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만이 내 세상’ 보고 들으며 즐기다 보니 마음이 울린다 [씨네리뷰]
입력 2018. 01.03. 18:28:46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지난 2016년 각종 영화제 남우주연상과 신인상을 휩쓴 두 배우가 함께했다. ‘내부자들’의 정치깡패 안상구로 연기력을 새삼 인정받은 이병헌, ‘동주’의 송몽규로 명실공히 차세대 유망주임을 인정받은 두 사람이 형제로 만났다.

연기력에 대한 기대는 두말할 것 없다. 여기에 지난해 ‘싱글라이더’ ‘남한산성’등 무거운 소재 혹은 묵직한 연기를 보여준 그가 트레이닝 차림의 한물간 전직 복서로 돌아오는가 하면 박정민은 서번트증후군인 피아노 천재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역린’(2014)의 각본을 쓴 최성현 감독의 연출 데뷔작인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 제작 JK필름)이 오는 17일 개봉된다.

오갈데 없어진 전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 조하(이병헌)는 헤어진 엄마를 17년 만에 우연히 만난다. 갈곳이 없는 그는 엄마를 따라간 집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동생 진태(박정민)를 마주한다. 진태는 라면도 잘 끓이고 게임도 잘 하지만 무엇보다 피아노 연주에 있어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동생. 심상치 않은 그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캐나다로 떠날 경비를 마련하기 전까지만 지내기로 한다. 그런 그와 가족에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병헌은 ‘싱글라이더’에서도 그랬듯 연기로 극을 이끌고 나아간다. 큰 사건 없이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장면 장면을 채워간다. 눈빛 하나, 재스처 하나로도 집중력을 갖게 하는 그의 연기력은 새삼 감탄을 자아낸다. 박정민은 까다로운 배역을 맡아 충실히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절제된 연기가 만든 과하지 않은 캐릭터가 부담스럽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느낌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감정 과잉을 피해 담담하게 흘러간다. 극적인 장면에서 인물의 감정이 격해져 소리를 지르거나 눈물을 퍼붓는 대신 일상에 밀착된 인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극 전반의 분위기는 이병헌이 연기한 조하라는 인물과 맥을 같이하는데, 어머니를 향한 원망이나 미움을 표출하는 등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어찌 보면 체념한 듯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그에게서 감정을 내세우는 것조차 사치인 삶을 살아온 그의 발자취가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전직 복서인 그가 만나게 된 동생 진태는 서번트증후군. 평소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지만 막상 피아노 앞에 앉았을 때의 그의 모습은 매번 감동을 준다. 화려한 손가락 움직임과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클래식의 향연은 눈과 귀가 즐거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피아노를 칠 때의 그의 표정은 세상 누구보다 순수하게 행복해 보인다. 특히 하이라이트 연주 장면에서는 그가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던, 감동에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내면의 세상을 보여준다. 그만의 세상이 그토록 아름답고 행복하다는 것을 말이 아닌 음악으로 보여준 것이다. 재미와 감동을 더하는 건, 배우가 직접 연주를 하며 생동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한다는 것이다. CG(컴퓨터그래픽)나 대역이 아닌, 직접 익힌 연주를 통해 사실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고자 한 감독과 배우의 열의가 열정적인 연주 장면을 만들어냈다.

캐릭터들이 끌어가는 영화인 만큼, 카메라도 배우의 감정 연기에 집중했다. 타이트하게 표정을 담기보다는 인물을 중심으로 현장의 느낌을 담아 감정을 점차 극대화시켰다. 쇼팽 차이코프스키 등의 클래식과 영화와 동명인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으로 영화의 분위기와 메시지에 힘을 실었다.

영화는 가족이 미움 원망 등 다양한 마음을 갖거나 무관심으로 무장하려는 태도를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 사랑이라는 하나의 감정으로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용서에 기반을 두는데 그 용서조차도 노력이 아닌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비친다. 장애인을 향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도 꼬집는다.

내용은 전반적으로 참신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뻔하고 신파적 요소가 다분하다. 그럼에도 속도감 있는 진행, 진부함에서 살짝 비껴간 캐릭터 그리고 배우의 연기가 영화를 매력 있게 만든다. 각각의 캐릭터가 저마다의 아픔을 지니고 있기에 이해와 용서라는 맥락이 설득력을 갖고 각 캐릭터의 색깔이 분명한 편이기에 잔잔한 흐름에서도 영화적 재미를 준다.

러닝 타임 120분. 12세 이상 관람가.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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