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읽기] 오프라 윈프리 VS 정려원 ‘블랙 드레스’, 성범죄 없는 세상 #MeToo #TimesUp
- 입력 2018. 01.09. 15:47:35
-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지난 2017년 12월 31일 KBS2 ‘2017 KBS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정려원, 지난 1월 7일(미국 현지시각) ‘제75회 골든 글로브 어워즈’에서 평생 공로상을 수상한 오프라 윈프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성폭력이 만연한 사회에 일침을 날렸다.
정려원, 오프라 윈프리
정려원은 KBS2 ‘마녀의 법정’에서 성고문 피해자를 어머니로 둔 딸이자 여성아동범죄전담부서 소속 검사 마이듬으로 출연해 속 시원해지는 연기로 사회에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다. 오프라 윈프리는 어린 시절 자행된 끔직한 성폭행 피해자이자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토크쇼 진행자로서 여성과 흑인들의 정당한 권리 찾기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각자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인 수상 무대에서 이들은 수상에 대한 영광이 아닌 불평등이 없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소망을 드러내 공감과 지지를 받았다.
정려원은 “‘마녀의 법정’이라는 드라마가 성범죄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사실 (성범죄가) 감기처럼 이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있지만, 가해자들이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성범죄에 대한 법이 강화되어서 가해자들이 처벌을 받고,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더 높일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부실한 성범죄 처벌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오프라 윈프리는 “저는 지금 이것을 보는 모든 소녀들이 새로운 세상이 왔음을 알았으면 합니다. 새로운 세상이 시작될 때, 그것은 많은 훌륭한 여성들이, 지금 여기 있는 많은 분들이, 그리고 몇몇 정말 위대한 남성들이, 미래의 소녀들이 이제는 더이상 “Me, too”라고 말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게 하기 위해 싸웠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라며 성범죄 없는 세상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이들의 수상 소감이 뜨거운 공감을 불러일으킨 데는 가공되는지 않은 ‘진심’때문이었다.
정려원은 “성범죄 피해자들은 소리를 높이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성적수치심이 동반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성범죄에 대한 법이 강화되어서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며 피해자의 아픔을 들춰내는 것이 아닌 가해자의 무자비함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장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오프라 윈프리는 과거 무참하게 단체 성폭행을 당한 미국 흑인 여성 레시 테일러의 사건을 거론하며 “그녀는 우리 모두처럼 끔찍하게 힘 있는 남자들이 망가뜨린 문화 속에서 너무 오래 살았습니다. 그리고 너무 오랜 시간 여성들의 목소리는 지워졌고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남자들에 대해서 여성들은 감히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은 끝났습니다. 그 남자들의 시간은 끝났습니다. 그들의 시간은 끝났습니다(But their time is up. Their time is up. Their time is up.)”라며 절대 지배계급으로 군림해온 남성 시대의 종결을 선언했다.
정려원과 오프라 윈프리의 블랙 드레스는 리더로서 강인함과 포용력을 부각하며 수상소감에 진심의 힘을 더하는 효과를 냈다.
정려원은 네이비에 블랙을 얹는 방식으로 블랙을 더욱 찬란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냈다. 오프라 윈프리는 더욱 극적 연출법을 택했다. 몸을 꽉 조이는 블랙 오프숄더 드레스에 검은 색 뿔테 안경을 쓰는 예상치 않은 스타일링으로 리더로서 면모를 부각했다.
무엇보다 블랙은 화이트와 달리 태양광의 빛을 흡수하는 속성상 ‘포함하다’ ‘수용하다’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미투 캠페인에 동참한 골든 글로브 어워즈 참가자들의 드레스코드로 그 이상의 컬러를 찾기 힘들다는 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헸다.
골든 글로브 어워즈가 끝나고 오프라 윈프리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세우자는 견해가 나올 정도로 공감을 얻고 있는 그녀의 수상 수감 중 다음은 성폭력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이거나 그럴 가능성 있음에도 현실을 외면하는 이들에게 뼈아픈 울림을 주기도 했다.
“제가 저의 커리어 내내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통해 하려고 했던 것은 남자와 여자가 진짜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수치심을 겪는지,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화내고 어떻게 실패하고 어떻게 잠시 후퇴했다가 또 포기하지 않고 돌격하는지,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저는 삶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나쁜 것들을 겪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런 사람들에 대해 연기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사람들은 가장 힘든 시간에도 조금 더 나은 다음날을 위한 희망을 갖는 능력들이 있었습니다”
불평등 해소는 부당함과 불편함을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정려원과 오프라 위프리는 수상 소감을 통해 ‘내가 아닌 남의 일’이라는 외면으로 현 사회에 성적 불평등은 해소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각인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기자, 뉴시스, 티브이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