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일리스트 say] 흑기사 장미희 ‘배키 코트’, 블랙 그린 레드 ‘컬러 속 함의’
- 입력 2018. 01.04. 18:32:01
-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흑기사’는 문수호와 정해라의 불행의 시작이자 200년 넘는 세월을 둘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애쓰는 장백희에 의해 갈등의 긴장과 완충이 반복된다.
KBS2 '흑기사'
판타지 멜로를 표방하는 KBS2 ‘흑기사’는 늙지 않은 채 200년 넘게 살고 있는 장백희 역을 맡은 장미희의 화려한 의상이 볼거리다. 그러나 의상의 디자인은 물론 컬러까지 극의 갈등 구조와 맞물린다.
극 초반 등장한 그린은 문수호(김래원)와 정해라(신세경)의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푸는 해결사로서 장백희를 표현하는 컬러 코드다.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풍요로운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그린은 평화의 색으로 불릴 정도로 긍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그린을 입은 장백희 역시 같은 맥락을 취한다. 조윤희 실장은 “그린은 (김인영) 작가가 대본에 써준 컬러”라며 그린을 사용하게 된 시작점에 대해 말했다.
갈대밭에서 문수호와 재회한 장면에서 등장한 ‘그린 코트’는 갈등 해결사로서 장백희를 명확하게 부각하는 코드다. 허리를 꽉 조인 블랙 벨트를 기준으로 위, 아래 볼륨이 스타일리시하게 살아난 이 코트는 문수호와 첫 대면할 당시 입었던 녹즙 아줌마 유니폼, 200년을 거슬러 올라가 분이(신세경)의 죽음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입은 녹색 치마저고리과 동일한 의미로 연결된다.
그린 코트를 입고 나오는 회에서 문수호 정해라 장백희 샤론(서지혜)이 얽힌 악연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같이 중요한 그린 코트지만 2017년, 올해의 컬러이자 패션가에서 열광한 컬러로써 그린은 옷에서만큼은 누구에게나 허용되지 않은 어려운 색이어서 자칫 함정이 될 수도 있었다.
그만큼 제작 과정을 꼼꼼히 체크해야 했다는 조윤희 실장은 “(그린이) 자칫 잘 못 소화하면 촌스러울 수 있는데 (장미희가) 그린 컬러를 원래 잘 소화합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느낌과 선이 흐트러지면 안 돼 코트 디자인에도 참여했습니다”라며 그린 코트에 기울인 노력에 대해 말했다.
이뿐 아니다. 드라마 시작과 함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블랙 깃털 코트는 아이를 바꿔치기한 질투의 화신에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악연을 풀기 위해 애쓰는 해결사이자, 샤론의 무모한 질투에 분노하고 그럼에도 그녀를 외면하지 못한 애틋한 보호자까지 장백희의 다중적인 면모를 함의하고 있다. 특히 200년의 넘는 세월을 산,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관록의 여인으로서 면모까지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다.
극이 중반을 향해 치달으면서 피빨강의 시어링 코트가 등장한다.
문수호에 대한 욕망을 제어하지 못해 결국 정해라의 몸으로 들어간 샤론에게 분노하는 장면에서 등장한 이 코트는 구천을 떠도는 악귀가 될 위기에 처한데 따른 두려움과 욕망에 집착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샤론에 대한 분노가 배어있다.
특히 이 장면이 방영된 7회에서 페플럼 재킷과 스커트의 슈트 역시 같은 피빨강이었다. 조윤희 실장은 “의도적으로 레드로 컬러를 통일했습니다. 많은 컬러를 사용하면 너무 튀게 되죠. 그래서 한 회 전체를 레드 한 컬러만 썼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장백희 의상이 극의 흐름을 이끄는 시각적 상징 코드로 부각되는 데는 강렬한 톤도 한 몫을 한다. 동양인에게 쉽지 않는 비비드 계열 그린과 레드 같은 강렬한 색감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장미희의 얼굴 톤과 스타일링의 강약 조절이 있기에 가능했다.
조윤희 실장은 “(장미희의) 피부색이 하얘서 채도가 좀 밝은 강렬한 컬러도 잘 어울립니다”라며 “특히 강렬한 의상을 입을 때는 아웃피트가 좀 더 모던한 디자인을 선택합니다”라며 튀는 의상임에도 난해해 보이지 않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줬다.
블랙 그린 레드 외에도 몇개의 컬러가 더 등장하고 그 역시 하나하나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장백희 의상은 하나하나가 해당 장면과 회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있는 실마리여서 장미희가 입고 나오는 의상을 하나라도 놓친다면 드라마를 보는 흥미 역시 반감될 수 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KBS2 ‘흑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