩보 액션. 양우석 감독의 10여 년에 걸친 자료 조사와 축적된 정치 군사적 배경지식이 녹아든 작품이다. 정우성은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실 평양에 있는 사람은 풀뿌리를 먹고 살지 않는다. 수도권 밖 지방의 도시들이 그런 곳이고 기근이 극심하다. 극 중 엄철우의 집안 모습이나 차린 밥상 같은 것들이 다큐멘터리에서의 북한 가정과 흡사하다. (극 중 고기를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고기 같은 경우 엄철우가 작전명령을 하달받으면서 그걸 동의하며 받은 돈으로 만찬을 선사한 거다. 고기 굽는 행태가 재미있다.”
그에게 이번 영화를 통한 가장 큰 도전은 북한 사투리다. 여기에 체중을 감량한 상태에서 액션까지 소화해야 했다.
“‘정우성이 뭐 북한군이냐? 현실적으로 선택하라’ 하는 걸 깨야 하는데 거기에 평양 사투리를 써야 했다. 불확실한 상태에서 완성해나가야 했다. 실질적으로 사용된 사투리를 구현하려 노력했다. 현장에서 촬영 감독님이나 스태프들이 ‘관객들이 알아들을까요?’하고 이야기했는데 그것 때문에 원형을 깨고 싶진 않았다. 힘들다기 보다는 큰 과제였다. 체중을 감량해야 했고 마른 상태에서 고난도 액션을 해야 하니 체력적으로 좀 휘둘리긴 했다.”
곽도원이 연기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역할을 정우성이 맡았다면 어땠을까.
“사실 텍스트로 보면 곽철우가 할 게 더 많잖나. 엄철우는 텍스트로 보면 여백을 채워야 하니 수동적이다. 시나리오로 봐도 곽철우가 매력 있고 재미있어 보인다.”
극 중 그의 액션은 관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는 자신의 액션에 대해 ‘실존 액션’이라면서도 자신은 ‘메디컬 액션’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병원에서 병원으로 옮기다 보니 ‘메디컬 액션’이라 불렀다.(웃음) 아무래도 (조우진 씨가) 첫 액션이다 보니 조우진 씨를 안 다치게 하려 조심했다.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게 부상이다. 배우끼리 붙어서 할 땐 스피드도 달라지고 아무래도 힘이 많이 들어간다. 그러다 보면 부상이 발생한다. 나와 나란히 액션을 하다 보니 비슷하게 하려 몸을 다부지게 해왔다.”
극 중 ‘먹방’ 장면이 나오며 관객에게 웃음 포인트를 준다. 곽도원은 햄버거 5개, 정우성은 국수를 무려 여덟 그릇이나 먹어치웠다.
“면을 좋아해 국수도 좋아한다. 원래 곽도원과 마주 보는 거였는데 나란히 보는 걸로 아이디어를 냈다. 우연히 만들어내는 절묘한 명장면이다. 곽도원이 왼손잡이다. 오른손잡이였다면 불가능했을 장면이다. 다른 형태의 것이 나왔을 거다. ‘먹방’이라 홍보가 되지만 내가 국수를 몇 그릇 먹었느냐 하는 것보다는 같은 팀 내에서 서로 간의 관계가 좁아지고 그런 관계가 보이는 장면이다. 이게 한반도 아닐까.”
‘강철비’에는 CG(컴퓨터 그래픽) 작업이 많았다. 연기하는 입장에선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고.
“막연했다. 진짜로.(웃음) 촬영할 때 박사모도 그 앞을 점거하고 ‘양우석 나와, 정우성 나와’ 하며 함성을 질러대 촬영하기 정말 힘들었다. 촬영 기간 내내 집회시위를 신청해서 점거했다. ‘촬영 내내 피곤하겠구나’ 했는데 잘 해결돼 촬영을 편하게 했다. 스틸레인(클러스터형 로켓 탄두)이라는 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지만 사실은 상상해서 연기해야 했다. 판타지 영화도 아니어서 막연했다. 차라리 판타지 영화였다면 크게 액션을 하면 되는데. 또 왜 그렇게 바람은 냉한지 추웠다. 앞에서 이렇게 사람들이 죽으면 어떨지 상상하며 막연히 연기했다.”
양우석 감독과 정우성의 인연은 양 감독의 전작 ‘변호인’(2013) 때부터 시작됐다.
