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읽기] 럭셔리 브랜드 예술史,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은 ‘구찌 가든’
입력 2018. 01.10. 17:57:21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럭셔리 브랜드는 수백 수천만 원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과거와 현재가 하나로 연결된 스토리텔링이 있는 희소가치가 생명이다. 이를 위해 럭셔리 브랜드들이 기울이는 노력은 부자들의 머니게임이라는 소비 논리로 치부할 수 없는 시각적 심리적 마케팅 효과는 물론 역사적 의미가 숨겨져 있다.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심취했던 ‘어포더블(affordable)’과 작별을 고한 럭셔리 브랜드들은 패션의 계급화라는 비난 속에서도 맹렬하게 고부가가치에 집착하고 있다. 단 과거와 달리 ‘이유 있는 고부가가치’로 방향을 살짝 틀어 자신들의 오랜 역사와 그 역사가 현재에 미친 영향까지 한 눈에 보여주는 방식으로 소비자들로 하여금 ‘구매할 수밖에’ 없는 타당한 근거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이를 위해 ‘럭셔리 레이블’을 내건 수많은 브랜드들이 앞 다퉈 과거와 현재를 맥락있게 엮은 전시를 통해 자신들의 ‘뿌리 깊은’ ‘유서 깊은’ 제품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루이비통에 눌려있던 기를 펴고 ‘핫’한 브랜드로 거듭난 구찌는 지난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렌체에 위치한 메르칸지아 궁전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디자인한 ‘구찌 가든(Gucci Garden)’을 열어 자신들의 역사 알리기에 나섰다.

구찌 가든은 이 같은 맥락에서 1921년 첫 컬렉션에서부터 최근 시즌 제품을 한 공간에 모았다. 단편적인 자료에서부터 현대 예술품을 전시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구찌의 가치를 소비자와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예술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맞닥뜨린 럭셔리 브랜드는 과거와 현재의 연결에 그치지 않고 여기에 아티스트를 끌어들인다.

구찌는 구찌 가든 프로젝트를 위해 제이드 피시(Jayde Fish), 트레버 앤드류(Trevor Andrew), 코코 카피탄(Coco Capitán) 등 현대 아티스트들의 작품들로 전시장 벽면을 장식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함께 구찌 가든 갤러리아를 기획한 큐레이터 겸 비평가 마리아 루이사 프리자(Maria Luisa Frisa)는 연대기적 전시가 아닌, 작품과 영상 콘텐츠를 전시 전반에 혼합하는 창의적인 방식을 택했다며 구찌 가든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옷이 아닌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해가는 비전에 맞춰 이탈리아 미슐랭 쓰리 스타 쉐프, 마시모 보투라(Massimo Bottura)와 협업해 지상층에 ‘구찌 오스테리아(Gucci Osteria)’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이처럼 지상 2개 층을 채운 구찌 가든 갤러리아와 구찌 오스테리아는 구찌의 현재는 물론 브랜드가 지향하는 비전을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럭셔리 브랜드들이 몰두하는 스토리텔링, 아트 마케팅 등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구찌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