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LOOK] 유시민 ‘격이 다른 패피’, 감성세대의 지적 판타지 저격
- 입력 2018. 01.19. 10:38:56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JTBC ‘썰전’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유시민에게 “정치권 떠나시더니 굉장히 좋아지셨네”라며 최근 대중이 그를 보는 시선을 한마디로 요약 정리했다.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유시민
최소한 TV에 등장하는 유시민은 ‘좋아졌다’.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많이 웃고 상대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게다가 튀지 않으면서 은근하게 배어나는 멋이 그의 달라진 인상에 시너지 효과를 더한다.
최근 유시민은 비트코인 같은 경제적 문제에서는 이전과 같은 강력한 입장을 고수하지만 정치적 화제에서는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는 등 상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같은 태도 변화에 일부는 변절자라 혹평을 가한다. 그러나 대다수 대중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감복한다.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반응은 오히려 유시민의 대중적 인기를 치솟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한 편은 사상적 진정성, 또 다른 한 편은 이미지의 진정성 측면에서 바라보는 각기 다른 시점이 유시민을 이전 정친인 출신 방송인들과는 구별 짓게 하고 있다.
유시민은 정계로 금의환향하기 위한 前 정치인들의 이미지 세탁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교감하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온 사상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인츠요하네스구텐베르크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은 경제 전문가이자, 누나 유시춘, 동생 유시주 모두 명문대 출신의 문학가이며, 그 역시 ‘국가란 무엇인가’를 비롯한 여러 권의 의미 있는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작가로 그를 둘러싼 배경은 완벽하게 상위 10% 지식인의 요건을 충족한다.
이런 사상적 배경에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을 통해 보여준 텍스트에 매료되는 모습과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논에이지(Non-age) 패션은 그를 셀러브리티 대열에 안착하게 했다.
유시민은 소위 부정적 의미로서 ‘아저씨 패션’ ‘꼰대 패션’이 아닌 클래식 캐주얼로 지적인 쿨함과 따스한 포용력을 갖춘, 전략이었다면 무서울 정도로 치밀하고 일상적인 취향이라면 그의 진정성의 깊이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할 정도로 완벽하다.
그의 패션을 조목조목 뜯어보면 별거 없다. 놈코어의 핵심인 그냥 평범한 기본 아이템들이지만 유시민의 아우라가 만들어낸 엣지가 놈코어의 진정한 매력을 살렸다.
데님 혹은 치노 같은 캐주얼 팬츠에 상의 역시 터틀넥 풀오버 스웨터나 그레이 혹은 블랙의 후드 스웨트셔츠 등으로 젊음과 늙음의 경계를 없앤 논에이즈 룩을 완성하고, 여기에 작은 라운드테의 안경 혹은 선글라스로 마무리해 부드럽고 여유 있는 인상을 심어준다.
또 몸에 꼭 맞지는 않지만 살짝 여유 있는 정도의 피트로 왜소한 체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오히려 스타일리시하게 보이는 효과를 낸다.
아우터 역시 라이트 그레이의 단색 블루종, 후드 트레이닝점퍼 같은 간결한 디자인으로 아재 패션의 늪으로 빠지지 않았다. 이뿐 아니라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경량 패딩 재킷과 깅엄체크 셔츠를 겹쳐 입거나 데님 팬츠와 칼라리스 셔츠에 버킷햇을 조합하는 등 20대 못지않은 스타일링 감각을 보여주기도 한다.
패션은 습관처럼 몸에 오랜 시간 스며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유시민의 패션은 전략적 산물이라고 하기에 정말 자연스럽다.
‘알쓸신잡’에서 그가 정치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 “내가 정치를 그만둘 때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기 전에 포털에 이미지를 검색해 내 얼굴을 다 봤다. 10년 치를. 내가 이 얼굴로 10년을 살았나 싶더라"라고 말해 출연진은 물론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이처럼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조작하기에는 한계치가 있다. 물론 이미지 메이킹으로 가능한 지점이 있지만 TV에서 보여지는 유시민의 모습은 평범과 비범 사이에 절묘하게 서있어서 조작이라고 하기에는 자연스럽고 일상적 산물이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치밀하다.
그러나 이 같은 모호함이 사상가이자 방송인으로서 그에게 쏠리는 관심의 지속은 물론 강도를 높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