“‘변호인’ 때문에 만났다. ‘변호인’ 시나리오에 대해 깊은 의견 교환도 하고 그러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영화하는 사람들, 특히 나처럼 일이 좀 많은 사람은 작품 외엔 따로 시간 내서 만나긴 어렵다. 그런 인연으로 양 감독님의 ‘강철비’ 시나리오로 다시 만나게 됐다. 시나리오가 날 끌어들이는 뭔가가 있었기에 같이 인연이 돼 작업을 하게 됐다. 영화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있을법한 이야기다. 핵에 대한 이슈는 계속 갖고 있었고 남북의 두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도 내가 보기엔 새로웠다. 특히 북한 캐릭터 같은 경우 장르적 특성으로 이야기하려는 의지보다 하나의 인간을 만들고자 하는 것 같았다.”
양 감독과의 첫 작업을 한 그에게 현장에서의 양 감독에 관해 들었다.
“객관적 사실에 대한 지식이 많았다. 배우들 감정에 있어서도 모든 걸 말해줬다. 스태프 기술도 본인도 잘 알아서 포용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 전달하는 메시지가 확고하고 현장에서 99% 연결되는 사람이다.”
‘밝을 철, 집 우’를 쓴 곽철우, ‘쇠 철, 벗 우’를 쓴 엄철우로 각각 남북한의 철우를 연기한 곽도원과 정우성은 ‘버디무비’란 말을 들을 정도로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했다.
“도원이가 날 사랑한다. 진짜로.(웃음) 배우, 동료로서의 호감, 신뢰가 화면에 담긴 것 같다. 밥 먹다가도 쓸데없이 전쟁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도원이가 제주도에 산다. ‘전쟁 나면 너 죽지 마. 제주도 가있어’ 하면 도원이는 ‘너 죽으면 나 따라 죽을래' 하면서.(웃음)”
곽도원은 앞선 인터뷰를 통해 ‘정우성의 눈을 보면 슬픔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관한 정우성의 생각은 어떨까.
“평소 술자리에서도 이야기했다. 내 눈이 슬펐다기보다 내 눈 안에서 자신의 슬펐던 자화상들이 보이지 않았을까. 도원이가 나름의 고생을 꽤 했던 친구다. 어린 시절 난 10대 때부터 밖 나가 혼자 일을 했는데 그런 비슷한 과거사가 있어서 비슷한 외로움을 봤기에 그런 표현을 하지 않을까.”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난민의 참담한 현실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그의 적극적인 활동은 ‘공인으로서의 의무’라는 생각에서가 아닌, 오래전부터 시작된 생각에서 비롯됐다.
“사회참여를 어릴 적부터 생각은 했다. 오히려 거창했다. ‘나중에 내 재단을 만들어야지’ 했었다. 시간이 흐르며 개인사로 인해 무뎌지고 그러다 제안이 왔을 때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거다. ‘행동해보자’ 했다. 유엔 난민기구와 난민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았지만 이렇게 깊이는 몰랐다. 행동하며 이해해보니 정말 큰 문제더라. 가난한 국가의 빈곤은 해결할 수 있지만 난민은 국제사회의 관심 없이는 해결이 안 된다. 우리도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았었고 지금도 휴전 중이다. 불운한 역사가 이어졌는데 우리 국가, 민족에 대한 관심에 더불어 우리나라도 난민 문제와 멀지 않은 나라라는 맥락으로 연결된다.”
배우들의 워너비로 꼽혀온 그는 먼저 “고맙다”는 말로 화답했다.
“나의 젊은 시절이 그런(워너비) 배우였다는 것에 감사하다. 날 워너비로 꼽은 그 후배들이 지금은 ‘그’가 돼 있잖나. ‘정우성처럼 되고 싶어요’라고 한 상태에서 정우성처럼만 했다면 성공 못 했을 수도 있다. ‘그’가 돼 같은 작품에서 같이 연기 한다는 게 행복이다.”
정우성은 자신을, 자신의 것을 찾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나이 들어가는 것에 관해 그는 ‘어떤 정우성이 될지에 대한 미지의 여행’이라 정의했다.
“‘배우로서의 나이’를 떠나 중년의 남자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봤을 때 기성세대가 됐고 더 기성세대로 저물어 가죠. 나이 어린 다음 세대, 후배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책임을 보여주는 선배로서 바람직함을 찾아가며 그렇게 나이 먹는 거겠죠.”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